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마약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매스컴에 자주 나오는 약물 종류나 중독성 등 신체에 미치는 악영향이 대부분일 것이다. 혹자는 마약 투약이 남에게는 해를 입히지 않는다며 죄질을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마약, 정말 자기 자신만 해치는 어리석은 행위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 공동체를 해치는 중대 범죄일까. <뉴스포스트>는 마약이 왜 나쁜 것인지, 반드시 근절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탐구해보았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마약(痲藥)의 사전적인 정의는 강한 진정과 마취 작용, 습관성이 있어 오래 사용하면 중독되는 물질을 말한다. 법률상 단속 대상이 되는 물질을 통틀어서 마약류라고 일컫는다. 대마나 코카인, 헤로인, 필로폰 등이 매스컴을 통해 익히 대중에게 알려졌다. 최근에는 각종 성분을 합성한 신종 마약류가 기승을 부린다.

<뉴스포스트>는 마약 투약이 한 사람의 존엄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가정과 더 나아가 공동체 전체까지 해악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본 바 있다. 마약 투약자가 늘어날수록 그들이 속한 사회와 국가 전체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로 마약이 한 국가 전체의 몰락을 가져온 사례는 역사에서도 쉽게 살펴볼 수 있다. 우리와 가깝고도 먼 나라 중국의 청(清) 왕조가 그랬다.

17세기 중반 만주족이 세운 청 왕조는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명실상부 세계 최강국이었던 청은 약 300년간 중원을 호령했다. 하지만 기세 등등하던 청나라 역시 변화하는 세계 질서를 막기에는 역부족했다. 영국은 청을 아편의 소굴로 만들었고, 전쟁까지 일으켰다. 마약과 전쟁에 치달은 청은 결국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마약으로 강대국이 무너진 게 불과 200년도 안 된 가까운 역사일지라도 현대인들에게는 쉽게 와닿지 않는다. 혹자는 말한다. 2021년의 국가 인프라는 아편전쟁이 발발한 1840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고, 정교해졌다고. 고작 마약이 21세기의 국가를 무너트리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금도 마약으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는 국가들은 지구촌 곳곳에 있다.

지난 2015년 1월 멕시코의 아편 생산지 양귀비 밭에 한 남자가 서 있다. 멕시코 정부는 고엽제를 공중 살포해 마약 원료를 처리했다. (사진=AP/뉴시스)
지난 2015년 1월 멕시코의 아편 생산지 양귀비 밭에 한 남자가 서 있다. 멕시코 정부는 고엽제를 공중 살포해 마약 원료를 처리했다. (사진=AP/뉴시스)

전 세계 곳곳에서 ‘마약과의 전쟁’

마약으로 몸살을 앓는 대표적인 국가는 멕시코다. 멕시코 정부는 지난 2006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후 카르텔 소탕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현재까지도 마약 문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십수 년 사이 30만 명 이상이 마약과 관련해 희생됐고, 올해 1월까지 6만 명 이상이 실종 상태다. 멕시코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들이 무더기로 발굴됐다는 ‘흔한’ 보도들이 실종자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카르텔과 정부, 카르텔과 경쟁 카르텔 사이 갈등에서 무고한 민간인 희생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멕시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국민의 생명을 책임져야 할 이들이 카르텔의 위협과 회유를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전직 멕시코 국방장관이 카르텔로부터 뇌물을 받고 마약 거래를 도운 혐의로 미국에서 기소됐다. 또한 15년 간 멕시코에서 200명 이상의 전·현직 시장이 카르텔에 피살됐다는 보도도 있다.

마약 문제로 불필요한 희생이 발생한 것은 지구 반대편 멕시코의 일만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우리와 가까운 아시아에서도 일어났다. 필리핀에서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주도 하에 마약과의 전쟁이 진행됐다. 이곳 역시 전쟁을 벌일 만큼 마약 문제가 심각했다. 2000년대 후반 마약 중독자가 전체 인구의 10%를 차지했고, 특히 필로폰 사용률이 동아시아 최고 수준이었다. 카르텔과 정관계 인사들의 유착도 존재했다.

유엔 인권이사회(UNHRC)는 3년 간에 마약 전쟁 끝에 필리핀에서 최소 8,60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범죄율이 감소했다는 일부 긍정 여론도 있지만, 이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 결국 지난달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두테르테 대통령이 진행한 마약과의 전쟁 관련 살인 사건에 대해 정식 수사를 요청했다. 전쟁은 끝났지만, 마약 범죄가 필리핀 사회에 남긴 후유증은 어마어마했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한국은 멕시코가 될 수 있을까

마약 문제로 치안 등 국가의 최소 역할도 작용하지 못하거나, 불필요한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사례는 2021년 현재에도 전 세계 곳곳에 있었다. 멕시코나 필리핀과 비교하면 한국은 아직까지 마약 안전지대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마약 사범 검거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1만 8,050명이 검거되면서 역대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 10년 전인 2010년 9,732명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멕시코와 필리핀처럼 위험 수위를 넘어선 마약 생산국가로 전락하거나, 마약 범죄 조직이 거대한 카르텔 형태로 확대될 가능성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세계화와 정보화가 고도로 발달된 상황에서 온라인을 통한 소규모 마약 범죄가 증가해 적극적인 대응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했던 이범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연구소장은 “우리나라는 중남미나 동남아시아처럼 수백 톤의 마약을 생산해 유통하는 카르텔은 없다고 본다. 경찰 등에서 마약 관련 단속이 어느 정도 잘 조직화돼 이들 국가처럼 염려스럽지는 않다”면서도 “소비량이나 마약 사범이 계속 증가하는 것을 보면 우리도 이 문제를 경시할 수 없다. 점차적으로 마약 유통·사용에 대해 단속 등의 법적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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