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 버스, 한순간에 많은 목숨 빼앗아가

현지 사고 수습 중 스스로 목숨 끊은 최 원장
정든 일터서 가진 ‘눈물의 영결식’
사고 이후 정신적인 스트레스 시달리는 동료 공무원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중국에서 연수 중이던 한국 공무원들을 태운 버스가 추락했다. 이에 우리 국민 10명이 사망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해 국민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사고 원인은 과속과 운전 부주의인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났다. 하지만 충격적인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현지로 건너갔던 최두영 지방행정연수원장은 5일 새벽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함께 중국에서 연수 중이던 공무원들은 동료를 떠나보낸 ‘그 날’의 충격에서 여전히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中 버스 사고’ 발생부터 수습까지

▲ 사고 당시 현장 사진 (사진=중국 신화통신)
지난 1일 오후 3시30분. 당시 ‘고구려·발해·항일독립운동유적지 역사문화탐방(6.29~7.3, 4박 5일)’ 현장학습을 위해 지방행정연수원 지원관 5명을 포함해 총 148명이 6대의 차량(중국 현지차)에 나눠 타고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에서 단동(丹東)으로 이동 중이었다.

추락한 차량에는 중국인 2명을 포함한 한국인 교육생 28명이 탑승해 있었다. 이 사고로 공무원 9명과 여행사 직원 등 한국인 10명이 숨지고 16명이 크게 다쳤다.

중국 현지 언론이 공개한 사고 장면이 담긴 CCTV를 보면 당시 버스는 빠른 속도로 교각에 진입하던 중 오른쪽 난간을 들이받고 추락했다.

하천을 왼쪽으로 끼고 달리던 버스가 교각 부근에 모습을 드러낸 시각은 1일 오후 3시36분 17초 무렵. 버스는 2초 정도 뒤 교각 진입을 위해 좌회전을 시도했다.

이 때 버스의 중심이 오른쪽으로 쏠린 듯한 모습이 보인다. 버스가 달리던 속도를 제대로 통제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이후 버스는 급격히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36분 20초께 교각 오른쪽을 들이받은 뒤 결국 중심을 잃고 추락했다.

CCTV에 담긴 사고 당시 모습은 “버스가 과속으로 달렸다”는 목격자들의 증언과 상당부분 일치했다.

중국 지안시 공안국 교통대대는 4일(현지시간) 밤 ‘7·1 도로교통사고 조사상황’ 중간발표에서 “이번 사고의 주요원인은 버스운전사의 과속 및 커브길에서의 운전부주의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난 버스의 주행기록(블랙박스)을 조사한 결과, 사고 당시 주행속도는 시속 66~88㎞로 해당 도로의 제한속도를 초과한 것이 명확하다”면서 “사고지점 5.4㎞ 앞에 제한속도 시속 40㎞의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고가 난 도로폭이 9.5m, 버스가 추락한 다리폭이 7m이고 사고지점 100m 앞에 급커브 경고 표지가 설치됐다”며 “버스가 추락한 높이는 7.7m, 강의 수심은 0.8m”라고 밝혔다.

부상자 16명은 당초 중국 집안시 소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사고 다음날인 2일 오전 의료시설이 더욱 잘 갖춰진 장춘시 소재 길림대학 제1부속병원으로 후송 중으로 현재 1차로 10명은 후송이 완료되어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사진=뉴시스)
김성렬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실장은 이날 오전 열린 긴급 브리핑에서 “오늘 오전 8시 비행기로 가족 2명이 가장 먼저 출국했고, 현재 (사상자 가족을 대상으로) 문의한 결과 25명이 현지 방문 의사를 밝혀왔다”고 언급했다.

행자부는 항공편과 현지 교통·숙박을, 외교부는 긴급 여권과 비자 발급을 각각 지원했으며 국토부는 주요 공항에 안내데스크를 설치하고 전담요원을 배치, 신속히 사고 현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정종섭 행자부 장관도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피해자 가족의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사고수습을 위해 정재근 행자부 차관, 최두영 지방행정연수원장, 실무직원 9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된 ‘사고수습팀’이 이날 오전 11시 50분 현지에 도착했다.

‘사고수습팀’ 중 차관, 연수원장은 장춘시 소재 길림대학 제1부속병원으로 우선 이동하여 부상자 치료 현황을 점검하고 있고, 그 외의 팀원들은 집안시 현장에서의 사고 수습을 위해 이동했다.

행자부는 사고 현장에 급파되어 사망자 시신 복원, 검안 등을 중국 공안과 공동 수행하고, 시신 인도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전문적으로 지원할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중석 원장, 법의관 등 4명으로 구성된 ‘희생자관리단’도 긴급 파견할 계획이라 밝혔다.

‘사고수습팀’ 뿐 아니라 이날 버스 추락 사고 피해자 가족들도 속속 현장으로 떠났다.

전북 완주군 소재 지방행정연수원에 마련된 사고수습대책본부에 따르면 사고를 당한 광주광역시 소속 공무원의 가족 3명이 처음으로 이날 오전 8시 5분 항공편을 이용해 중국 선양으로 출국했다.

대책본부는 비자를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어 여권과 사진을 팩시밀리로 미리 보낸 뒤 선양에 도착하면 곧바로 비자를 받을 수 있는 ‘도착비자’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날 오후 12시45분 항공편으로는 피해자 4명의 가족 10여명이 출국했다.

경기도 소속 공무원 2명의 가족과 제주도·강원도 공무원 각 1명의 가족 등 10여명과 안내 등을 도울 해당 지자체 전담 공무원도 한 명씩 동행했다.

부상자를 제외한 중국 버스 추락사고 공무원 105명 전원은 중국 다롄에서 같은 비행기를 타고 3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귀국했다.

부상 당한 공무원들은 지난 8일 6명이 귀국했으며 창춘(長春)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공무원 4명과 가족 2명이 9일 오후 추가로 귀국했다. 10일 오후에는 다른 부상자 3명이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앞서 8일 귀국한 부상자 6명까지 합치면 10일까지 이번 버스사고 부상자 총 16명 중 13명이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나머지 부상자 3명도 의료진의 동의를 받아 조만간 퇴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中 버스 사고’ 사망 공무원 눈물로 떠나보내

▲ (사진=뉴시스)
중국 연수 중 버스 추락사고로 사망한 공무원의 시신과 유가족들이 6일 오후 1시 5분(한국시간)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행자부는 이날 공무원 시신과 유가족 입국 소식을 전하며 공무원들의 장례식이 사고 발생 6일 만에 치러진다고 밝혔다.

시신 10구와 유가족 등 총 48명(유가족 37명, 공무원 10명, 통역 1명)은 전날인 5일 오후 4시 경(중국 현지시간) 집안시를 출발해 선양시에서 1박 후, 6일 오전 10시 15분 경 대한항공(KE832편)을 통해 선양을 출발했다. 시신은 인천에 도착 후 검역을 거쳐 화물터미널에서 소속 지자체가 준비한 운구 차량을 통해 병원 영안실로 옮겨졌다.

장례는 사망 공무원의 소속 자치단체 주관 ‘지방자치단체 장(葬)’(시도 장(葬) 또는 시·구 장(葬))으로 치러지며, 경상북도만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가족장으로 한다.

버스 추락사고로 숨진 공무원들의 영결식이 8일부터 곳곳에서 지방자치단체 장(葬)으로 영결식이 치러졌다.

인천시 서구 한금택 서기관의 영결식은 인천 서구청장 장으로 엄수됐다. 고인이 마지막으로 근무한 서구청사 앞마당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강범석 서구청장을 비롯해 유가족과 직장 동료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강원 춘천시 이만석 서기관의 영결식은 춘천시 시청광장에서 치러졌다. 춘천시는 고인의 공적을 고려해 서기관(4급)으로 추서했다. 대구에서는 경북도 정광용 서기관의 영결식이 도청 앞마당에서 열려 김관용 경북도지사 등 많은 공무원들이 고인을 추모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도 최성 고양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한성운 서기관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9일 오전 10시 부산시청 광장에서는 김태홍 서기관의 영결식이 숙연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부산광역시장(葬)으로 치러진 이날 영결식에는 서병수 부산시장과 시 간부, 유가족과 동료 직원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서병수 시장은 해외연수 중 순직한 고인에게 당초 직급인 사무관에서 1계급 특별승진한 지방서기관 임명장을 추서했다.

이날 제주특별자치도청 소속 조영필 지방기술서기관의 영결식은 제주도청장으로 엄수됐다.제주도청 광장에서 열린 이날 영결식에는 유족과 장례위원, 직장 동료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조 서기관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현지서 사고 수습 중 최두영 연수원장 ‘투신자살’

▲ 사고 수습을 위해 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고 최두영(왼쪽부터) 지방행정연수원장, 정재근 행자부 차관, 안정태 행자부 사회통합지원과장이 출국했다. (사진=뉴시스)
중국에서 발생한 지방행정연수원 현장학습 차량 추락사고로 인한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지난 5일 현지에서 수습 중이던 최두영 연수원장이 투숙하고 있던 호텔에서 투신자살한 채 발견돼 큰 충격을 안겨줬다.

최 원장은 1983년 행정고시(27회)에 합격, 내무부로 공직에 입문했으며, 행정자치부 주민과장, 행정안전부 정책기획관, 강원도 행정부지사 등을 거쳐 올해 1월 지방행정연수원장으로 임명됐다.

사고 당일 오전 3시 13분경 호텔 입구 1층 바닥에 쓰러져 있던 최 원장을 호텔 보안요원이 발견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오전 3시 36분경 사망 판정을 받았다.

최 원장과 함께 방을 쓰던 연수원 관계자는 이날 오전 3시 넘어서까지 장례식장에서 버스 사고 사망자 시신 운구 대책을 논의했고 호텔로 돌아와 보니 방문이 열려 있고 방이 비어 있었다고 진술했다.

객실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객실 내부 탁자 위에서 메모지에 큰 물음표가 써져있는 볼펜 자국이 발견됐다.

최 원장은 1일 지안에서 발생한 공무원 버스 사고 수습을 위해 2일 중국으로 급파됐다. 그는 4일 밤늦게까지도 유족과 시신 운구 절차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은 현지에서 사고를 수습하면서 버스 사고 사망자 10명의 유족과 장례 절차를 협의하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압박감에 시달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사고를 당한 공무원 일행이 지방행정연수원의 중견리더과정 교육생들이기 때문에 안타까움과 책임감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행자부 관계자는 “연수를 주관한 장이라는 책임감은 물론이고 현지 화장을 주장하는 중국 측과 유해의 한국 송환을 요구한 사고 유가족 간의 이견을 조정하는 가운데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이날 오전 가진 긴급회의 자리에서 “이번 불의의 사고로 큰 슬픔에 잠겨있는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라고 비통한 심정을 밝혔다.

이어 “고 최두영 원장은 지방행정 전문가로서 그간 지방행정 개혁에 열과 성의를 다해 성공적으로 추진해 온 분”이라며 “특히 지방행정연수원 개원 50주년을 맞아 지방공무원 교육 개혁을 열정을 갖고 진행해 왔고 이에 따라 많은 성과를 거둬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고수습을 위한 모든 조치들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일상 업무를 흔들림 없이 수행하라”라고 당부했다.

지안시 장리청(張立稱) 공안(경찰)국장은 이날 오후 최 원장 추락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최 원장이 고층건물에서 뛰어내려 숨졌다”고 밝히며 추락사와 관련해 중국경찰이 최 원장의 투신자살로 결론 내렸다.

장 국장은 “추락현장 주변 CCTV 화면과 목격자들의 진술을 종합할 때 최 원장이 건물에서 추락할 당시인 5일 오전3시03분(현지시간) 객실에 다른 사람이 없었다”며 “현장감식을 실시한 결과 객실 창문에서 최 원장의 지문이 채취됐다”고 설명했다.

또 “시신 부검에서도 타살 혐의가 나타나지 않아 타살 가능성을 배제했다”고 덧붙였다.

최 원장의 시신은 버스 사고로 사망한 10명의 시신이 안치된 장례식장인 지안 빈이관에 함께 안치됐으며 10일께 국내로 운구된다. 장례는 행정자치부장으로 치르는 것으로 유족들과 협의를 마쳤다.

한편 행자부는 지방행정연수원의 모든 교육과정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지방행정 경험이 많은 정정순 행자부 지방재정세제실장을 5일 자로 지방행정연수원장 직무대리로 임명했다.

지방행정연수원, 사고 발생 8일 만에 연수 재개

지방행정연수원 ‘제15기 중견리더과정’ 공무원들이 사고 발생 8일 만인 9일 연수원으로 돌아와 연수를 재개했다.

이날 복귀한 공무원은 전체 144명 중 사망자 9명과 부상자 16명을 제외한 119명이다. 이들은 첫 수업이 시작되기 전인 오전 10시 합동분향으로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복귀한 공무원들은 이날부터 이틀동안 당초 예정됐던 정보화 교과업무 활용능력, 자기주도학습, 문예관람, 하계 개인정책과제 연구 등의 수업 대신 심리치료를 받게 된다. 전문가가 진행하는 심리치료는 기존의 수업 시간과 마찬가지로 하루 7시간씩 진행된다.

이날 오전에는 복귀 공무원 전체를 대상으로 심리치료가 이뤄지고, 오후에는 심리치료 전문가들이 공무원들을 개별 상담할 예정이다.

지방행정연수원 관계자는 “연수생들이 사고 이후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어 특별 심리치료를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다음 주 교육부터는 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기본 가치와 실무 중심의 직무 전문가 육성, 창의적 직무역량 배양, 현장실행력 확보 역량 강화 등 정상적인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된다”며 “교육생들의 상태를 지켜본 후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할 것인지 결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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