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성범죄 등 여성 대상 강력 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5월 부산에서 발생한 일명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가해자의 성범죄 혐의가 뒤늦게 밝혀지면서 다시 한번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일 법무부에 “여성에 대한 강력 범죄 가해자의 신상공개 확대 방안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부산에서 발생한 일명 ‘부산 돌려차기 사건’ 당시 CCTV 화면. (사진=JTBC ‘사건반장’ 캡처)
지난해 5월 부산에서 발생한 일명 ‘부산 돌려차기 사건’ 당시 CCTV 화면. (사진=JTBC ‘사건반장’ 캡처)

해당 사건의 여파로 온라인상에서는 성범죄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 우리나라가 유독 성범죄에 관대하기 때문에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성범죄 가해자들이 받는 형량이 선진국들 보다 적다는 게 사실일까. <뉴스포스트>가 확인해 봤다.

선진국의 기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으로 선정했다. 외교부 자료 기준 OECD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38개국이 가입했는데, 이들 국가 중 우리나라보다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보다 경제 규모가 큰 OECD 회원국은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이 있다.

성범죄는 성과 관련된 범죄 전체를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강간이나 강제추행뿐만 아니라 성매매, 공연음란, 온라인상에서 발생하는 성 관련 범죄 등을 모두 포함한다. 하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성범죄는 좁은 의미에서 강간과 강제추행 따위를 의미한다. 본지는 강간과 강제추행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와 주요 선진국의 형량을 비교하겠다.

성범죄, 우리는 어떻게 처벌하나

대한민국은 형법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으로 성범죄를 처벌한다. 죄목에 따른 법정형은 ▲ 강간: 3년 이상 유기징역 ▲ 강제추행:  15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10년 이하 징역 ▲ 강간 상해 치상: 5년 이상 징역 또는 무기징역 ▲ 강간 살인: 무기징역 또는 사형 ▲ 강간 치사: 10년 이상 징역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

약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가중처벌 한다. <친족 성범죄> 강간: 7년 이상 유기징역, 강제추행: 5년 이상 유기징역 <장애인 대상> 강간: 7년 이상 징역 또는 무기징역, 강제추행: 3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 벌금 또는 3년 이상 징역 <13세 미만 어린이 대상> 강간: 10년 이상 징역 또는 무기징역, 강제추행: 5년 이상 유기징역 <13세 이상 미성년자 대상> 강간: 5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 강제추행: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 벌금 또는 2년 이상 유기징역이 법정형이다.

(그래픽=뉴스포스트 DB)
(그래픽=뉴스포스트 DB)

우리나라 법률 상 성범죄는 죄질에 따라 최대 사형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성범죄자들이 법정 최대형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판사가 피고인에게 실제로 내리는 형량은 양형위원회가 정한 양형 기준을 따른다. 양형 기준은 ‘감경’과 ‘기본’, ‘가중’ 등 3가지로 나뉜다. 초범은 형이 감경될 수 있고, 누범의 경우 가중된다. 예를 들어 초범인 강간 피의자는 법에 명시된 3년 이상 유기징역보다 감경된 낮은 형량을 받을 수 있다.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성범죄의 양형 기준은 ▲ 강간: 1년 6개월~7년 ▲ 13세 이상 미성년자 강간: 2년 6개월~9년 ▲ 친족 강간 및 특수강간: 3년 6개월~10년  ▲ 13세 이상 장애인 강간: 4년~12년 ▲ 13세 미만 어린이 강간: 6년~15년 ▲ 13세 이상 강간 상해 치상: 2년 6개월~9년  ▲ 친족 강간 상해 치상: 4년~12년 ▲ 13세 이상 장애인 강간 상해 치상: 6년~무기징역 ▲ 강간 치사: 9년~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강제추행: 비금고형~3년 ▲ 13세 이상 미성년자 강제추행: 1년~4년 8개월 ▲ 친족에 대한 강제추행: 2년 6개월~8년 ▲ 13세 이상 장애인 강제추행: 1년 6개월~6년 ▲ 13세 미만 어린이 강제추행: 2년 6개월~9년 ▲ 13세 이상 강제추행 상해 치상: 2년 6개월~6년 ▲친족 강제추행 상해 치상: 3년 6개월~10년 ▲ 13세 이상 장애인 강제추행 상해 치상 : 5년~14년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성범죄 양형 기준을 살펴보면 성범죄 형량의 폭은 비금고형에서 사형까지 매우 넓다. 강제추행은 강간죄보다 형량이 적고, 살인죄까지 적용돼야 사형 선고가 가능하다. 피해자가 장애인, 미성년자, 가해자와 친족 관계이면 형량이 높아진다. 이론상 강간죄를 저질러도 비장애인 성인 피해자/친족 관계 X/초범 등의 조건이 붙으면 피의자는 징역 1년 6개월 형만 받을 수 있다.

해외 주요 선진국, 성범죄 어떻게 단죄하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성범죄 형량이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 매우 낮다고 지적한다. 박철현 동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2012년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의 국제비교: 한국, 미국, 영국의 양형기준에 나타난 형량의 비교’ 논문에서 미국과 영국은 대체로 대한민국보다 성범죄를 더 엄격하게 처벌한다고 주장했다.

논문에 따르면 미 연방의 강간죄 양형 범위는 12년 이상에서 15년 이상, 영국은 4년에서 8년 사이다. 우리나라가 1년 6개월에서 7년 사이인 것과 비교하면 두 나라의 형량은 2~3배 많다. 친족에 대한 강간죄 역시 미 연방은 10년 이상에서 12년 이상 사이다. 영국은 가중요인을 고려해 판결한다. 13세 이상 미성년자 강간은 미 연방: 19년 이상~24년 이상, 영국: 6년~11년 사이를 선고할 수 있다. 2년 6개월에서 9년 사이인 한국보다 훨씬 엄격하다.

한국과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독일의 성범죄 형량. 클릭하면 큰 이미지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한국과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독일의 성범죄 형량. 클릭하면 큰 이미지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강제추행은 양상이 다소 다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영국 역시 비구금형부터 양형이 시작된다. 13세 이상 미성년자 강제추행은 미 연방의 경우 2년 3개월 이상~2년 9개월 이상, 영국은 비구금형에서 4년 사이다. 한국(1년~4년 8개월)이 두 나라보다 형량이 조금 많다. 또한 미국의 친족에 대한 강제추행 양형 기준은 약 2년 3개월에서 2년 9개월까지로, 한국(2년 6개월~8년)보다 적다. 다만 미네소타 주의 경우 강제추행의 최소 양형이 징역 7년 6개월부터 시작되는 등 미국 일부 지역은 우리보다 처벌 수위가 높다.

죄질이 나쁠수록 미국과 영국의 형량은 더욱 엄격했다. 13세 미만 어린이를 상대로 한 강간 범죄의 경우 미 연방은 최소 19년 6개월에서 24년 이상까지, 영국은 8년에서 13년까지 선고했다. 한국은 6년에서 15년 사이다.

강간 상해의 경우 미국은 상해 수준에 따라 상, 중, 하로 나뉘어 최소 15년 이상에서 최대 24년 이상까지 선고한다. 강간 치사는 미국에서 최소 19년 6개월(한국은 징역 9년) 이상부터 양형이 시작된다. 다만 영국은 강간 상해와 강간 치사 양형 기준에 대해 따로 언급이 없다.

미국과 영국 외에 다른 선진국의 성범죄 형량은 어떨까. 김택수 계명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2021년 발표한 ‘프랑스 성범죄 체계와 중요 성범죄에 관한 고찰’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강간은 15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는 중범죄로 다룬다. 강간 상해 치상과 특수강간, 부부를 포함한 친족·15세 미만 미성년자·장애를 포함한 심신미약자에 대한 강간은 징역 20년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강간 치사는 30년 이하 징역형이, 고문 등 야만적 행위가 동반되는 강간죄는 무기징역도 내릴 수 있다.

강제추행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벌금형에서 시작되는데, 액수가 한화 1억원이 넘는 거액이다. 7만 5천유로(한화 약 1억 414만원) 벌금형 또는 5년 이하 구금형이 일반적이지만, 상해 등 가중처벌 요소가 들어가면 10만 유로(약 1억 3885만원) 이하 벌금형 또는 7년 이하 구금형이 가능하다. 가중처벌 요소가 2개 이상 중복되면 15만 유로(2억 828만원) 이하 벌금 또는 10년 이하 구금형이다. 15세 미만 아동을 강제추행할 시 가중처벌 사유가 없더라도 15만 유로 이하 벌금형 또는 10년 이하 구금형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프랑스와 달리 주요 선진국 모두가 한국보다 성범죄에 엄격한 것은 아니다. 일본과 독일 경우 우리와 비슷하거나 처벌 수위가 낮다. 법제처 세계법제정보센터가 제공한 각국의 형법에 따르면 일본은 강간죄를 5년 이상 유기 징역으로 한국보다 많지만, 피해자를 죽거나 다치게 하지 않는 이상 가중처벌은 없다. 강제추행 역시 6개월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지만, 치사나 치상 혐의가 적용되지 않으면 별다른 가중처벌은 없다. 특히 13세 미만 어린이에 대한 강간 및 강제추행도 성인 피해자와 같은 법 조항을 적용한다.

독일의 형법은 엄벌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강간죄는 한국보다도 적은 6개월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이다. 자유형은 신체의 자유를 억합하는 징역 또는 구금을 의미한다. 강간 치사의 경우에나 10년 이상의 자유형과 무기징역과 같은 중형을 내릴 수 있다.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 처벌 수위 역시 한국보다도 낮다. 독일 형법은 16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르면 벌금형 또는 5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14세 미만 어린이에 대해 성범죄는 6개월 이상 10년 이하 자유형에 처한다. 

[검증 결과]

절반의 사실. OECD 가입국 중 주요 선진국 5개국과 비교한 결과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대체로 한국보다 성범죄 처벌 수위가 높았다. 다만 일본과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높다고 볼 수 없다. 

[참고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형법

국가법령정보센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국가법령정보센터: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양형위원회: 성범죄 양형기준

박철현,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의 국제비교: 한국, 미국, 영국의 양형기준에 나타난 형량의 비교(2012)

김택수, 프랑스 성범죄 체계와 중요 성범죄에 관한 고찰(2021)

세계법제정보센터: 독일 형법

세계법제정보센터: 일본 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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