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사 두달만에...이 전 회장 자택 등 압색
임직원에 허위 입금으로 20억 비자금 조성 혐의
출소→사면→또 수사…시민단체 고발도 이어져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태광그룹에 또 오너리스크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이 지난 8월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지 두 달 만에 또 다시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된 것. 

지난 2018년 12월 12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횡령 배임' 혐의와 관련한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지난 2018년 12월 12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횡령 배임' 혐의와 관련한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24일 이 전 회장의 자택과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빌딩 소재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사무실, 경기도 용인 소재 태광CC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태광그룹 임원의 허위 급여 지급·환수를 통한 비자금 조성 △태광CC의 골프연습장 공사비 8억6000만원 대납 △계열사 법인카드 8094만원 사적 사용 등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태광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20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 전 회장이 급여 명목으로 직원 계좌에 돈을 입금한 뒤 이를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 급여가 의심되는 시점은 2015년에서 2018년으로 알려졌다.

또한 경찰은 이 전 회장이 태광CC를 통해서 계열사에 대한 공사비를 부당하게 지원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수사기관에서 요청하는 부분에 대해 성실하게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참여연대,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 회원들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등 일가 배임혐의 검찰 고발 노동시민사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지난 4월 참여연대,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 회원들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등 일가 배임혐의 검찰 고발 노동시민사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특별 사면됐지만 또 횡령‧배임 혐의

이 전 회장은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지 두 달 만에 또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됐다.

그는 2011년 태광산업이 생산하는 섬유제품이 실제보다 적게 생산된 것처럼 조작하는 방식으로 421억원을 횡령하고 약 9억원의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 등으로 2011년 구속 기소됐다.

기소 이후 이 전 회장은 간암과 대동맥류 질환을 이유로 구속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보석을 허가받았다. 이 전 회장은 7년 넘게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으며 ‘황제 보석’ 논란이 제기됐다.

2018년에는 병보석 중 외부에서 음주와 흡연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며 파문이 일었다. 이 전 회장은 같은 해 12월 병보석 취소 결정으로 7년 9개월 만에 재수감됐다. 그의 실제 수감 기간은 고작 63일 이었다. 이후 대법원은 2019년 이 전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을 확정했고, 그는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이 외에도 이 전 회장과 관련한 잡음은 끊이질 않았다. 2019년 공정위는 이 전 회장 개인회사가 태광그룹 계열사에 김치·와인 등을 강매했다며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다만 검찰은 이 전 회장이 관련 재무 상황을 보고받거나 범행을 지시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장만 재판에 넘겼다. 김 전 실장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26일 벌금 40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21년에는 이 전 회장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차명주식 허위 신고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약식기소된 이 전 회장은 벌금 3억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현재도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한 상태다. 지난 4월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 8곳은 이 전 회장이 계열사를 동원해 자신이 운영하는 골프장인 휘슬링락CC의 회원권 매입을 강요했다고 주장, 1000억원 대의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앞서 이들 단체는 지난해 7월 이 전 회장이 2019년 티브로드를 sk브로드밴드에 매각하면서 위장계열사를 동원해 2000억원 대의 배임 행위를 저질렀다며 그를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태광그룹 CI
태광그룹 CI

미래 준비하려는 찰나…불거진 오너리스크

이 전 회장은 특정경제가중처벌법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5년간 취업 제한 규정을 적용받아 2026년 10월까지 관련 기업에 취업이 불가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취업 제한 규정이 풀리며 경영 복귀의 길이 열린 상황이었다.

특별복권 소식이 전해진 날 태광그룹은 “지속적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국가 발전에 힘을 보태고 경제 활성화 이바지로 국민 여러분과 정부 기대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 전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설이 흘러나왔다.

사면 이후 첫 행보는 24개 전 계열사 특별감사였다. 이 전 회장의 수사와 재판으로 생긴 경영 공백 시기를 다시 한번 들여다본다는 계획이었다. 8월 초 부동산, 레저(골프장)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 티시스에 대한 내부 감사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했고, 이에 경영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던 김기유 대표가 해임되기도 했다. 이후 감사를 전 계열사로 확대했다.

또한 태광은 이달 16일 미래위원회를 출범시키고 ESG 중심의 경영체계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미래위원회는 그룹 차원에서 일관성과 속도감 있는 ESG 추진을 위해 그룹의 비전 및 사업전략 수립을 담당한다.

태광그룹은 다음 달 중 ESG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내년 1월까지 이를 실행하기 위한 실천계획을 설정할 예정이었다. 다만 이번 이 전 회장의 경찰 수사로 사업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태광그룹은 이번 경찰 수사와 관련해 이 전 회장 공백 기간 동안 전 경영진이 저지른 비위 행위라는 입장이다. 태광그룹은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이 전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이 전 회장의 공백 기간 동안 그룹 경영을 밭았던 전 경영진이 저지른 비위 행위였다는 것이 감사 결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횡령‧배임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이 발생한 시기에 이 전 회장은 수감 중이었거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였으며, 일상적 경영에는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며 “태광그룹은 이번 의혹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날 수 있도록 경찰 수사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제공하는 등 적극 협조할 방침이며, 현재 진행 중인 내부 감사를 더욱 철저히 진행해서 전임 경영진의 비위 행위에 대해서는 즉각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내부 감사에서 드러나고 있는 전 경영진의 전횡과 비위 행위가 전 회장의 배임·횡령 의혹으로 둔갑해 경찰에 제보된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 감사에 이어 경찰 수사까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비위 행위의 주체와 내용들이 낱낱이 드러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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