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관관계를 찾아볼 수 없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행을 일명 ‘묻지마 범죄’라고 부른다.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이 벌어진 데 이어 지난 3일 경기 성남 분당구 지하철 분당선 서현역 인근에서 무차별 차량 테러가 발생하면서 ‘묻지마 범죄’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서현역 인근의 차단 테이프. 8월 3일 목요일 오후 6시경 서현역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현장으로 부상자들이 쓰러진 곳이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서현역 인근의 차단 테이프. 8월 3일 목요일 오후 6시경 서현역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현장으로 부상자들이 쓰러진 곳이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설상가상으로 온라인상에서는 묻지마 살인을 예고하는 게시물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흉기 난동과 차량 돌진, 폭탄 설치 등 테러의 방법은 다양해도 범죄의 목표가 인명 피해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치안 당국이 게시물 작성자들을 검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시민들은 호신용품을 개별적으로 구매하는 등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지나친 공포는 사회 혼란을 가중하고,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다. 이달 초에는 외부에서 운동하던 중학교 남학생이 사복경찰로부터 묻지마 테러범으로 오해받아 폭행을 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예기치 못한 테러 공포로 치안력이 낭비되는 것은 물론 국민의 인권과 자유가 침해당하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분석해 묻지마 범죄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를 해소하고자 한다. 테러 공포가 일상화한 현재 대한민국 상황처럼 살인사건 가해자 중 면식범보다 ‘묻지마범’이 더 많을까. 사실을 확인해 봤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통계로 보는 대한민국 살인사건

경찰청과 검찰청은 지난 1994년부터 ‘범죄자와 피해자의 관계’에 대한 통계를 내고 있고, 현재 2021년 자료까지 나왔다. 2022년 통계는 오는 연말 또는 내년 초에 나올 예정이다. 통계는 피해자를 ▲ 국가 ▲ 공무원 ▲ 고용자 ▲ 피고용자 ▲ 직장동료 ▲ 친구 ▲ 애인 ▲ 동거친족 ▲ 기타 친족 ▲ 거래상대방 ▲ 이웃 ▲ 지인 ▲ 타인 ▲ 기타 ▲ 미상 등 총 15가지 항목으로 분류했다.

범죄자가 면식범인 사례는 피해자가 ▲ 고용자 ▲ 피고용자 ▲ 직장동료 ▲ 친구 ▲ 애인 ▲ 동거친족 ▲ 기타친족 ▲ 거래상대방 ▲ 이웃 ▲ 지인 등 인간 관계가 명확하게 규정된 총 10개 항목에 해당하는 경우다. 반면 피해자가 ‘국가’나 ‘공무원’, ‘타인’, ‘기타’, ‘미상’일 경우 범죄자가 면식범이 아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통계를 분석한 결과 1994년부터 2021년까지 살인사건으로 입건된 범죄자는 총 2만 8105명이다. 이들 중 피해자가 ▲ 고용자 ▲ 피고용자 ▲ 직장동료 ▲ 친구 ▲ 애인 ▲ 동거친족 ▲ 기타친족 ▲ 거래상대방 ▲ 이웃 ▲ 지인 등 10개 항목에 해당하는 경우는 전체 살인범 중 1만 5556명이다. 정리하자면 범죄자가 면식범인 사례가 전체 살인사건의 절반 이상이라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 역시 전체 살인사건 중 면식범에 의한 범죄가 더 많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살인사건은 면식범인 사례가 보통 더 많다는 게 상식”이라며 “(통계상으로) 피해자가 ‘국가’나 ‘공무원’, ‘타인’, ‘기타’에 분류된 경우에도 범죄자가 면식범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통계에서 ‘공무원’ 항목에 분류된 경우 안면이 있는 민원인과 공무원 관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국내에서 ‘묻지마 살인’에 대한 통계는 정리되지 않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묻지마 범죄는 죄종이나 범행동기, 범죄자 특성 등이 다양해서 정확한 통계를 내기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현재는 통계 마련보다 개별 묻지마 범죄 사건을 프로파일링 해 사례 분석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구체적 통계 마련을 위해 노력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검증 결과]

전혀 사실 아님. 1994년부터 2021년까지 대한민국 살인사건에서 ‘범죄자와 피해자의 관계 통계’를 분석한 결과 살인범이 면식범인 사례가 더 많다. 따라서 살인사건에서 면식범보다 ‘묻지마범’이 더 많다는 추정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참고 자료]

검찰청 통계자료: 범죄자와 피해자와의 관계(1994~2005)

검찰청 통계자료: 범죄자와 피해자의 관계

경찰청 관계자 전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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