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 다음 달 국정감사…‘기강 해이’ 지적 받을 듯
- 김용진 “국민 노후 책임지는 기관, 신뢰 무너뜨려 송구”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국민 노후 자산 750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 내부에서 ‘대마초 흡입’ 사건이 발생했다. 기금운용본부 운용역들의 대마초를 흡입한 사실이 드러난 것으로, 업계에선 ‘기강 해이’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취임 한 달차를 맞은 김용진 이사장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다음 달 진행될 국정감사에서 내부 통제 미비, 관리 부실 책임 등이 화두에 오를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김용진號가 출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사진=뉴시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사진=뉴시스)

전북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지난 20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직원 4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기금운용본부 책임운용역 1명, 전임운용역 3명 등으로 지난 2~6월 전주 소재 A씨 주거지에서 대마초를 흡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운용역 A 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마를 매입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7월 자체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국민연금은 ‘직원들이 마약을 했다’는 소문을 접하고 자체적인 조사를 통해 이를 확인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국민연금은 이들에 대해 업무 배제 조치를 취했고, 최종적으로 지난 9일 징계위원회에서 해임 조치됐다.

경찰은 피의자들의 모발과 소변 검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으며 감정 결과를 토대로 이들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체투자 운용역들은 투자 검토를 위해 직접 실사를 진행한다. 이런 이유로 해외 출장이 잦은 편이고, 해외 운용사 등 현지 인력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다수의 해외파 출신 인력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외에서는 대마 흡연이 범죄로 인식되지 않기도 해 상대적으로 대마 흡입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사안은 내달 열릴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 기금운용본부 내부 통제 미비와 관련해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운용역 관리 부실 책임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2018년에도 기금운용본부 직원 100여명이 2013~2017년 5년간 해외 위탁운용사의 지원을 받아 해외연수를 다녀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관리 부실로 국감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사진=뉴시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사진=뉴시스)

김용진 이사장 “조직 근본 쇄신할 것”

김용진 이사장은 기금 운용 직원의 대마초 흡입 사건과 관련, 대국민 입장문을 통해 사죄의 뜻을 밝히고 재발 방지 및 쇄신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김 이사장은 “공단을 대표하는 기관장으로서 비통함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공단 임직원을 대표해 국민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의 신뢰가 중요한 기관인데,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지 않고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 국민 여러분들의 준엄한 질책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이사장은 “자산운용에서 연금제도운영에 이르기까지 조직 및 인사운영, 업무처리과정, 운영시스템, 조직문화 등 공단운영 전반을 샅샅이 짚어보고 문제점을 찾아내겠다. 이를 바탕으로 근본적인 쇄신 대책을 마련하고 실천에 옮기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마초 흡입 등 행위에 대해서도 퇴출 기준 강화 및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김 이사장은 “국민들의 정서로는 용납될 수 없는 일탈·불법행위에 대해 퇴출기준을 강화하고 일벌백계,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물론, 관련 직원들에 대한 처벌내용이 확정되면 공개해 국민들의 감시를 받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안이 내달 국감에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민연금의 새 수장으로 선임된 김용진 이사장의 경영능력과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김 이사장은 지난 6월 공모 절차가 끝나자마자 신임 이사장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에 휩싸인 인물이다. 특히 정치 이력을 두고 보은인사 개념으로 낙선 후 이사장으로 내정된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었다. 그리고 결국 그 내정설은 현실화가 됐다.

이런 가운데 새롭게 운항을 시작한 김용진號가 순항을 할지, 이번 첫 번째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에 따라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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