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사추위, 방경만 부사장 새 수장 후보로 확정
‘에쎄 체인지’ 국내 점유율 1위로…핵심 분야 경험
28일 주총서 결정…FCP·기업은행 후보 추천 변수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KT&G가 차기 사장 최종 후보에 방경만 수석부사장이 최종 낙점됐다. 이를 두고 전문성을 갖춘 최적의 인물이라는 평가와 내부 세습이라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방 후보는 이달 진행될 주주총회에서 선임 여부가 결정이 될 예정인데, 행동주의 펀드의 반대 공세와 3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결정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방경만 수석부사장이 KT&G 차기 사장 후보로 결정됐다. (사진=KT&G 제공)
                          방경만 수석부사장이 KT&G 차기 사장 후보로 결정됐다. (사진=KT&G 제공)

4일 업계에 따르면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2일 방경만 수석부사장을 차기 사장 후보로 결정했다. 방 후보는 오는 28일 개최 예정인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사장 선임이 결정된다.

사추위는 “각 후보자별로 ‘경영 전문성’, ‘글로벌 전문성’, ‘전략적 사고 능력’, ‘이해관계자 소통능력’, ‘보편적 윤리의식’ 등 5대 요구 역량에 대한 적격성 여부를 다각도로 심도 있게 검증하고 논의한 결과, 방경만 사장 후보가 차기 사장으로서 충분한 자질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회사의 미래 비전을 명확하게 달성해 낼 수 있는 최적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방경만 사장 후보는 1998년 KT&G의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에 공채로 입사한 후 브랜드실장, 글로벌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사업부문장 등 회사의 핵심 분야를 두루 거쳤다. 그는 백복인 사장 체제에서 중장기 성장전략 수립 및 주주환원정책 추진을 주도했고, 현재 총괄부문장으로서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특히, 브랜드실장 재임 시 선보인 ‘에쎄 체인지’는 현재 국내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로 국내시장 점유율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글로벌본부장 재임 당시 해외시장별 맞춤형 브랜드 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해 진출 국가 수를 40여개 국가에서 100여개 국가로 확대하며 사상 최초로 해외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성과 창출을 주도했다.

결국엔 내부인사…행동주의펀드와 재충돌?

하지만 이번 사추위 결정으로 KT&G는 내부 세습을 이어간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KT&G는 2002년 민영화 이후 내부 인사로만 사장을 선임했다. 3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둔 백복인 사장의 경우 2018년과 2021년 연임에 성공하면서 ‘셀프 연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를 두고 지분 0.43%를 보유한 싱가포르계 행동주의펀드 플래시라이트캐피탈피트너스(FCP)의 공세가 이어졌다. FCP는 지난해 10월 KT&G 이사회 의사록 열람 등기를 허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KT&G 사장 선임 절차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특히 사장 선임 절차와 관련해서 “KT&G는 사장 선임 과정이 지배구조위원회,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 이어 이사회까지 3단계로 진행된다고 밝혔지만, 이 세 기구는 모두 백복인 현 사장 임기 내 임명된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실상 동일한 집단이다”라며 “말장난 밀실 투표”라고 주장했다.

FCP의 공세는 경찰 수사로까지 번졌다. 지난 1월 FCP는 백복인 KT&G 사장을 포함한 전·현직 사내 외 이사들이 회사에 1조 원대 손해를 끼쳤다며 이사 책임 추궁 소 제기 청구서를 발송했다. 지난 2001년부터 KT&G 자사주 1000만여 주를 소각하거나 매각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지 않고, 재단 및 기금 등에 무상으로 증여했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KT&G는 "자사주 증여는 공익적 목적으로 경영상 필요했으며, 자사주 처분도 관련 법령상 요구되는 제반 절차를 모두 준수했다"며 소 청구를 거절했다.

이후 사외이사들이 2012년부터 매년 해외 법인 시찰 명목으로 외유성 출장을 떠났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시민단체의 고발까지 이어졌다. 공정산업경제포럼 등 6개 시민단체는 백복인 사장과 경영진, 사외이사 6명 등을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했으며, 최근 수서 경찰서가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수사 대상에는 방 후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총까지 약 한 달 남짓…선임 문턱 넘을까

앞서 FCP는 KT&G 사장 후보자 선임과 관련해 “독립성이 없는 사람들이 그대로 사장 후보자로 나섰다”며 “방경만 수석부사장의 경우 2021년 완전한 경영진이 된 이후 영업이익이 30%가 떨어지는 등 전문성 측면에서도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 바 있다. FCP는 지난달 21일 국민연금에 대표 선임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는 등 주총을 앞두고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국민연금은 미국 투자자문사인 퍼스트 이글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7.31%), 중소기업은행(6.93%)에 이은 3대 주주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6.3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22년 소유분산기업에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고 공정하고 투명하지 않은 CEO 선임 과정에 목소리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최근 KT와 포스코의 수장 선임 과정에도 적극 개입한 바 있다.

국민연금이 이달 열릴 KT&G 주주총회 전까지 방 부사장의 사장 선임에 반대표를 던진다면 선임 안건은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방 사장 후보가 경찰 수사 대상에 올라가는 등 KT&G를 둘러싼 각종 악재가 국민연금의 입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KT&G 측은 이사회 규정에 따른 업무 수행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에 중소기업은행도 국민연금의 의견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또한 기관 투자자 외에 의결권이 있는 소액주주(60.36%)들 중 외국인 투자자(이날 기준 42.72%)의 표심도 중요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KT&G CEO 선임을 두고 단 한 번도 문제제기를 한 적이 없는 만큼 주총에서도 회사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총에서 선임안이 통과되면 방 후보는 9년 만의 KT&G의 새로운 수장이 된다. 방 후보의 최우선 과제는 실적 개선이다. 특히 수년간 이어지는 영업익 하락세를 끊어내야 한다. 2020년 1조48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KT&G는 2023년 1조1679억원으로 약 21% 감소했다.

또한 지난해 발표한 ‘2027 KT&G 비전’ 달성에도 총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7 KT&G 비전’은 NGP(전자담배)·건기식(건강기능식품)·글로벌 CC(궐련담배) 등 3대 핵심사업을 축으로 2027년까지 4억원을 투자해 매출액 1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는 것이 골자다.

김명철 사추위원장은 “위원 모두는 외부 간섭 없이 내·외부 후보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번 사장 후보 인선 과정을 진행해 왔다”며 “방경만 사장 후보는 사업 전반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KT&G가 글로벌 탑 티어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있어 역량을 발휘할 최적의 후보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달 개최되는 KT&G 주총에서는 대표이사 사장 방경만 선임 건 외에 재무제표 및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2명 선임(집중투표),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이 중 핵심 안건은 집중투표제로 진행될 ‘이사 2명 선임’이다. 사측에서는 방경만 수석부사장과 임민규 이사회 의장을 후보로 추천한 상황에서 최대주주인 기업은행이 손동환 성균관대 교수를, FCP 측에서는 이상현 대표를 후보로 내세웠다. 집중투표제는 FCP의 요구사항으로 기업이 복수의 이사를 선출할 때 주주에게 1주당 후보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제도다. 소액주주의 표심에 따라 특정 후보가 선임될 가능성이 열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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