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물림 사고 하루에 6건 꼴로 발생
맹견사육허가제·견주 처벌 강화에도 한계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에만 2천 건, 하루에 약 6건 꼴로 개 물림 사고가 발생한다.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동물인 개가 어쩌면 사자나 호랑이보다 무서운 맹수로 돌변할 수 있다는 걸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잇따른 사고에 동물보호법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 물림 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은 정녕 없는 건인가. ‘친숙한’ 맹수로부터 가족을 지키고, 가족 같은 반려견이 맹수가 되지 않도록 <뉴스포스트>가 방법을 고민해봤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올해 추석은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3년 만에 첫 거리두기 없는 명절이었다.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야 할 추석 당일 4살 여아 A모 양과 그의 가족들은 끔찍한 사고를 겪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양과 그의 7살 언니 B모 양이 전라북도 임실군의 친척집을 방문했다가 이웃집 개에 물려 중상을 입고 입원하는 일이 발생했다.
CCTV 동영상을 확인한 결과 이웃집 개는 사고 당시 헐렁하게 묶여 있다가 아이들이 다가오자 덮친 것으로 드러났다. A양은 자칫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큰 부상을 입었고, B양 역시 통원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큰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견주는 손해 배상과 함께 사고를 낸 개를 안락사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한 해 중 가장 풍요롭다는 한가위에 발생한 소식에 개 물림 사고에 대한 여론의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개 물림 사고는 A양 가족의 사례뿐만 아니라 비교적 최근에도 크게 논란을 빚었다. 지난 7월 울산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8살 어린이가 개에게 물린 채 땅에 끌려 다니는 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줬다.
실제로 개 물림 사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소방청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개 물림 사고는 2017년 2405건, 2018년 2368건, 2019년 2154건, 2020년 2114건으로 해마다 2천 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5년 간 개 물림 사고로 환자 이송 건수만 봐도 약 1만 1천 건에 달하고, 하루 평균 약 6건의 개 물림 사고로 환자가 발생했다. 특히 5월부터 8월까지 야외활동이 많아지면 개 물림 사고도 증가하는데, 월평균 200건 이상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개정된 동물보호법에도 한계 有
잇따른 개 물림 사고로 내년 4월 27일부터는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시행된다. 소유자 없이 반려견이 기르는 곳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기존에는 반려견이 탈출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실상 처벌이 어려웠는데, 견주의에게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사고를 예방하려는 것이다.
사고를 낸 견주의 형량 또한 기존보다 올라갔다. 반려견이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면 견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이, 사람이 사망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이 처해진다. 기존에는 사람이 다치면 과실치상으로 처벌해 500만 원 벌금형이 다였다. 사람이 죽는 과실치사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백만 원 이하 벌금에 처했다.
그간 논란이 됐던 맹견에 대해서는 2024년 4월 27일부터 규제가 들어간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도사견과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테리어, 스테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종과 이들의 잡종 개를 맹견으로 규정했다. 맹견은 입마개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A양 가족과 울산의 어린이를 공격한 개는 진돗개의 잡종견으로, 현행법 대로라면 입마개를 안 해도 된다. 5대 맹견 외 견종도 충분히 위험한데도 규제 방안이 없었다.
새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맹견 사육은 허가제가 된다. 맹견을 기르려면 사육 허가를 받아야 하고, 법 시행 전 맹견을 키우던 견주는 제도 시행 이후 6개월 이내에 사육 허가를 받아야 한다. 맹견이 아닌 견종에 대해서도 사람이나 동물에 위해를 가한 경우 시·도지사가 기질 평가를 명할 수 있도록 했고, 맹견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열어뒀다. 지정되면 맹견처럼 사육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공공의 안전을 위협할 경우 안락사 처분을 명할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도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맹견 지정과 안락사 등의 대책은 사고 발생 후 시행하므로 ‘사후 대책’일 뿐 사전 예방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안락사의 경우 윤리 문제까지 겹쳐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외출 관리 미비 시 과태료 및 사고 견주 형량 증가 정도만 예방책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는 개 물림 사고 예방을 위해 구체적인 대책보다는 개인행동 수칙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소방청 관계자는 “맹견을 만나면 뛰거나 뒤돌아서 도망가면 안 된다. 자신에게 접근하면 제자리에 가만히 눈도 마주치지 말고 지나가길 기다려야 한다”며 “견주들은 자신의 반려견이 누군가를 물려고 했던 행동이 있거나 공격한 적이 있다면 반드시 외출 중에 입마개를 채우고 다녀야 한다”고 개 물림 사고 예방법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