개 물림 사고 하루에 6건 꼴로 발생
맹견사육허가제·견주 처벌 강화에도 한계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에만 2천 건, 하루에 약 6건 꼴로 개 물림 사고가 발생한다.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동물인 개가 어쩌면 사자나 호랑이보다 무서운 맹수로 돌변할 수 있다는 걸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잇따른 사고에 동물보호법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 물림 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은 정녕 없는 건인가. ‘친숙한’ 맹수로부터 가족을 지키고, 가족 같은 반려견이 맹수가 되지 않도록 <뉴스포스트>가 방법을 고민해봤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올해 추석은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3년 만에 첫 거리두기 없는 명절이었다.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야 할 추석 당일 4살 여아 A모 양과 그의 가족들은 끔찍한 사고를 겪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양과 그의 7살 언니 B모 양이 전라북도 임실군의 친척집을 방문했다가 이웃집 개에 물려 중상을 입고 입원하는 일이 발생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사진=픽사베이)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사진=픽사베이)

CCTV 동영상을 확인한 결과 이웃집 개는 사고 당시 헐렁하게 묶여 있다가 아이들이 다가오자 덮친 것으로 드러났다. A양은 자칫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큰 부상을 입었고, B양 역시 통원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큰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견주는 손해 배상과 함께 사고를 낸 개를 안락사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한 해 중 가장 풍요롭다는 한가위에 발생한 소식에 개 물림 사고에 대한 여론의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개 물림 사고는 A양 가족의 사례뿐만 아니라 비교적 최근에도 크게 논란을 빚었다. 지난 7월 울산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8살 어린이가 개에게 물린 채 땅에 끌려 다니는 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줬다.

실제로 개 물림 사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소방청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개 물림 사고는 2017년 2405건, 2018년 2368건, 2019년 2154건, 2020년 2114건으로 해마다 2천 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5년 간 개 물림 사고로 환자 이송 건수만 봐도 약 1만 1천 건에 달하고, 하루 평균 약 6건의 개 물림 사고로 환자가 발생했다. 특히 5월부터 8월까지 야외활동이 많아지면 개 물림 사고도 증가하는데, 월평균 200건 이상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개정된 동물보호법에도 한계 有

잇따른 개 물림 사고로 내년 4월 27일부터는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시행된다. 소유자 없이 반려견이 기르는 곳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기존에는 반려견이 탈출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실상 처벌이 어려웠는데, 견주의에게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사고를 예방하려는 것이다.

사고를 낸 견주의 형량 또한 기존보다 올라갔다. 반려견이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면 견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이, 사람이 사망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이 처해진다. 기존에는 사람이 다치면 과실치상으로 처벌해 500만 원 벌금형이 다였다. 사람이 죽는 과실치사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백만 원 이하 벌금에 처했다.

그간 논란이 됐던 맹견에 대해서는 2024년 4월 27일부터 규제가 들어간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도사견과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테리어, 스테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종과 이들의 잡종 개를 맹견으로 규정했다. 맹견은 입마개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A양 가족과 울산의 어린이를 공격한 개는 진돗개의 잡종견으로, 현행법 대로라면 입마개를 안 해도 된다. 5대 맹견 외 견종도 충분히 위험한데도 규제 방안이 없었다.

새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맹견 사육은 허가제가 된다. 맹견을 기르려면 사육 허가를 받아야 하고, 법 시행 전 맹견을 키우던 견주는 제도 시행 이후 6개월 이내에 사육 허가를 받아야 한다. 맹견이 아닌 견종에 대해서도 사람이나 동물에 위해를 가한 경우 시·도지사가 기질 평가를 명할 수 있도록 했고, 맹견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열어뒀다. 지정되면 맹견처럼 사육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공공의 안전을 위협할 경우 안락사 처분을 명할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도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맹견 지정과 안락사 등의 대책은 사고 발생 후 시행하므로 ‘사후 대책’일 뿐 사전 예방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안락사의 경우 윤리 문제까지 겹쳐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외출 관리 미비 시 과태료 및 사고 견주 형량 증가 정도만 예방책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는 개 물림 사고 예방을 위해 구체적인 대책보다는 개인행동 수칙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소방청 관계자는 “맹견을 만나면 뛰거나 뒤돌아서 도망가면 안 된다. 자신에게 접근하면 제자리에 가만히 눈도 마주치지 말고 지나가길 기다려야 한다”며 “견주들은 자신의 반려견이 누군가를 물려고 했던 행동이 있거나 공격한 적이 있다면 반드시 외출 중에 입마개를 채우고 다녀야 한다”고 개 물림 사고 예방법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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