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세대, 건강과 여가 관심사
관련 시장에서도 소비파워 보여줘

[뉴스포스트=강대호 기자] 특정 상품군 매출 신장에 5060 등 중장년 이후 세대들이 저변에 있다고 분석하는 언론 기사들이 있었다. 근육 건강을 돕는 단백질식품, 그리고 영상 콘텐츠 제공 플랫폼인 OTT 상품이었다. 

이는 건강과 여가에 관한 중장년 세대들 관심사의 방향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관련 세태를 <뉴스포스트>가 살펴보았다.

경기도 성남시의 한 편의점에 진열된 단백질 음료수.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경기도 성남시의 한 편의점에 진열된 단백질 음료수.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단백질에 빠져든 중장년

단백질 보충제는 트레이너들이 전문적으로 먹는 제품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영양 균형식 제품들이 시장에 많이 출시되며 목표 대상이 확장됐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건강과 면역에 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중장년 세대를 중심으로 단백질식품에 대한 수요가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성남시의 한 편의점 주인은 이를 몸으로 느낀다고 했다.

“새로 출시되는 단백질 음료가 많이 늘어났어요. TV에 광고로 나오는 제품들은 2+1 행사를 하고 있는데 호기심에 사가는 손님들이 꽤 있어요. 나이 드신 분 중에는 드셔보신 후 또 구매하시는 분도 있고요. 같은 용량의 다른 음료보다 비싼 느낌이지만 건강보조제로 생각들 하시는 것 같아요.”

편의점의 음료수 진열대에는 단백질 음료수 여러 종이 있었고, 다른 진열대에는 초콜릿바 형태의 제품들도 다양하게 보였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현민(가명, 58세) 씨도 광고를 본 후 단백질 음료를 마시게 되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에게 주는 성인용 분유 정도로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단백질은 필수 영양소니까 제대로 섭취할 필요가 있고 그러다 보면 근육 노화를 늦출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마십니다.”

단백질은 탄수화물, 지방과 함께 우리 몸의 3대 영양소 중 하나다. 단백질은 뼈, 인대, 관절을 감싸는 근육을 만든다. 그래서 단백질이 체내에 부족하게 되면 골격근과 근력 감소를 유발해 노년기에 근감소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 강남에서 개원한 가정의학과 전문의 강모 씨는 “단백질은 뼈와 근육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을 유지하는 항체의 구성 성분”이라며 “성인병이 있는 어르신 환자들에게 단백질 섭취를 권유”한다고 말했다. 

중장년 이후 세대의 단백질 제품 섭취는 관련 회사들 매출의 변화에서도 알 수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자료를 인용한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올해 국내 단백질 시장 규모는 45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전년 대비 13% 증가한 수준인데 제조사들이 관심의 초점을 중장년 이후 세대로 전환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뼈와 근육 건강에 관심을 쏟는 중장년층을 제대로 공략했기 때문이다. 국내 식품업체들이 단백질 시장에서 저출산·고령화 사회 돌파구를 찾고 있는 모습인 것.

한편, OTT 업계도 중장년 세대 덕분에 매출 구조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퀸스 갬빗'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퀸스 갬빗'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OTT에 빠져든 중장년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지원(61세) 씨는 지난달 넷플릭스에 가입했다. 자녀가 아닌 김씨의 의지로 직접 가입했다. 지인들과 대화에서 소외된 경험이 OTT 가입을 이끌었다고 했다.

“동창들 모인 단톡방에서 ‘퀸스 갬빗’이나 ‘서부전선 이상없다’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대화에 끼어들 수가 없더라고요. 모두가 재미있게 본 눈치라 넷플릭스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지원 씨는 가입하자마자 ‘퀸스 갬빗’ 전편을 순식간에 감상했다고 했다. 도저히 다음 회차가 궁금해 쉬어갈 수가 없었다고. 김씨는 ‘서부전선 이상없다’를 감상하고는 책장에 있던 소설을 다시 꺼내 읽었다고 했다. 

“케이블이나 지상파보다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많아서 좋습니다. 주말에 케이블을 틀면 드라마나 예능 재방송만 나오니까 종일 리모컨만 이리저리 돌리는 형편이었는데 넷플릭스에 가입한 후로는 TV를 잘 안 보게 되는 거 같습니다. 아내도 마찬가지고요.”

김씨는 현재 다큐멘터리 보는 재미에, 그의 부인 또한 해외 시리즈물에 푹 빠졌다고 전했다. 얼마 전 한 신용카드 회사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OTT 플랫폼에서 중장년층의 이용이 5년 사이 6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관련 매출액 역시 7.7배 상승해 큰 폭으로 뛰었다고.

이 자료에 따르면 20대~30대 고객은 2019년에 전체 고객의 72%를 차지했으나 올해 들어 55%까지 감소했다. 반면 중장년층 고객의 OTT 이용은 같은 기간 28%에서 45%로 17%포인트 증가했다. 매출액 역시 MZ세대 매출액이 3.7배 상승에 그쳤지만, 중장년층은 7.7배 상승해 더 큰 폭으로 증가한 것.

OTT 플랫폼을 이용하는 중장년층이 늘어난 배경은 무엇이 있을까? 무엇보다 안방에서 편하게, 저렴한 가격으로 거의 무제한의 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점이 꼽히지 않을까. 그래서 경기도 가평에 사는 정용모(62세) 씨처럼 여러 OTT에 가입한 이들이 많다.

“젊었을 때부터 영화 감상을 즐겼습니다. 지방이라 영화관에 가기 불편한데 소파에서 볼 수 있어 편하잖아요. 사실 한 달에 만 원 안팎의 비용으로 이렇게 많은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으니 저렴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에 가입했습니다. 디즈니는 ‘파친코’를 보려고 가입했는데 손주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서 가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OTT 업계도 비중이 올라가는 중장년층 회원들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국내외 드라마 시리즈 등 다양한 IP 확보와 맞춤형 상영관 구성 등 타겟 마케팅을 시도한다는 소식이다.

인생 후반전을 사는 중장년 이후 세대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보다 노후의 안정된 생활, 즉 경제 상황일 것이다. 그런데 이에 못지않게 건강한 신체 유지와 건전한 여가 활용 또한 중요한 관심사가 아닐까.

이런 관심사가 단백질식품 판매 상승과 OTT 매출 상승에 나타나고 있었다.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달려가는 한국의 사회상을 기업의 특정 상품군 매출 구조의 변화에서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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