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개장, 경기동부-강원도 잇는 대표 터미널
이달 30일 마지막 영업...49층 주상복합건물로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서울 상봉터미널이 오는 30일 영업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1985년 9월부터 서울 동부 지역의 관문 역할을 맡아온 시외버스터미널이었다. 열차 등 대체 교통편이 많아지면서 시외버스 노선이 줄어들고 동서울터미널 이용 승객이 많아진 여파로 문을 닫게 되었다.

상봉터미널 전경. 폐업 안내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상봉터미널 전경. 폐업 안내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서울 동부 지역의 관문

노년층에게 상봉터미널에 관해 물어보면 ‘마장동 시외버스터미널’을 함께 언급하는 이가 더러 있다. 마장동 시외버스터미널의 정식 명칭은 ‘동마장터미널’이었다. 1969년 6월부터 1989년 9월까지 서울 동부 지역의 관문이었던 동마장터미널은 지금의 동대문구청 자리에 있었다. 

“서울에서 공부하던 대학생 시절 동마장터미널은 고향과 연결되는 곳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자리 잡게 된 후에는 상봉터미널이 그 역할을 했고요. 그런 터미널이 사라진다니 젊었던 시절 추억의 한 페이지가 사라지는 듯합니다.”

춘천에서 상경해 중랑구에 사는 김주태(70) 씨의 말이다. 그는 서울에 정착하며 동대문구나 중랑구 등 서울 동부 지역을 옮겨 다녔었는데 강원도와 가깝고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는 이유가 컸다고 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의 시외버스터미널은 을지로6가에 있었다. 교통난이 심해지는 도심을 피해 외곽으로 이전한 것이 동마장터미널이었다. 명칭은 마장동을 의미하지만 용두동에 있었다. 1980년대에 들어가며 이곳도 부도심으로 복잡해지자 이전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그곳이 동서울터미널과 상봉터미널이었다.

이전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동서울터미널 자리는 서울의 쓰레기 매립장이었고 상봉동은 서울 외곽의 한산한 지역이었다.

상봉터미널 전경.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상봉터미널 전경.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상봉터미널 승차장에 서 있는 시외버스. 현재 승차장으로 쓰는 장소는 예전에 원래 하차장이었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상봉터미널 승차장에 서 있는 시외버스. 현재 승차장으로 쓰는 장소는 예전에 원래 하차장이었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1985년 9월에 개장한 상봉터미널은 경기도 동부 지역과 강원도를 연결하는 시외버스 노선들이 많았다. 특히 홍천, 양구, 인제, 원통 등 강원도 곳곳을 연결해 승객 중에는 군인들이 많았다. 1980년대 말 원통에서 군 생활을 한 유국성(59세) 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휴가를 받으면, 원통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44번 국도로 오다가 홍천 즈음에서 6번 국도를 만난 후 도농삼거리를 지나면 서울에 다 왔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던 게 기억납니다.”

상봉터미널에 도착했다고 해서 유씨의 여정이 끝난 게 아니었다. 강남의 집까지 가려면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야 했다고. 전역 후 그는 생활 반경과 상봉터미널이 멀어서 상봉터미널을 이용한 적이 없다고 했다. 시외버스를 타야 하면 동서울터미널로 갔다고.

상봉터미널은 개장 초 11개 운수업체가 강원도 등에 551대의 버스를 투입해 120개 노선을 운영했다. 하루 승객이 2만여 명을 넘길 정도로 붐볐다. 그런 상봉터미널이 문을 닫게 되었다.

폐업을 앞둔 상봉터미널

상봉터미널 인근의 모습은 시외버스터미널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상봉터미널 바로 앞에 망우역이 자리하고 있다. 경의중앙선과 경춘선이 지나는 철도역이다. 예전보다 안락한 열차로, 그리고 시외버스보다 빠르게 경기도와 강원도를 연결하고 있었다.

7호선 지하철도 근처를 지난다. 서울 다른 지역과의 연결망이 좋아졌지만, 상봉터미널 이용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열차 등 대체 교통망이 많아진 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동서울터미널의 존재가 상봉터미널에 악영향을 끼쳤다.

1990년에 개장한 동서울터미널은 상봉터미널의 시외버스 노선과 거의 같은 노선을 제공했다. 게다가 대중교통망도 편리했다. 결국 접근성이 떨어지는 상봉터미널은 승객들의 외면을 받게 되었다. 

그렇게 상봉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노선은 계속 줄어들었다. 요즘에는 원주 노선만 있고, 하루 이용객은 20명 정도에 머물렀다고 한다. 2만여 명이 붐볐던 시절과 비교하면 승객이 천배나 줄어든 것.

상봉터미널 외부. 운전학원이 입주해 있고, 터미널 영업 종료 안내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상봉터미널 외부. 운전학원이 입주해 있고, 터미널 영업 종료 안내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상봉터미널 내부. 매표소는 영업을 안한지 오래된 것으로 보이고 승차권 발매기에는 폐업 안내가 붙어 있다. 매점도 셔터를 내렸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상봉터미널 내부. 매표소는 영업을 안한지 오래된 것으로 보이고 승차권 발매기에는 폐업 안내가 붙어 있다. 매점도 셔터를 내렸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폐업을 며칠 앞둔 상봉터미널은 쇠락해 보였다. 예전에는 시외버스로 가득했을 터미널 건물이 운전 교습용 차들로 가득했다. 터미널 건물에서는 운전학원과 경륜장이 영업하고 있었다. 

그리고 승차장에는 버스 한 대가 보였다. 원래는 하차장으로 쓰던 장소이지만 요즘에는 승차와 하차를 한 장소에서 하고 있었다. 예전에 승차장으로 쓰던 곳은 운전학원에 내주었다. 건물 외벽 곳곳에는 폐업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낡은 타일의 외벽과 폐업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상봉터미널의 사라짐을 보여주는 듯했다. 

터미널 건물 내부는 어두웠다. 인적은 없었고 셔터를 내린 매점이 눈에 띄었다. 매표소는 영업을 안 한 지 이미 오래인 듯 보였고 그나마 티켓 창구 역할을 하는 승차권 발매기에는 폐업 안내가 붙어 있었다. 

현재 상봉터미널에 남은 유일한 노선인 원주행 시외버스는 하루 6번 운행하고 있다. 승차장 앞 안내 카운터에 손으로 쓴 시간표가 보였다. 버스 출발 시각이 아직 멀어서 그런지 카운터는 물론 벤치에 아무도 없었다.

원주행 시외버스 승차장.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원주행 시외버스 승차장.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원주행 승차장.  안내 카운터에 손으로 쓴 버스 운행 시간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원주행 승차장. 안내 카운터에 손으로 쓴 버스 운행 시간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상봉터미널 곳곳에 붙은 터미널 폐업 안내문에는 “지난 수십 년간 지속적인 이용객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터미널의 운영”을 계속해왔지만, “최근에는 하루 이용객이 20명 미만까지 감소”해 더는 터미널 운영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설명돼 있었다.

상봉터미널 운영사 측은 터미널 부지에 아파트 999세대, 오피스텔 308세대, 상업·문화 시설 등으로 이뤄진 지하 8층~지상 49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준공 완료 시점은 오는 2029년이다. 

터미널 건물 앞에서 어묵 등 먹거리를 파는 가판점 상인은 “새로 들어설 건물이 기대된다”면서도 “앞으로 몇 년간은 공사가 진행될 텐데 어떤 환경”이 닥칠지 염려하는 모습이었다.

오는 12월 1일부터 원주행 시외버스는 상봉터미널 앞 도로의 임시 승차장에서 타야 한다. 40년 가까이 서울 동부 지역 관문의 역할을 맡았던 상봉터미널은 이곳을 기억하는 이들의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상봉터미널 곳곳에 붙은 폐업 안내문.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상봉터미널 곳곳에 붙은 폐업 안내문.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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