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서대문형문소 옥바라지 골목 본격 철거, 비대위 '역사문화 보존지역 지정 요구'

▲ 3.1절인 1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은 시민들이 형무소 내부를 둘러보는 모습(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안옥희 인턴기자] 옛 서대문형무소 자리 건너편 무악동에 위치한 자그마한 동네인 '옥바라지 골목'이 사라지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됐다. 일부 주민들은 사라지는 동네를 지키고자 ‘옥바라지 골목’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옥바라지골목은 일제강점기 때 형무소에 투옥됐던 독립투사의 가족들이 서울에 올라와 이 골목 여관에 머물면서 뒷바라지를 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투옥됐을 때 어머니가 이곳 여관에 살며 뒷바라지를 하는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 가족이 머물렀던 곳이다.

하지만 이 골목은 서울 종로구 무악동 제2재개발구역으로 지정돼 아파트단지로 변모될 예정이다.

해당 구역 조합원 중 70% 이상이 조합 설립에 동의해 지난해 7월 종로구청이 관리처분인가를 내렸다. 지난 2월부터 진행된 예비철거에 이어 이달부터 본격적인 철거가 실시될 예정이다.

하지만 재개발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은 골목을 지키기위해 아직까지 철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개발을 반대하는 사람 중 18가구만이 현재 무악동에 남아 있다.

재개발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비상대책주민위원회를 만들어 옥바라지골목 보존 운동을 벌이고 있다.

비대위는 지속해서 서울시에 ‘옥바라지 골목의 재개발을 막고 역사문화 보존지역으로 지정해 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다.

옥바라지 골목이 역사문화보존지역으로 지정되면 재개발로 인한 전면 철거가 아닌 옛 흔적을 보존하면서 주거 환경 개선을 꾀하는 도시재생사업 지역이 된다.

비대위는 시민들의 골목 알리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철거가 진행 중인 골목에 단 하나 남은 구본장여관에서 문화축제, 골목 투어, 사진 전시 등을 열며 골목의 역사와 가치를 알리는 홍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마을 곳곳 플래카드를 내걸어 “구속된 독립 운동가들을 끝까지 뒷바라지한 장소인 무악동 옥바라지 골목을 재개발로 허물지 말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 등 지자체는 재개발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비대위의 보전지역 지정 민원에 대해 서울시는 “옥바라지 골목이 항일 애국지사 등의 뒷바라지를 한 곳으로서 가족의 애환이 묻어 있는 곳이지만, 건축물이 낡고 헐어서 지난 2014년 3월부터 무악 2구역에 대한 실태조사 등을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한 결과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못 박았다.

시 관계자는 “옥바라지 골목 재개발에 대해 관리처분계획인가가 이미 끝나 행정처분이 내려진 상태로 현 단계에서는 재개발 중지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많은 독립 운동가가 투옥됐던 서대문형무소가 1987년 경기도 의왕시로 이전한 뒤로 옥바라지 골목은 범죄예방 집중 순찰 단속지역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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