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까지 사장 후보 공개 모집
4연임 도전 앞둔 백복인 거취 관심
정부 기조에 ‘연임 우선심사제’ 삭제 변수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10년째 KT&G를 이끌고 있는 ‘최장수 CEO’ 백복인 대표이사 사장의 4연임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차기 사장 선임 절차가 본격화 된 상황에서 아직 백 사장이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은 만큼 4연임 도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내부적으로 기존 사장 선임 제도가 변경됐고, 정부의 소유분산 기업의 CEO 연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로 백 사장의 연임으로 가는 길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백복인 KT&G 사장 (사진=KT&G 제공)
백복인 KT&G 사장 (사진=KT&G 제공)

4일 업계에 따르면 KT&G는 지난달 말부터 차기 사장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오는 10일까지 사장 후보를 공개 모집한다.

사외 사장 후보는 공개 모집 및 서치펌 추천 방식을 통해 자격 요건에 부합하는 후보들로 구성된다. 공개 모집으로 진행되는 사장 후보의 지원 자격은 담배 또는 소비재 산업에서 종사한 경험을 가지고 있거나, 기업의 대표이사 또는 대표이사에 준하는 사업부의 손익관리에 종사한 사람이다.

사내 사장 후보 모집단은 백 사장을 포함해 2020년부터 운영 중인 고위경영자 육성 프로그램 대상자 및 사장이 모집단에 속할 수 있다.

KT&G의 사장 선임 절차는 관련 법령 및 정관 등에 따라 약 3개월에 걸쳐 ‘지배구조위원회→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사회 보고 및 주총 승인’의 3단계 프로세스로 진행된다. 작년 12월 28일 KT&G 이사회와 지배구조위원회는 사장 후보 심사대상자 선정 계획과 시장 후보 심사 기준을 논의했다.

지배구조위원회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의 의견을 반영해 내년 1월 말 사장 후보 심사대상자를 확정하고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 추천할 계획이다.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사장 후보 심사대상자에 대한 논의를 거쳐 2월 말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고 이사회에 보고한다.

이후 이사회의 주주총회 안건 상정 결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3월 말 정기주주총회에서 차기 사장이 선임될 예정이다.

4연임 코 앞인데…장기 집권 변수는

현재 KT&G를 이끌고 있는 백 사장은 올해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백 사장은 1993년 입사해 2015년 대표로 취임했다. 공채 출신 첫 대표로 지금까지 9년째 대표직을 맡고 있다.

백 사장 취임 이후 KT&G는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며 외형 성장을 이뤘다. 2016년 4조원대의 매출은 2020년 창사 이래 최초로 5조원을 넘어섰고, 2022년 6조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실적 성장에 힘입어 백 사장은 2018년과 2021년 연임에 성공했다.

아직 백 사장의 4연임 도전 여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업계에서는 10일까지 후보 공개 모집을 하는 만큼 아직 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아 4연임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백 사장이 4연임에 성공하면 2027년 3월까지 KT&G를 이끌게 되며, 12년동안 KT&G 수장직을 맡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렇다면 백 사장의 추가 집권은 가능할까. 기업 내부에서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알려진 백 대표지만 올해 대내외 환경은 ‘빨간불’이다.

우선 지난해 12월 KT&G 이사회가 ‘연임 우선 심사’ 조항을 삭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제도는 현직 사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다른 후보자에 우선해 심사할 수 있는 제도다. 현직 사장이 자격심사에서 적격 판정을 받으면 단독 후보로 주총에 참여할 수 있는 이른바 ‘셀프 연임’이 가능해진다. 해당 조항의 첫 수혜자는 백 사장이 될 예정이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의 공세도 거세다.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지난해 KT&G의 경영 개선을 요구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사장 후보 선임 절차 개선을 요구하는 서한을 이사회에 보내기도 했다.

FCP는 지난 2021년 백 사장 연임 결정 당시 11영업일 만에 백복인 사장을 단독 후보로 추대한 것 등이 공정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하며 외부에 후보 자격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사장 후보 선정 절차에 대해서는 “말장난 밀실투표”라며 “지배구조위원회-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사회 등 세 기구는 모두 백복인 사장 임기 내 임명 된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실상 동일한 집단”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소유분산 기업의 셀프 연임 관행에 비판적인 기조를 보이는 것도 넘어서야 한다. 소유분산 기업은 지분이 분산돼 지배주주가 없는 회사로 KT, 포스코 등 통상 민영화된 기업이 포함된다. 해당 기업들은 연임 우선심사 조항을 삭제했고, 구현모 전 KT 대표, 최정우 포스코 회장 등은 국민연금의 반대로 연임 도전을 포기한 바 있다.

2분기 말 기준 KT&G의 최대 주주는 중소기업은행(6.93%), 2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6.31%)이다. 중소기업은행의 최대 주주는 기획재정부(59.5%)로 사실상 정부 영향력이 크다. 앞서 중소기업은행은 지난 2018년 백 사장의 연임을 반대한 이력도 가지고 있다.

한편 사장 선정 과정 불공정 논란과 관련해 임민규 KT&G 이사회 의장은 “모든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미래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원칙하에 전 과정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바탕으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3단계 프로세스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주주들과 소통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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