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환경 이해의 리디파인 시대

이대성 칼럼니스트.
이대성 칼럼니스트.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이대성] 앞이 보이지 않는다. 모든 분야가 스모그다. 뜻이 다르면 주적처럼 대하며 험악한 말로 상대방을 공격한다. 경제 및 문화적 양극화를 넘어 정서적 언어적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사회가 온통 자극적인 언쟁과 선동으로 멀쩡한 사람마저 시들어간다. 청년과 아이들의 눈과 귀를 모두 막아야 할 지경이다. 이들은 무엇을 보며 성장하고 있으며 동방예의지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국가가 행복해야 기업이 행복하고 그러한 기업 속에 아름다운 조직문화가 있다. 회사마다 선수들이 만들어 놓은 다양한 채용 정책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뽑아 놓으면 금방 나가고 합격한 다음 출근하지 않는다. 출근해도 분위기는 대부분 삭막하며 간당간당 적응해 왔던 나름대로의 연기력으로 순간, 순간을 버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채용과 기업은 사회 속에 있다. 사회가 시들고 병들면 멀쩡한 기업도 병들고 시든다. 그래서 사회가 바로 서야 기업 경영도 채용 정책도 순탄하다. 채용에 있어서 경영자나 인사 담당자가 우선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채용 검증 과정(Hiring Process)이 아니라 사회 밑바탕에 대한 공부와 사람에 대한 공부이다. 

혹시 채용을 기업에서 이뤄지는 개별적인 행위로만 보는가? 하수다. 신입 채용은 교육기관(학교)과 기업 간의 연결이며 상생이다. 경력 채용은 기업과 기업 간의 동반성장이다. 학교와 기업이 손에 손잡고 학생을 같이 키워내지 못하면 우주 최강급의 채용 시스템이 구축되더라도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없다. 또한 기업경영이 '너는 죽고 나만 살자'로 가면 집단지성화보다 집단건성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사회가 되면 직장인의 직무 전문성은 부축일 수 있으나 지성·교양은 추락한다. 이는 경력사원이 이직 후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는 학생·직장인 모두가 시든다. 더 나아가 흉축한 이기심이 혼탁한 마중물이 되어 온전한 사람마저 날카롭게 만든다. 사회와 사람이 버겁고 삭막한데 채용과 조직문화가 순탄할 수 있는가? 수능에 찌든 청소년이다. 가정이 화목하지 못한 아이들은 더욱 외롭다. 기업과 직장인들의 격려와 동기부여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 일은 가정에서 각자 알아서 해야지"라고 할 수 있으나 가정과 학교가 낳아주고 키워준 학생이 있기 때문에 채용이 가능하다. 그냥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먼 산 불구경 하듯 대부분의 기업들은 보고만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노력도 없이 "뽑을 사람이 없다"라고 칭얼댄다. 이 얼마나 무책임한 행동인가? ESG를 웅변하듯 외치면서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을 돌보지 않는다. 학생들을 선생님·교수님이라는 사회의 일부 구성원에게만 맡겨 놓고 어떻게 제대로 된 인재를 바라는가? 

기업과 학교(초중고대)가 자주 만나야 한다. 그리고 아픔 가득한 학생들을 서로 간의 역량으로 품어야 한다. 그래야 채용 시스템이 어설퍼도 일 잘하고 연기 덜하는 사람이 채용된다. 바르게 길러진 학생이 어디로 가겠는가? 바르게 성장하게끔 키워준 기업으로 걸어가 정중히 보답한다. 또한 근무 중 참고 인내하며 서로를 다독인다. 기업이 학교에 헌신해야 하는, 학교가 기업에게 헌신해야 하는 극명한 이유이다.  

학생의 미래형은 구직자이며 구직자의 미래형은 직장인이다. 또한 한국 직장인은 누구나 다 알 듯 이직이 심하다. 따라서 다른 직장에 있는 사람을 데려와도 성장의 환경이 비슷하다. 그래서 혹자들은 "지나고 보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라고 푸념한다. 따라서 근본적 원인인 사회와 사람 속에서 채용의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초중고 학교 디자인까지 큰 공을 들인다. 주입식·암기식 교육이 아닌 소통형·창의성·포용성 교육이 가능하게 디자인한다. 이를 통해 소통·연결·상호존중에 큰 힘을 쏟는다. 여기에 품성을 더해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초등과정에서부터 길러낸다. 기업과 학교가 사람 하나 제대로 키워내기 위해 원팀으로 뭉친다. (구스틀 바이르하머 슈트라세 초등학교, 안토니우스 폰 파두아 초등학교, 헤센발트 학교, 레다 비덴브뤽 종합학교 등) 완벽하지는 않지만 부러운 시스템이다. 

기업은 상처 가득한 사회와 사람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채용 정책의 성공은 공염불이 된다. 채용하고자 하는 조직의 특징도 중요하지만 해당 국가의 환경, 세대별 가치관, 양극화, 교육 및 성장환경의 저해요소, 동기요인, 적응성, 사회 이슈, 사회문제, 가정 환경 등 사회와 사람에 대한 본질적인 공부가 필요하다. 행정·정치인에게 모든 것을 맡겨 놓은 결과는 참으로 혹독하다. 맡기지만 말고 이제 기업과 교육기관이 같이 관여하고 참여해야 한다. 길어야 10년. 우리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 모두가 원하던 인재를 만날 수 있다. 


1)  불투명한 기업의 진로

2)  직업 선택의 리디파인(Redefine) 시대  

3)  근로 환경의 리디파인(Redefine) 시대

4)  진로교육의 리디파인(Redefine) 시대

5)  채용 정책의 리디파인(Redefine)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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