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은행 인가받으려 캄보디아 브로커에 350만 달러 건네
박인규 전 행장 비자금 조성 이어 또 비리 혐의로 재판
대구참여연대 “DGB금융지주 김태오 회장 사퇴해야”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DGB대구은행의 캄보디아 부동산 매입손실 사건과 관련해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등 임직원 4명이 기소됐다. 전임 회장에 이어 김 회장도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소비자들의 신뢰 추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검사 김남훈)는 지난 6일 국제상거래에 있어 외국 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당시 행장이던 김태오 회장과 당시 글로벌 사업본부장, 글로벌 사업부장, 계약을 체결한 캄보디아 현지 특수은행 부행장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DGB대구은행은 지난 2018년 글로벌 영업 확대를 위해 캄보디아 현지 대출전문은행을 인수하고, 현지 법인 ‘DGB 스페셜라이즈드 뱅크’(이하 SB)를 세워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했다. SB는 특수은행으로 업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대구은행은 예금 등의 수신업무와 외환, 카드, 전자금융까지 가능한 ‘상업은행’의 지위를 받기 위해서 방법을 찾아 나섰다.
당시 박인규 회장이 횡령과 채용비리 혐의 등으로 갑작스럽게 퇴진하면서, 2018년 5월 취임한 김태오 회장은 DGB SB의 상업은행 전환을 추진했다. 문제는 캄보디아 현지 부동산 매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대구은행은 지난 2020년 초 캄보디아 현지 사옥 건물 매입을 위해 현지 중개인(브로커)에게 133억 원의 계약금을 지급했지만, 제3자에게 건물이 매각되면서 계약이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대구은행은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했고, 100억 원대의 손실은 대손충당금으로 처리했다.
대구은행은 임직원이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대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또 관련 업무를 담당한 직원들은 업무에서 배제시키고, 전 캄보디아 현지법인 부행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 결과 이를 조직적인 뇌물 공여라고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10월 사이 캄보디아 금융당국에 로비를 하기 위한 자금 350만 달러(한화 41억 원 상당)를 캄보디아 현지 브로커에게 전달했다. 현지 특수은행이 부동산을 사면서 매매 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로비 자금을 마련했다.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 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국제뇌물방지법)은 OECD 회원국 36개국을 포함해 44개국 국가가 가입된 다자협약인 ‘뇌물방지협약’에 따라 제정된 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행위는 횡령죄가 성립한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국내 은행이 해외 진출을 위해 브로커를 통해 거액의 뇌물을 제공하고 관련 인·허가를 취득하는 행위는 국제사회에서의 대외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진다”며 “이는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해외로 송금한 국내 은행의 로비자금 마련을 위해 횡령함으로써 회계 투명성을 악화시키는 중대 범죄다”고 지적했다.
대구은행은 박 전 행장이 채용비리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물러난 지 3년 만에 또다시 CEO 리스크를 껴안게 됐다.
대구참여연대는 “금융지주 회장과 핵심 임원이 국제적 뇌물범죄를 저질러 국제적 망신까지 초래하니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김 회장의 사과와 사퇴,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의 혁신 등을 촉구했다.
한편, 김태오 회장은 이날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캄보디아 현지 법인 관련 사실 관계를 밝히기 위해 성실히 검찰 조사에 임했으나 기소까지 이르게 된 점에 유감을 표한다”며 “공소장에 기재된 혐의 상당 부분은 진실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오해와 왜곡을 불식하고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라도 성실히 재판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