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독사 위험 가구 5만2718명 달해
10명 중 7명 “아플 때 돌봐줄 사람 없어”
고독사 예방, 주변의 관심에서부터 시작

[뉴스포스트=강대호 기자] 고독사 위험군은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50대 후반 남자 동창들이 모인 어느 단톡방에서 내린 결론이다. 

지난 월요일 이 단톡방에서는 서울시의 고독사 위험 1인 가구 실태조사 결과를 다룬 기사를 공유했다. 혼자 사는 동창들을 격려하는 분위기였지만 당사자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인 듯했다. 특히, 위험군을 분류한 기준이 남 얘기가 아니라는 반응이었다.

복지 안전망 구축을 위한 경기도의 한 플래카드.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복지 안전망 구축을 위한 경기도의 한 플래카드.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고독사 위험 1인 가구 실태조사

서울시는 지난 10일 고독사 위험 1인 가구 2만4,440가구를 추가로 발굴하고 지원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21년 실시한 ‘주거취약지역 중장년 이상 1인 가구 실태조사’의 후속 조치로 작년 10월부터 올 1월까지 4개월간 5만 6,248가구를 직접 방문해 조사했다.

조사 대상자는 2021년 조사 대상자 중 미완료자와 각 자치구에서 자체적으로 추정한 고립 위험 가구 등 14만 2,376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서울시는 이번에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대상자들에 대해서도 계속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혼자 사는 1인 가구라고 해서 모두가 고독사 위험이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서울시는 이들 1인 가구 구성원들의 고독사 위험도를 측정하기 위해서 복수 응답할 수 있는 9개의 문항을 만들어 그 기준으로 삼았다. 

① 최근 10년간 실패 상실 경험 2회 이상 ② 지난 1주일 하루 평균 식사 1회 이하 ③ 지난 1주일 외출 1회 이하 ④ 지난 1주일 소통 1회 이하 ⑤ 지난 1주일 음주(블랙아웃) 1회 이상 ⑥ 아플 때 돌봐줄 사람 없음 ⑦ 울적할 때 대화 나눌 사람 없음 ⑧ 10년간 이사 10회 이상, 또는 거주 미상 ⑨ 이용 중이던 돌봄 서비스 중단

조사 결과는, 아플 때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경우(71.9%)가 가장 많았으며, 마음이 울적할 때 대화 나눌 사람이 없는 경우(49.3%), 1주일간 소통 횟수가 1회 이하인 경우(33.5%)가 뒤를 이었다.

서울시는 이 기준을 통해 고독사 위험군 2만4,440가구를 발굴했고, 이들을 다시 고위험, 중위험, 저위험 등으로 세분화해 관리하고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단톡방에서 이 조사 결과를 다룬 기사를 접한 혼자 사는 이들은 마치 자기를 보는 것 같다며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사회적 관계가 느슨해지는 신호

서울 송파에 사는 이모씨(58세)는 독신이다. 결혼한 경험이 없기에 이혼한 동창들과 다르다고 자부하는 그는 평소 마라톤과 등산을 즐기는 등 건강에도 자신 있어 했다. 그런 그가 지난 5월에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겪었다.

“자고 있는데 아랫배가 찢어지게 아픈 겁니다. 서서히 아파지는 게 아니라 갑자기 극심한 통증이 온 거죠.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정도의 통증이었습니다. 겨우 119를 불러 응급실에 갔죠. 요로결석이라고 하는데 돌을 깨려면 다른 병원으로 가야 한다며 진통제만 놔주더라고요. 혼자 구급차에 실려 다른 병원으로 가는데 갑자기 서러워지더라고요.”

병원을 옮긴 이씨는 홀로 각종 수속과 수납을 하며 치료받았다. 그는 아파보니 “혼자 사는 게 두려워진다”고 했다. 이씨는 부모님이 모두 세상을 떠났고 형제 또한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다. 지금이야 건강한 몸이지만 언제까지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라 “고민이 많아진다”라고도 했다.

서울시가 조사한 고독사 위험군 중 ‘아플 때 돌봐줄 사람 없는’ 이가 71.9%였다. 혼자 살면서 아프다는 건 살림은 물론 간호까지 직접 해야 하는 걸 의미한다. 만약 늙어서 기력이 없는데 아프기까지 하다면 청소나 빨래 같은 살림을 챙기기는커녕 약조차 챙겨 먹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래서 관계자들이 고독사 현장에 가면 아직 뜯지 않은 약봉지들과 요리 흔적 없는 부엌을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한편, 고독사 관련 기사를 본 단톡방 멤버들은 A(58세)가 언제부터인가 조용해졌다며 궁금해했다. 그는 단톡방에 활발히 글을 올리던 멤버였다. 친구들이 ‘독거노인’이라 놀려도 웃어넘기던 10년 차 돌싱이다. 동창 모임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석하는 이였다. 

그런 그가 단톡방에 나타나지 않으니 이상한 신호였다. 단톡방에서 공개적으로 혹은 A와 친한 이들은 개인적으로 그를 호출했다. 그런 호응에 떠밀려 A는 단톡방에 소식을 올렸다. 운영이 힘들어 가게를 정리했고 당분간 조용히 지내고 싶다는 메시지였다. 

단톡방 다른 멤버들에 의하면 A는 사업 실패 여파로 이혼했고, 이후 자영업에 손댔으나 재미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한편, 서울시의 조사에서도 ‘최근 10년간 실패 상실 경험 2회 이상’ 경험한 이를 고독사 위험군으로 꼽았고, 대상자 중 28.9%가 이와 같은 경험을 했다고 답했다. 그래서 A의 동창들은 그가 사회적 단절을 계속 이어가지나 않을지 걱정했다. 

지난 1월 경기도 성남의 한 고독사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
지난 1월 경기도 성남의 한 고독사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

어쩌면 우리 주변에

기자는 지난 1월 안타까운 장면을 목격했다. 어느 날 퇴근 하는데 마을버스 정류장 맞은편 건물 앞에 경찰과 119구조대가 와 있었다. 1층에는 점포들이 있고 2층에서 4층, 그리고 지하에 사람이 거주하는 건물이었다. 잠시 후에는 구급차까지 왔다. 뭔가 사건이나 사고가 벌어진 게 분명했다.

출동한 이들이 향한 곳은 지하였다. 이 장면을 함께 지켜보던 그 건물 건너편 편의점 주인은 “지하 아저씨가 담배 사러 매일 왔었는데 못 본 지 며칠”이라고 했다. 순찰차와 구조대가 왔을 때 “혹시, 그 남자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지하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도 들렸다. 구조대원이 트럭에서 공구함을 꺼내 지하로 내렸다. 뭔가를 내려치는 금속성이 들렸다. 그리고 문이 열리는 소리도. 결론적으로 안타까운 일이 기자가 사는 동네의 한 건물 지하에서 일어났다. 

편의점 주인은 동네에서 폐지나 공병 줍는 노인들을 유심히 살피곤 했었는데 손님이었던 이가 잘못돼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이렇듯 고독사는 지금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어쩌면 고독사 위험군도 우리 주변에 많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고독사 예방은 사소하더라도 주변을 향한 관심에서부터 출발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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