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사회의 관심을 느끼게 하는 것이
1인 가구를 위한 정책과 지원사업의 출발점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지난 추석 연휴 첫날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4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언론에 보도된 정황은 고독사를 가리키고 있었다. 홀로 살던 이 남성은 사망 후 여러 날이 지난 후 발견돼 1인 가구의 사회적 연결망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었다.

지난 기사에서 밝혔듯이 ‘1인 가구 지원 조례’를 마련한 지자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조례 제정은 준비 작업의 첫 단계로 관련 사업에 대한 근거 마련이 그 목적이다. 중요한 것은 실태 파악과 정책 마련 등 후속 작업이다.

관악구의 1인 가구를 위한 행복한 밥상 프로그램. (사진=관악구 제공)
관악구의 1인 가구를 위한 행복한 밥상 프로그램. (사진=관악구 제공)

주요 광역자치단체의 1인 가구 정책

2023년 10월 현재 대부분의 광역자치단체가 ‘1인 가구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이 중에는 실태 파악에 나선 지자체도 있고 실제 정책을 수립해 추진 중인 지자체도 있다. 

경기도는 2020년에 1인 가구 지원정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서 경기도는 외로움·고립, 식생활, 자립, 건강, 안전, 웰다잉의 6개 분야의 지원정책을 마련했다. 

외로움·고립 분야에서는 청년과 중장년 전용 커뮤니티를 조성해 관계망 형성을 지원하고, 노년 1인 가구에는 AI를 활용한 돌봄을,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1인 가구에는 반려동물 돌봄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식생활 분야에서는 공동부엌, 식생활 개선 프로그램, 공동급식 제공 등 소셜다이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자립 분야는 1인 가구에 필요한 교육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생활용품 공유 등 홀로서기를 지원하고 있다. 안전 분야는 범죄 예방 시스템 구축 등 안정적인 주거 공간 마련을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웰다잉 분야는 1인 가구의 웰다잉 관련 교육을 제공하고, 무연고 사망자 대책도 세우고 있다.

부산광역시는 소득·돌봄, 안전, 주거, 생활·건강 등 4개 분야의 1인 가구 정책을 마련했다. 소득·돌봄 분야의 정책은 자산 형성 지원과 스마트 돌봄서비스, 일자리 지원이 있고, 안전 분야는 안심 원룸 인증사업, 범죄예방디자인(CPTED), 심야 마을버스, 범죄 취약지역 순찰 등의 지원 사업이 있다.

주거 분야는 1인 가구를 위한 주거비용 지원과 주거 공급 확대를 꾀하고 있고, 생활·건강 분야는 1인 가구의 사회적 관계망 형성을 지원하고, 돌봄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대구광역시는 여성가족부의 사업과 연계해 1인 가구를 지원하고 있다. 대구시 산하 기초자치단체에서 여가부의 ‘다양한 가족 지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1인 가구 사회적 관계망 형성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전광역시는 전국에서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다. 그래서 사회적 관계망 분야에서 고독사 예방을, 주거 분야에서 청년층과 노년층에 대한 주거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안전 분야에서는 생활 속 안전 강화를, 돌봄 분야에서는 노년 1인 가구 방문 서비스 등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시의 1인 가구 정책

서울시는 특별시라는 명칭에 걸맞게 많은 정책을 선도적으로 펼치고 있다. 1인 가구 조례의 경우 2016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제정했고, 이를 토대로 2017년에 1인가구 실태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실시했다. 이런 준비 과정을 거쳐 서울시는 2019년 ‘1인 가구 지원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사회적 관계망 형성에 방점을 두었다. 그래서 소셜다이닝, 맞춤형 커뮤니티 공간, 동아리 활동 지원 등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호혜적 체계 구축이 대부분을 차지했었다. 하지만 1인 가구의 주요 이슈인 경제자립, 주거 안정에 관한 분야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런 지적을 보완해 서울시는 2022년 ‘서울시 1인가구 안심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이 종합계획에는 ‘건강안심’, ‘범죄안심’, ‘고립안심’, ‘주거안심’의 4개 분야의 과제가 있는데 연령, 성별, 지역 등 다양한 1인 가구의 특성을 고려했다. 

중장년 1인 가구에는 고립과 고독에서 탈출해 일상은 물론 사회로의 복귀를 꾀하게 하고, 노년 1인 가구에는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방치를 예방하고 복지안전망으로부터의 단절을 예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 추석에 서울의 여러 기초자치단체는 1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는 서울시가 광역단체 차원에서 마련한 정책을 토대로 기초자치단체에서 세부 계획을 추진한 것이었다.

관악구는 추석을 앞두고 중장년 남성 1인 가구 대상의 ‘행복한 밥상’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행복한 밥상’은 세 가지 이벤트로 구성됐다. 소셜다이닝 프로그램인 ‘식톡락’, 건강식단을 배우는 ‘건강밥상 나눔’, 1인 가구가 스스로 요리하고 음식을 싸갈 수 있는 ‘공유주방’ 프로그램 등이다.

중구에서도 관내에 사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명절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함께 음식을 만들고 식사하고, 남산한옥마을을 산책하는 시간을 가졌다. 1인 가구를 위한 호신술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지난 추석 중구에서 펼친 1인 가구를 위한 요리 프로그램. (사진=중구 제공)
지난 추석 중구에서 펼친 1인 가구를 위한 요리 프로그램. (사진=중구 제공)

혼자라서 더 챙겨야 하는 건강

지난 명절에 서울시의 기초자치단체가 펼친 프로그램들을 보면 1인 가구의 사회적 연결망과 균형 잡힌 식사가 중요한 것을 보여준다. 

서울시에서 발표한 ‘1인 가구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40~64세 1인 가구의 58.1%가 직접 음식을 조리하지만, 가정간편식을 이용하는 경우가 17.4%로 적지 않았다. 이들은 또한 배달 음식(7.3%), 빵이나 샌드위치(5.5%), 편의점 음식(2.7%) 등으로 식사를 해결하기도 했다. 

이 조사에서 식사를 거를 때가 많다고 대답한 1인 가구도 많았다. 그들 중 35.9%는 식욕이 없거나 귀찮아서, 12.5%는 혼자 먹기 싫어서, 12.3%는 장을 보는 게 번거롭다고 이유를 들었다.

혼자 사는 이의 건강을 해치는 요소는 질병일 때가 많지만 부실한 영양에서 오는 경우도 많다. 고독사 현장 목격담을 들어보면 사망 즈음 식사 흔적이 없거나 부실하다고 한다. 그래서 1인 가구를 위한 요리 강좌나 음식 준비부터 식사까지 함께하는 소셜다이닝, 그리고 도시락 배달 등의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건 분명 긍정적이다. 

1인 가구를 위한 정책과 지원 사업에서 중요한 점은 무엇보다 홀로 사는 이들을 향한 관심으로 보인다. 혼자 살아도 이웃과 사회의 관심을 느끼게 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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