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항하며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어느덧 1년째에 접어들었다. 들불처럼 번졌던 ‘NO 재팬’ 운동은 일회성으로 그칠 것이라는 일부 우려와는 다르게 일상 속으로 스며들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불매리스트’에 오른 기업들은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대표적인 불매 제품이었던 일본 맥주는 편의점 등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됐고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어지는 유니클로는 결국 적자 전환했다. 또한 오해에서 비롯된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기업들도 존재했다.

반면 불매 제품의 대체품으로 반사이익 효과를 본 기업들도 존재했다. ‘NO 재팬’으로 울고 웃었던 유통업계의 지난 1년을 되짚어봤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 19억 원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사진=.뉴스포스트DB)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 19억 원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사진=뉴스포스트DB)

‘유니클로 옷’ 안입고 ‘아사히 맥주’ 안마셨다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퍼졌던 ‘NO 재팬 운동’. 이어 ‘노노재팬’을 통해 소비자들이 일본 브랜드와 대체 상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서 동력을 키워나갔다.

불매운동의 상징적인 브랜드로 ‘유니클로’를 꼽을 수 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롯데쇼핑과 일본 패스트테일링이 각각 49%,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합작사다. 불매운동 초기 일본기업 임원이 한국 불매운동에 대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한 것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분노를 샀다.

유니클로는 다양한 할인 행사를 진행하며 고객 끌어모으기에 주력했다. 그러다 지난 10월 공개한 광고 내용에서 위안부를 모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불매운동이 재확산됐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상에는 이른바 ‘유니클로 감시 순찰대’가 등장해 매장 별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리기도 했다.

국내에서 승승장구하던 유니클로는 결국 불매운동 이후 매장 내점객이 90% 급감하고 약 5년간 이어지던 매출 1조원 기록도 깨졌다. 또한 20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9억 원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여기에 유니클로 자매 브랜드 ‘지유(GU)’는 국내 진출 1년 8개월 만에 국내 사업을 포기했다.

수입맥주 시장에서 지난 10년간 1위 자지를 차지했던 일본 맥주는 불매운동 이후 자취를 감췄다. 30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일본 맥주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 급감했다.

특히 수입 맥주 1위 제품이었던 ‘아사히 맥주’는 일본 맥주의 상징적인 브랜드가 되면서 불매운동의 표적이 됐다. 이에 아사히 맥주를 판매하는 롯데아사히주류는 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와 롯데칠성음료의 합작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이 600억 원대로 떨어지며 2018년 1247억 원의 매출이 반토막났다. 영업이익은 197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롯데아사히주류는 지난해 12월 계약직 영업사원들에게 계약 연장 불가를 통보한 것을 시작으로 인력 감축에 돌입했다.

반면 이들과 달리 일본 불매운동에 반사이익을 얻은 기업도 존재했다. 유니클로를 대신할 제품으로 신성통상 등 국내 SPA 브랜드들이 주목을 받았다. 일본 맥주를 대신해 국산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도 많아졌다.

불매운동 1년후, 아사히 등 일본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적어졌다(사진=뉴스포스트DB)
불매운동 1년후, 아사히 등 일본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적어졌다(사진=뉴스포스트DB)

“일본 기업 아니에요” 해명 또 해명

‘NO 재팬’ 운동이 격화되면서 오해에서 비롯된 피해를 입는 기업도 생겨났다. 롯데칠성음료‧세븐일레븐 등 롯데 계열사와 다이소, 쿠팡 등이 일본 기업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자 이들 기업은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야만 했다.

롯데그룹은 온라인 상에서 그룹 전체 계열사가 불매 운동 리스트에 올랐다. 롯데그룹의 지주사격인 호텔롯데의 최대주주가 일본계 기업인 점, 일본 브랜드인 유니클로‧아사히 맥주‧무인양품 등을 합작사 형태로 국내에 입점시킨 점 등이 롯데가 일본기업이 아니냐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줬다.

또한 계열사 별로도 큰 타격을 입었다. 롯데칠성음료는 온라인 상에서 일본 아사히가 롯데칠성음료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글이 퍼지면서 처음처럼을 비롯한 주류 제품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세븐일레븐도 일본 브랜드라는 소문에 “미국 세븐일레븐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다이소는 일본 대창산업이 30%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불매 리스트에 올랐다. 당시 아성다이소 관계자는 “일본 다이소와는 지분투자 이외에 로열티 지급이나 인적 교류, 경영 참여 등의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쿠팡은 재일교포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에서 지분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 기업’이라는 소문에 시달렸다.

“사고 싶은건 사야지” 선택적 불매운동 

여전히 유니클로 매장에는 사람이 없고 편의점에서 일본 맥주를 찾기 어렵지만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환영받는 일본 제품도 존재한다. 최근 품귀현상까지 빚은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3월부터 이어진 구매 대란에 오프라인 매장에 입고 소식이 나오면 수백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지난 4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자신의 SNS 계정에 “닌텐도 품절사태를 일본 언론도 조명했고, 현지 누리꾼들이 ‘본인 편의대로 불매를 하는 나라’, ‘한국만의 독특한 편의주의’라며 비판하고 있다”며 “불매운동이 강요될 수 없고 개인의 선택도 존중하지만, 우리가 한 번만 더 생각해봤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 시장 철수를 계획한 한국닛산은 6월 초 재고 소진을 위해 알티마와 맥시마를 할인 판매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8일 하루만에 모두 완판됐다. 이렇듯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일부 대체품이 없거나, 원하는 제품에 한해 ‘선택적 불매운동’을 하는 소비자들도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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