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소득을 늘려야 하는 현실이 아르바이트에 나서게 하는데

[뉴스포스트=강대호 기자] 알바 전선에 나선 중장년이 늘어나고 있다. 아르바이트 중개 플랫폼인 ‘알바천국’은 최근 ‘중장년 채용관’ 서비스를 개편하며 지난 1년간의 중장년 구직자 통계를 내놓았는데 아르바이트에 지원하는 중장년이 늘어나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 자료에서 알바천국은 2022년 4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알바천국을 통한 40대 이상 중장년 구직자 알바 지원량이 지난 동기 대비 216.0% 늘어났고, 신규 이력서 등록 수 역시 61.4%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전체 구직자의 알바 지원 증가 폭과 신규 이력서 등록 증가 폭은 각각 40.4%, 31.9% 수준으로 중장년의 구직 활동이 활발해진 것을 알 수 있다.

주로 5060 중‧장년층로 구성된 공공일자리 ‘따릉이 방역단’이 공공자전거 대여소 및 자전거 살균 소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DB)
주로 5060 중‧장년층로 구성된 공공일자리 ‘따릉이 방역단’이 공공자전거 대여소 및 자전거 살균 소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DB)

알바라도 뛰어야 하는 현실

경기도 성남에서 무인 점포를 운영하는 김현욱(가명, 58세)씨는 매출이 예상보다 크게 저조해 파트 타임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알바를 뛰려는 이유는 가게 매출로는 운영비는커녕 생활비를 조달할 수 없어서입니다. 그래서 배달 플랫폼에 등록해 일하기도 했었는데 배달을 전업으로 하는 분들과 경쟁이 안 돼서 알바를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네요.”

김씨는 새벽이나 오전에 일 할 수 있는 파트 타임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알바 플랫폼에 등록된 일자리는 주로 편의점이나 식당, 혹은 물류센터 등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자리가 많은 거 같다고.

“간혹 성남 공단이나 판교 벤처타운 등에서 검수나 포장 같은 파트 타임 자리가 나와서 지원한 적도 있었는데 소식이 없네요. 이력서는 열람한 거 같은데요.”

김씨는 자영업자 중에 아르바이트를 고민하는 이가 많을 거로 예상했다. 매출이 늘어나기는커녕 그대로거나 줄어드는 형편인데 운영비나 은행 이자는 계속 올라가는 추세이니 뭐라도 해서 빈구석을 채워야 하는 현실이라고 했다. 

한때는 중장년층이 주로 찾는 아르바이트로 대리운전 기사나 퀵서비스 배달원이 많았었다. 그러다 코로나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의 여파로 중장년층 상당수가 안정적 소득 기반을 잃게 되자 청년층이 주류이던 전문 알바 시장까지 떠밀려오게 된 것이다. 

지난해부터는 금리 인상과 고물가, 경기 둔화 등 트리플 충격이 겹쳐 이런 경향이 더욱 짙어졌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권혁수(가명, 55세)씨도 그런 이유로 퇴근 후와 주말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대출 이자 같은 지출이 늘어서 부수입을 만들어야 하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알바 플랫폼에 올라온 곳들에 지원했는데 연락이 없네요.”

권씨는 알바 플랫폼에 ‘중장년 우대’라고 올라온 일자리들에 지원했다고 한다. 그곳들을 살펴보니 중장년들만 모집하는 게 아니라 다른 연령층에게도 지원 신청이 열려 있었다. 알바 자리를 놓고 마치 청년층과 중장년층이 경쟁하는 모습처럼 보이이기도 했다.

새벽 시간대 알바를 모집하고 있는 성남의 한 편의점 업주에게 중장년 지원자에 대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모집 공고를 올리면 제일 먼저 중장년층이 지원하긴 합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젊은 층도 지원하고요. 편의점 경험이 아주 많으면 모를까 중장년보다는 청년 구직자에 마음이 가는 건 사실입니다. 직원으로서 대하기에 편하기도 하고요.”

이 업주는 만약 청년 중에서 마땅한 이가 지원하지 않으면 60대보다는 50대, 50대보다는 40대 지원자 중에서 뽑지 않을까 하고 그의 생각을 밝혔다.

                                                         알바천국 중장년 채용관. (사진=알바천국 어플리케이션 갈무리)
                                                         알바천국 중장년 채용관. (사진=알바천국 어플리케이션 갈무리)

알바천국으로 보는 중장년 구직자

한편 알바천국은 최근 중장년 채용관 서비스를 구직자 특성에 맞게 개선하고 편의성 증진을 위한 새로운 기능도 선보였다고 밝혔다. 그만큼 중장년 회원들이 늘어난 현상을 반영한다.

우선 모바일 앱의 가독성을 높였다. 중장년층의 시력을 고려해 ‘보통’, ‘크게’, ‘더 크게’ 등으로 글자 크기를 세 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특히 중장년 특성에 맞는 테마별 채용공고 메뉴를 추가했다. 여기에는 ‘식사(식비) 지원 일자리’, ‘경력 단절 여성도 가능한 여성 우대 일자리’, ‘서 있는 시간이 적은 사무직 일자리’, ‘하루 5시간 이하 단시간 일자리’ 등 구체적으로 채용 종류를 구분했다.

업직종별 분류도 ‘서비스’, ‘생산·건설·노무’ ‘유통·판매’ ‘외식·음료’ ‘사무·회계’ ‘운전·배달’ ‘고객상담’ ‘문화·여가·생활’ 등 총 8개로 재정비했다.

알바천국 측은 세대별로 선호하는 업종을 분석했는데 50대는 ‘일반음식점’, ‘포장·품질 검사’, ‘매장 관리·판매’, ‘편의점’, ‘입출고·창고관리’ 순이었다. 

이 분야들은 아르바이트 시장의 주축인 10대와 20대가 선호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넓게 보면 한정된 자리를 두고 세대 간 경쟁을 벌이는 모습처럼 보일 수도 있다.

실질 소득을 어떻게든 늘려야 하는 건 청년은 물론 중장년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아르바이트 시장의 고령화는 어쩌면 은퇴자와 노인이 점점 많아지는 한국 사회가 감당해야 하는 현실일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본업이든 부업이든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게 아닐까.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