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지주회장 겸직, 박인규 체제답습 우려에 석연치 않은 출발
김태오 DGB지주회장 겸직, 박인규 체제답습 우려에 석연치 않은 출발
  • 안신혜 기자
  • 승인 2019.01.23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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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장과 은행장 분리’ 약속 스스로 뒤집은 김태오 회장
박인규‧하춘수 전 회장 및 행장, ‘제왕적 권위’ 비판 속 퇴진
금융지주-은행 갈등과 은행내부 갈등 해소, 악화된 실적 개선 과제

[뉴스포스트=안신혜 기자]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대구은행장을 겸직할 전망이다. 김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의 투명성 강화를 이유로 지주회장과 행장 분리 체계를 지키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뒤집은 셈이 됐다.

 

DGB금융그룹은 대구은행장 공석 상태를 마무리함으로써 조직 안정화를 우선적으로 목표하고 있다. 그러나 지주와 은행의 대립, 그리고 대구은행의 김 회장 겸직에 대한 반발은 막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대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김 회장을 대구은행장 후보자로 추천했다. 오는 29일 주주총회 결의 과정이 남아있지만, 김 회장의 대구은행장 겸직은 사실상 확정됐다. 대구은행장이 10개월 가량 공석인 상황에 임추위는 "은행장 장기 공백 상황 종결을 통한 경영 정상화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DGB금융지주가 지주 회장과 대구은행장을 분리하기로 한 것은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의 불명예 퇴진 이후다. 박 전 회장은 횡령 및 채용비리 등에 따른 업무방해 혐의 등을 받고 물러나면서 신뢰 하락은 물론 지주와 은행에 큰 리스크를 남겼다.

DGB금융지주는 지난해 5월 하나은행 출신인 김태오 회장을 선임했지만 대구은행은 10개월 째 직무대행 체제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따른 실적 악화도 피할 수 없었다. 23일 공시내용에 따르면 은행권이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는 동안 DG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3분기 860억원, 대구은행은 828억원을 기록하며 오히려 1년 전 보다 각각 8.1%, 7.8% 감소했다.

 

김태오 회장의 겸직이 확정되면 DGB금융그룹에는 세 번째 금융지주회장과 은행장 겸직 체제가 열린다. 지난 2014년~2018년에는 박인규 전 회장 및 은행장과 2011년~2014년에는 하춘수 지주회장 및 은행장 체제가 있었다.

1954년생인 박인규 전 회장은 1979년 대구은행에 입사한 내부출신 지주 회장이다. 그는 2011년 대구은행 영업지원본부장 부행장 등을 거쳐 2014년 3월 제2대 DGB금융지주 회장과 제11대 대구은행 은행장에 취임했다.

1953년생인 하춘수 전 회장 역시 1971년 대구은행에 입행한 내부출신 인사다. 그는 2000년 대구은행 비서실 실장, 2005년 대구은행 기업영업본부 본부장 등을 거쳐 2009년 대구은행 은행장에 취임했다. 이후 2011년 DGB금융지주 제1대 회장에 취임하면서 금융지주와 은행장 겸직 체제가 시작됐다.

박인규 전 회장 겸 은행장은 채용비리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지난해 4월 말 구속, 9월 21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박 전 회장은 2014년 3월부터 2017년까지의 채용 절차에서 전·현직 임직원과 공모해 은행에 24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4년 4월부터 2017년 7월까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한 후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았다.

3대 김태오 회장은 외부출신 인사라는 점에서 두 전임 회장 겸 은행장과는 출발점은 다르다. 1954년생인 김 회장은 1978년 외환은행, 2002년 하나은행 대구 경북지역본부 본부장, 2008년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2009년 하나은행 고객지원그룹총괄 대표 부행장, 2012년 하나 HSBC생명보험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한 외부인사다. 2018년 5월 제3대 DG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다.

'금융지주 회장 및 은행장 분리체계' 약속은 김 회장 체제 내에서 한번도 지켜지지 않았다. 회장은 외부출신이더라도 대구은행장은 내부출신을 지지한다는 입장이 뒤집어진 만큼 김 회장 및 은행장 체제의 출발은 석연치 않다.

 

김태오 회장의 장기 집권도 우려된다. 김 회장의 지주회장 임기는 2021년 3월까지며 대구은행장으로 선임될 경우 은행장 임기는 2020년 12월까지다. DGB금융지주는 지난해 9월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 은행장 자격 조건을 '금융권 등기임원 경력 3년 이상’으로 변경했다. 김 회장의 겸직 이유로 '적임자가 없다'는 명분이 적용된 만큼 차후 같은 이유로 김 회장의 겸직 체제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태오 회장은 겸직이 확정되면 은행장의 장기 공백으로 인해 악화된 실적을 개선해야 한다. 지난 3분기 기준 DGB금융그룹의 누적 순이익 2932억원 가운데 대구은행의 순이익은 2811억원으로, 대구은행의 비중이 95.9%에 달한다. 대구은행의 실적 개선이 금융지주의 실적개선과도 이어진다.

겸직으로 인해 훼손된 신뢰도 회복해야 한다. 겸직으로 김 회장은 스스로 약속을 번복했으며, 대구은행의 내부출신 인사기용도 좌절됐다. 이로 인해 김 회장에게는 지주와 은행의 대립은 물론 은행 내부의 갈등 해결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DGB금융지주 관계자는 "김 회장의 대구은행장 겸직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김태오 회장은 29일 주주총회에서 겸직이 확정이 되면 계획 및 포부 등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신혜 기자 everyhearth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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