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전국이 느닷없이 빈대 출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은 물론 남부 지방까지 전국 곳곳에서 빈대가 출몰했다는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 지난 15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빈대 관련 민원은 총 104건으로, 지난주 37건보다 약 2.8배 이상 증가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사진=픽사베이 제공)

유례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온라인상에서는 빈대 관련 정보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특히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인들을 사이에서는 안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나 고양이는 사람보다 피부가 두껍고 털이 많아 빈대가 물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았다. 빈대가 개나 고양이를 물지 않는 게 사실인지 <뉴스포스트>가 확인해 봤다.

질병은 없지만 극심한 가려움증

질병관리청이 지난 10일 발표한 '빈대 정보집 제2-1판'에 따르면 빈대는 잠자는 동안 사람과 동물의 피만 먹는 작고 납작한 기생 곤충으로, 전 세계적으로 24개 속(Genus) 110여 종이 보고됐다. 국내에서는 사람을 흡혈하는 주요 종인 '빈대(Cimex lectularius, Bed bug)'와 '반날개빈대(Cimex hemipter, Tropical bed bug)' 등 2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40년대에만 해도 국내에 만연했던 빈대는 1960~1970년대부터 살충제 사용으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간헐적으로 발생 사례가 보고됐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질병관리청에 신고된 빈대는 모두 '빈대(Bed bug)' 종이다. '반날개빈대(Tropical bed bug)'는 2021년 최초로 국내에 발견됐다. 현재까지 두 종류가 출몰하고 있다.

국내에서 확인된 빈대(Cimex lectularius, Bed bug)와 반날개빈대(Cimex hemipter, Tropical bed bug). (사진=질병관리청 제공)
국내에서 확인된 빈대(Cimex lectularius, Bed bug)와 반날개빈대(Cimex hemipter, Tropical bed bug). (사진=질병관리청 제공)

빈대와 관련한 질병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 다만 빈대에게 물리거나 흡혈당하면 가려움증이 유발돼 피부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외적인 증상은 황반구진, 소낭, 수포 등 홍반성 피부병변 등이 있다. 드물게는 아니필락시스(Anaphylaxis) 쇼크가 발생한다. 야간이나 새벽에 흡혈하는 습성이 있어 수면 방해 문제도 일으킨다.

사람의 경우 가려움증은 일반적인 치료 없이 1~2주 내 회복된다. 극심한 가려움과 2차 감염 예방은 코르티코스테로이드(Corticosteroids)가 함유된 크림과 경구용 항히스타민제로 치료한다. 정확한 치료를 위해서는 전문가와의 상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질병관리청의 설명이다.

반려동물은 빈대로부터 안전하다?

인간의 반려동물 다수를 차지하는 개나 고양이가 빈대에 물리면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말한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반려동물과 관련된 빈대 피해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며 "개나 고양이 등을 키우는 반려인들이 크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이나 벼룩은 특정 동물 몸에 머물기 때문에 개나 고양이한테서 발견될 수 있다. 하지만 빈대는 이나 벼룩과 달리 동물의 털이나 몸에 달라붙지 않는다. (낮에는) 숨어있다가 밤이 되면 사람을 물고 다시 숨는 특성이 있다"며 "동물들은 대체로 사람보다 털이 많거나 가죽이 두꺼워 빈대가 피를 빨고 다시 숨기 어렵다. 빈대가 개나 고양이보다 사람을 더 많이 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다만 빈대가 개나 고양이를 전혀 물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뭐든지 100%는 없다. 개나 고양이의 경우 귀나 발바닥, 코 등 털이 없고 피부가 얇은 부위는 빈대가 물 수도 있다"면서도 "확률을 100%로 단정하지 않을 뿐이지, 반려인들이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그는 "미국에서는 빈대가 사람은 물론 개와 고양이를 물었다는 연구도 있다. 빈대의 DNA를 분석한 결과 사람과 개, 고양이 성분이 나왔다"며 "대부분 사람에게서 온 DNA였지만, 개와 고양이 DNA도 소수 검출 됐다"고 전했다. 다만 "해당 연구만으로는 빈대가 개나 고양이보다 사람을 더 선호한다고 확답할 수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개나 고양이를 주로 물고 흡혈하는 빈대 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이동규 고신대학교 보건환경학과 교수는 "수많은 빈대 종류 중에서 사람을 무는 종은 3가지가 있다. 빈대(Bed bug)와 반날개빈대가 대표적이고, 나머지 하나는 서아프리카에서 서식하는 종인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개나 고양이를 무는 빈대는 학계에서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동물을 직접 치료하는 수의계도 비슷한 입장이다. 대한수의사회는 E-메일 답변을 통해 "상대적으로 빈대는 털이 있는 동물보다는 피부가 노출된 사람을 무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도 빈대에 물릴 수 있다"면서도 "진드기와 벼룩 등과는 달리 빈대는 동물에 붙어서 살지는 않는다. 물고 나서 다시 서식하던 환경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낮은 확률이지만 반려동물이 빈대에 물릴 경우 사람과 마찬가지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게 대한수의사회의 입장이다. 이들은 "가려움증이 심하거나 알레르기가 생기는 경우 이에 따른 대증치료를 할 수 있다"며 "(반려동물이 빈대에 물릴 경우) 동물병원에 내원해 수의사와 상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증 결과]

절반의 사실. 개나 고양이를 주로 물고 흡혈하는 빈대 종류는 보고되지 않았고, 개나 고양이가 사람 대신 빈대에 물릴 확률이 극히 드물다. 하지만 털이 나지 않고 부드러운 코나 발바닥에 빈대 물림이 매우 낮은 확률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절반의 사실'로 판정했다.

[참고 자료] 

국민권익위원회 보도자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빈대

질병관리청: 빈대 정보집 제2-1판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 인터뷰

질병관리청 관계자 인터뷰

이동규 고신대학교 보건환경학과 교수 인터뷰

대한수의사회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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