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지난 1월 한 유튜버가 길고양이의 새 사냥 장면을 담은 영상을 공개해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뜨겁다.

영상을 본 많은 누리꾼들은 길고양이가 조류의 가장 큰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길고양이 개체수가 폭발하면서 생태계가 위협을 받는다는 이유다. 전국 도심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길고양이. 일부 누리꾼의 주장대로 이들의 사냥이나 공격이 조류의 가장 큰 사인(死因)일까. <뉴스포스트>가 확인해 봤다.

서울 용산구 도심에서 발견한 어미 고양이와 새끼.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서울 용산구 도심에서 발견한 어미 고양이와 새끼.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국가자연사연구종합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고양이의 역사는 길다. 우리나라에는 10세기 이전에 중국과 왕래하는 과정에서 유입됐다는 설, 삼국시대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설 등이 있다. 집단생활을 하지 않는 습성 탓에 홀로 사냥을 통해 먹이를 구해야 한다.

사람이 기르는 반려묘가 아닌 길고양이들은 도심 곳곳을 누비며 스스로 먹이를 찾아 나선다. 고양이의 대표적인 먹이는 쥐와 작은 조류, 개구리 등 몸집이 크지 않다. 개구리를 제외하면 도심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생물들이다. 길고양이가 야생 조류의 천적이 되는 것은 생태적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국내에 서식하는 길고양이의 정확한 개체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추정치가 존재할 뿐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세종시를 제외한 특별시와 광역시의 ㎢당 마릿수를 조사한 결과 2022년 기준 233마리라고 밝혔다. 전국으로 확대하면 적게는 수십에서 100만 마리 이상의 길고양이가 국내에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새들의 죽음은 누구 책임인가

한국조류보호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약 400여 종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이들 중 여름에 번식하는 여름 철새는 약 100여 종, 겨울철에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겨울 철새는 약 120여 종이다. 사시사철 관찰이 가능한 텃새는 약 70여 종이다. 봄과 가을에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통과새는 약 90종으로 확인되고 있다. 월동지 및 번식지 이동 시 주 집단으로부터 떨어진 ‘길 잃은 새’도 20여 종정도 확인된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새들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까. 명확한 데이터베이스가 없어 확인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김동원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내에서는 자료가 없어 조류의 사인과 길고양이의 연관성을 단정지을 수 없다”며 “당장 길고양이 개체 수도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발견된 까마귀 추정 개체.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서울 송파구에서 발견된 까마귀 추정 개체.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다만 길고양이가 특정 지역에 유입될 경우 조류 개체 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연구원은 “고양이는 먹이 섭취 목적 외에도 작은 생물들을 공격하는 습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도서 지역에 길고양이가 유입된다면 야생 생태계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주장은 더 있다. 윤종민 국립생태원 조류팀 팀장은 “영국과 미국에서는 장기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자료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없는 게 현실”이라며 “조류의 사인은 길고양이 외에 야생 생물의 습격이 될 수 있고, 인공 구조물과의 충돌 등 다양하다. 가장 큰 사인을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윤 팀장은 길고양이의 조류 습격 역시 인간과 관련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섬이나 산간 지역은 도심과 생태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외부 생물이 유입되면 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다. 마라도의 고양이들이 뿔쇠오리를 위협하는 사례가 대표적 예시”라면서도 “길고양이의 행동반경은 인간과 관련이 깊다. 인위적 개발이 (생태계 파괴) 문제를 더욱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길고양이와 새, 공존을 위해서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새들은 종류와 서식 기간, 서식 지역이 각양각색인 만큼 사인 역시 매우 다양한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야생 조류의 집단 폐사(斃死) 51건을 분석한 결과 14건(194마리)에서 농약 중독이 확인됐다. 최근 조류 집단 폐사 원인 중 인간이 살포한 농약이 약 27%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새들의 죽음에 자연사보다 인위적인 요인이 크다는 연구는 더 있다. 국립공원연구진과 최영복 조선대학교 생물학과 교수가 2012년 발표한 ‘중간기착지에서 조류 사인에 대한 고찰’에 따르면 새들의 가장 큰 사인은 인공구조물에 의한 충돌이다. 논문은 동아시아 지역을 이동하는 철새들의 주요 중간 기착지인 전남 신안군 홍도에서 2004년 10월부터 2007년 11월까지 사체가 인수된 조류 78종 246개체를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인공 구조물에 의한 충돌이 89개체로 전체 34.8%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고양이의 공격은 56개체로 21.9%를 차지했다. 이어 탈진 및 아사 54개체(21.1%), 원인불명 29개체(11.3%), 기타 19개체(7.4%), 천적 공격 7개체(2.7%), 교통사고 2개체(0.8%)순으로 나타났다. 원인불명을 제외하면 인위적인 요인이 165개체(64.5%)로 자연적인 요인 62개체(24.2%)보다 많았다.

다만 마라도와 같은 특수한 환경에서는 길고양이가 새들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김유진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원과 이우신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 최창용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연구원은 2020년에 이미 ‘제주 마라도에 서식하는 고양이(Felis catus)의 개체군 크기 및 행동권 추정’ 논문을 통해 길고양이가 마라도의 멸종위기 조류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올해 3월에는 마라도에 서식하는 길고양이 일부가 멸종위기에 처한 천연기념물 뿔쇠오리를 위협한다는 지적에 따라 제주 지역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윤 팀장은 “섬처럼 생태계가 단순한 지역에 길고양이나 너구리, 까치 등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물들이 유입되면 개체 수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검증 결과]

판단 유보. 우리나라에서는 길고양이와 서식 조류의 사인을 연결 지을 만한 자료가 부족해 판단을 유보하겠다. 국내에 서식하는 새들의 사인은 매우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 자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국가자연사 연구종합정보 시스템

농림축산식품부 보도자료

한국조류보호협회

중간기착지에서 조류 사인에 대한 고찰 = Causes of Mortality in Birds at Stopover Island, 빙기창·최창용·남현영·박종길·홍길표·김성진·채희영·최영복, 2012

제주 마라도에 서식하는 고양이(Felis catus)의 개체군 크기 및 행동권 추정, 김유진·이우신·최창용, 2020

제주도, 길고양이 구조·세계유산본부 시설서 보호, 연합뉴스, 2023.03.06

김동원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원 인터뷰

윤종민 국립생태원 조류팀 팀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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