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최창섭 교수] 荀子(순자)라는 책에서 수소이재주, 역소이복주(水(則)所以載舟, 亦(則)所以覆舟)라 갈파했듯이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나 배를 뒤엎기도 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언론은 우리 사회를 단합과 발전을 향한 힘을 규합시키기도 하나 동시에 사회를 뒤엎을 수도 있는 괴력을 가진 존재이다. ‘누가-어떻게-왜’라는 명제에 따라 위험천만한 강력한 분열과 파괴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바른 언론’의 길은 바로 현실 상황에 대한 철저한 ‘사회감시기능' 실현여부를 점검하는 파수꾼(watch dog)역할에서부터 시작한다. 언론은 마땅히 개개인의 정의와 공적인 사회정의를 동시에 미디어 콘텐츠 속에 녹여 넣는 견인차 역할의 자세를 확립하고 견지해야 한다.
 
작금의 언론현실은 분명 ‘바른언론’과는 거리가 먼 사실 왜곡과 수용자 체험의 식민화(colonization of experiences) 및 의사(擬似)환경 조성 등을 통해 현실과 동떨어진 변질, 변색, 변음 된 미디어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혹평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민 수용자는 미디어가 쏟아내는 콘텐츠에 마취된 상태에서 미디어가 웃으라면 웃고, 소리 지르라면 지르고, 울라고 하면 마구 울어대는 미디어 ‘예속’ 병에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문제는 다수 국민 수용자 일거수일투족의 희로애락을 좌지우지할 막강한 힘을 가진 미디어가 마구 쏟아내는 콘텐츠가 얼마나 진실하냐에 대한 질문이다.

주목할 현실은 바로 우리가 '사실 실종失踪 시대' (post-fact society)를 살아가면서 다양한 '3F'(fact,faith<fake)연속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진실보도는 전설이 되어버린 지 오래고, 사실(fact)은 실종 중으로, 믿음(faith)까지 없어진 공황상태에 놓여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진실보도와 사실보도는 이미 오래전 실종되면서, 사실은 사라지고 ‘가짜’ 숭배(the cult of ‘fake’)가 판치는 시대에, 전문가에 대한 믿음은 사라지고 대신 가짜가 횡행하면서, 편견과 조작이라는 색안경 바이러스(virus)속에 불신 풍조 만연한 꼼수(호도糊塗)의 시대에 매몰되어있는 현실이다.
조직화된 소수의 사기와 조작이 판치는 틈에 분산된 다수의 침묵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편승하여 메시지보다는 누가 메시지를 전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Message vs Messenger”대결시대에 누가 승리자인가하면 바로 message내용이 아닌 바이러스 전달자(색깔론자) messenger가 득세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다수의 언론이 스스로 악성 바이러스 색깔론자로 자임하면서 언론의 정도를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비근한 예로, 성급한 선정보도와 확인되지도 않은 용의단계나 혐의 사실도 일단 크게 보도해놓고 보는 침소봉대와 만성적인 속보주의가 이 나라 저널리즘을 온통 오염시키고 있다. 사후에라도 잘못된 보도를 시정하려는 노력보다 ‘아니면 그만이지’ 식으로 팽대해있는 언론가의 무책임 의식은 마땅히 단죄되어야 하건만 누가 감히 총대를 메려는 가.
역설적으로 답은 바로 언론인 스스로에게로 돌아가야 한다. 언론민주 선진국의 가르침은 너무나도 간단 명로하다. Journalism Adage: “First, Accuracy. Second, Accuracy. Third, Accuracy.
첫째도 정확성이요, 둘째도 정확보도요, 셋째도 정확성임을 분명히 유치원생 가르침처럼 명시하고 있다. 언론의 기본 ABC(기초)도 정립되지 않은 한국의 현실에서 미래를 향한 XYZ는 그저 뜬구름 잡기 식으로 요원할 뿐 아니겠는지.

역사는 되풀이된다 하지 않았든가. 고대 그리스 아테네 시대 거짓과 선동으로 사리사욕을 채우던 군중 선동가(Demagogue)와 로마 멸망을 재촉시킨 소피스트(Sophists) 현대판이 곧 현란한 거짓을 사실로 둔갑시켜 대한민국 군중을 우롱하는 신생 ‘꼼수와 구라’들의 시대를 염려케 만든 지 오래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의와 평화를 향한 바른언론 저널리즘을 향한 도전의 길을 열어야 한다. 이런 시대에 Fact-Finders 등장과 그들 역할의 중요성을 눈여겨 봐야할 때가 온 것이다. 사실검증 실천과 벌금제 도입 등이 바로 정답을 향한 첫걸음이 될 수 있겠다.
참고로  factchecking이 이미 2004년도에 미국에서 시작되었고, 심지어는 2009년에 미국의 PolitiFact.com 는 퓰리처상까지 수상한바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0여개 조직 활동중이다.
“거짓 정보 총량 줄일 것”을 주장하고, 매일 모니터링 re-twit 상위에 오른 메시지를  수집하여 내용 진위 여부를 판정하고, 그 판정결과를 트위터와 홈페이지에 공시하는 등 진실(truth) 규명은 어렵지만, 객관적 사실(fact) 확인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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