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운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인터뷰
“사고견 안락사보다 반려인 교육이 중요”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에만 2천 건, 하루에 약 6건 꼴로 개 물림 사고가 발생한다.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동물인 개가 어쩌면 사자나 호랑이보다 무서운 맹수로 돌변할 수 있다는 걸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잇따른 사고에 동물보호법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 물림 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인가. ‘친숙한’ 맹수로부터 가족을 지키고, 가족 같은 반려견이 맹수가 되지 않도록 <뉴스포스트>가 방법을 고민해봤다. -편집자 주-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개 물림 사고는 견주의 부주의로 발생한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매년 2천 건이 넘는다. 우리 집 반려견이 타인에겐 맹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돌이키기 어려운 결과가 나타난다.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가 개 물림 사고를 당했을 경우 중상은 물론 자칫하면 사망까지 갈 수 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도 개 물림 사고 예방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올해 4월 통과시켰다.

새로 개정된 동물보호법은 내년 4월 25일부터 시행된다. 반려견을 소홀히 관리한 견주에게 과태료나 벌금, 징역형 등으로 책임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2024년 4월 27일부터는 맹견으로 분류된 견종을 함부로 키울 수도 없게 된다. 하지만 강화된 법 역시 개 물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분 사전 예방 대책이 아닌 사후 대처에 머물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이 사고 견 안락사 처분을 명할 수 있는 점은 가장 큰 쟁점이다. 동물권 단체에서는 안락사가 개 물림 사고 예방에 실질적 효과가 없는 데다, 윤리적 문제가 크다고 주장한다. 이에 <뉴스포스트>는 안락사 없는 사고 예방 대책을 알아보기 위해 이달 5일 신주운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와의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개 물림 사고 예방을 위한 핵심 과제로 ‘사육자의 올바른 개 사육 의무 법제화’와 ‘의무 불이행 시 처벌 강화’를 꼽았다. 

목줄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시골 강아지.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목줄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시골 강아지.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개정된 동물보호법의 개 물림 사고 방지 대책과 관련해 어떤 점이 부족하다고 보는가.

동물보호법 개정안에서 개 물림 사고 관련 조항은 대상이 ‘맹견(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테리어, 스테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5종 및 이들의 혼혈견)’에 국한돼 있다. 맹견이 아닌 견종에 대해서는 ‘사후’ 기질 평가를 받도록 돼 있다. 예방을 위한 법안이라면, 맹견 사육 허가제뿐만 아니라 종을 막론하고 견주를 대상으로 의무 교육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동물보호법을 어떻게 보완해야 개 물림 사고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보는가.

개의 공격성 발현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육자의 노력을 의무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m 목줄의 개들은 평생 다양한 자극을 받지 못한 상황에 놓여있는데, 낯선 환경에서 공격성이 높게 나타난다. 또한 폭력에 노출된 개들 역시 보호 본능으로 공격성이 드러난다. 개를 올바르게 사육하지 않아 발생하는 물림 사고의 책임은 1차적으로 사육자에게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육자 대상 정기 교육과 사육하는 개의 환경 및 생활 개선 등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맹견뿐만 아니라 기타 견종의 물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사고의 1차적 책임은 사육자에게 있음을 법안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그에 대한 예방 교육 및 올바른 사육을 의무화하고, 나아가 의무를 불이행할 시 처벌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

-사고견 안락사 문제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안락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개 물림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책임을 사고견에 전가하면서 안락사로 끝나는 사태가 매번 발생한다. 견주는 사고 이후에도 또 개를 키울 수도 있다. 수많은 물림 사고를 거치면서 사고견들이 안락사돼 왔는데, 개선이 되질 않았다. 안락사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개를 안락사한다고 사고가 결코 예방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국내에서는) 1m 목줄과 좁은 골방 등에서 평생 살면서 다양한 자극을 경험하지 못한 개들이 많다. 제대로 된 사육 환경에 놓이지 못한 개들에게 모든 자극은 공격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물림 사고의 잠재적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가 물지 않도록, 공격성이 발현되지 않도록 보호자가 발현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안락사를 하지 않는다면, 추후 어떤 대처를 대해야 하나.

개 물림 사고견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안락사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시대다. 앞서 강조했듯 안락사로 개 물림 사고가 예방되는 게 아니다. 사고를 냈다고 자신의 반려견이 안락사되도록 놔두는 건 견주의 책임을 묻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을 사고 견주 당사자의 손에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 사고견이 어떤 상황에서 사람을 물었는지 인과관계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기질 평가를 통해 개의 공격성 정도를 파악해야 한다. 필요시 추가적으로 훈련을 받거나, 약물치료를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영국은 1991년 ‘위험한 개 법(Dangerous Dogs Act)’을 제정·시행하고, 특별통제견을 분류했다. 개를 기르려면 자격증과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사람에게 상해를 입힌 개의 보호자는 최대 징역 5년형에, 사람이 사망하게 되면 최대 징역 14년 형에 처한다. 미국 역시 보호자의 관리·감독을 중요시하며, 개 물림 사고 발생 시 보호자에게 엄격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한다. 이들 국가의 법은 개 물림 사고 원인이 ‘개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한 보호자’에 있다는 점과 ‘보호자의 역할에 따라 충분히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동물을 물건처럼 집에 들여 방치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동물 복지를 향상하기 위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반려인들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시대다. 그럼에도 여전히 방치되고 학대받는 개는 부지기수이며, 전국에서 제보가 끊임없이 들어온다. 이런 개들이 물림 사고견으로 발전할 가능성 또한 높다. 사육자의 1차적 책임을 사회가 인지하고,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개선이 더욱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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