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역형 대신 '사회봉사활동' 거부당한 사연

벌금 미납, 사회봉사활동 대신 노역형

거절하는 건 ‘장애’인가 ‘장애인’인가

장애인, 취업 장벽 넘는 것조차 어려워

휠체어 탔는데 계단은 어떻게 올라가나?

"장애인을 위한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해"

 

[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아직도 많은 장애인들이 차별을 받으며 우리 사회의 냉대 속에 울고 있다. 법원이 장애인의 신체적인 제약을 이유로 들어 벌금 대체 사회봉사를 허용하지 않는 결정을 해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장애인들은 결혼, 교육, 주거, 의료, 취업 등 곳곳에서 '차별'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이들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었고, 정부에 손을 내밀어도 거절당했다. 이러한 현실에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차별을 받고 있는지 들여다보았다.

의정부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회원들이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사회봉사활동' 기각 결정 사건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우승민 기자)

장애인은 사회봉사활동도 하지말라?

지난 4일 장애인단체 등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8단독 김기현 부장 판사는 김용란(51)씨 등 중증장애인 3명이 검찰을 통해 청구한 사회봉사허가를 최근 기각했다.

앞서 지난 2015년 6월 이경호(58) 경기 의정부자립생활센터 소장과 김용란(51) 의정부장애인차별 철폐연대 집행위원장 등 장애인활동가 3명은 이틀간 의정부시청에서 농성을 벌였다. 시가 장애인활동보조인들에 대한 수당 확대를 약속해 놓고선 재정난 등을 이유로 지키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이씨 등은 시장이 면담을 거절하자 그의 집무실을 점거했고 자신들을 끌어내려던 공무원들과 충돌, 법정에도 서게 됐다. 의정부시가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소해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김씨 등은 의정부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으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 2월 24일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에서 각각 90만원~280만원의 벌금형 선고를 받았다.

이에 이들은 ‘벌금 미납자의 사회봉사 집행에 관한 특례법’을 근거로 의정부지법에 벌금을 대신해 사회봉사를 하겠다고 신청했다. 특례법은 벌금을 낼 수 없는 사람의 노역장 구금을 최소화하기 위해 2009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그러나 법원은 김씨 등이 장애인이기 때문에 사회봉사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신청을 기각했다고 김성연씨는 전했다. 질병이나 그 밖의 사유로 사회봉사를 이행하기에 부적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애인들의 노역권 보장을 주장하며 시위를 하고 있는 의정부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 (사진=우승민 기자)

이에 김씨는 지난달 말 기각 결정문을 받고 바로 항고했다. 김씨는 “벌금을 낼 형편이 되지 않는 장애인이 많은데 장애인이라서 사회봉사를 할 수 없다고 아예 배제되는 건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씨는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장애인 일자리를 만든다고 하면서 장애인이 정작 봉사활동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한다는 건 모순”이라고 했다.

법원 결정문을 받아 든 이씨 등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이 중 김씨는 항고도 했다.

이에 대해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뉴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지금 한분이 법원에 항고장을 제출한 상태이며 항고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다”며 “법을 가지고 다투어야할 것 같다. 장애를 거절하는 것인지, 장애인을 거절하는 것인지를 정확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인권위가 위원회 회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최소 3개월에서 최대 6개월 정도 예상하고 있다. 결과에 대해 항고를 기각하면 다시 대응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사회봉사활동을 거부당하고, 벌금을 낼 수 없는 처지를 이해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에 대해 장애인이 차별받고 있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회봉사활동' 기각 결정에 장애인도 벌금을 사회봉사로 대체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사진=우승민 기자)

취업하는 장애인은 극소수, 면접에서 광탈

사회봉사활동을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는 등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에 따르면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결혼, 교육, 주거, 의료, 취업 등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취업’ 부분에서 상당한 소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복천 연구위원이 장애인의 사회적 차별 경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지난 2014년 취업시 차별을 경험한 장애인이 35.8%로 나타나, 장애인 3명 중 1명은 취업시 차별을 여전히 받고 있다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도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민간기업의 고용비율은 2.45%에 머물렀고 대기업의 경우도 2.09%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들을 위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자세가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규정한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은 공무원과 공공기관은 3%, 민간 기업은 2.7%다.

김 사무국장은 “얼마 전 공무원 시험을 본 장애인이 필기시험은 합격했지만 면접에서 불합격돼 행정소송을 걸었다”고도 전했다. 형식적인 면접으로 알려진 공무원 면접에서 불합격된 것은 ‘장애’ 때문이라는 게 김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이처럼 일할 능력이 있는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다면 공정한 사회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무비율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은 돈만 물릴게 아니라 형사고발 등 더 강력하고 엄격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변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동등한 권리를 행사하도록 해달라"며 요구하고 있다. (사진=우승민 기자)

장애인만을 위함이 아닌, 모두가 편한 이동

취업 뿐 아니라 이동에도 제한을 받고 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계단은 물론 공항에서 전동휠체어로 이동하는데도 불편을 겪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인권위에 따르면 전동휠체어 사용 지체 1급 장애인 A씨는 지난 2015년 11월 5일 제주공항에서 보안검색을 마친 후 탑승구까지 자신의 전동휠체어로 이동하려 했다. 그러나 항공보안검색요원이 이를 제지하면서 항공사 직원의 동행을 요구하며 이동을 제한했다.

이에 A씨는 이러한 공항 측의 행동은 ‘장애인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한국공항공사 측에서는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라 전동휠체어 사용자가 보안검색대 통과 및 탑승 구 이동 시 항공사 직원과 동행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A씨의 경우 항공사 직원을 동반하지 않아 보안검색대 통과를 제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항공사 직원이 동행하지 않더라도 전동휠체어 사용자의 탑승권 및 정동 휠체어 관련 수하물 짐표 확인 등의 방법을 통해 항공사의 승인 여부를 보안검색대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공항공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동에 불편함을 느끼는 장애인들을 대변해 김 사무국장은 “장애인들이 이동하기 쉽도록 만드는 것은 유모차나 노인들도 편하게 다닐 수 있다. 이는 모두를 위한 것인데 장애인들만을 위한 것으로 분리시키는 점부터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과 인식이 과거보다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 불편한 이동권과 교육권, 편의시설 문제 등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이 많이 있다.

이처럼 장애인의 이동을 제한한 것 등 살아가면서 ‘차별’을 누구보다 느낄 수밖에 없는 장애인들을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으로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각 장애 유형별 정당한 편의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는 점과 현실적으로 일정규모 인해 소규모 사업장에 고용된 장애인의 권리는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또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차별금지 조항과 위배되는 상충법률이 존재한다는 점, 장애인의 물리적 접근성 측면에서 급속한 사회변화에 따른 현실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도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 서수정 소장은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다양한 형태의 장애인 차별 사건이 접수되고 있다”며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오늘과 같은 자리를 통해 그동안의 성과와 한계,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찾아보면서 장애인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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