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폭행 등 유명 아이돌 일탈 지속
칼 빼 든 중국...연예계 고강도 규제 발표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중국에서 연예계를 대상으로 한 규제가 심상치 않다. 유명 연예인들의 범죄와 일탈이 지속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단속에 들어간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에서의 규제가 K팝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9일(한국 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중국에서 K팝 아이돌 팬클럽 계정들이 중단되거나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방탄소년단 지민 팬클럽이 항공사를 통한 생일 광고를 위해 대규모 모금 활동을 벌인 것을 두고 중국 대표 SNS 웨이보가 지적했다. 지민의 팬클럽 계정은 60일 간 정지 조치됐다.

또한 웨이보는 “비 이성적인 스타 추종 행위를 단호하게 반대하고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며 블랙핑크 리사, 방탄소년단 RM, 소녀시대 태연, 아이유 등 인기 K팝 스타들의 팬클럽 계정에 30일 정지 조치를 내렸다.

K팝 팬덤을 향한 규제는 단순히 SNS 계정 정지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방송규제기구인 국가광전총국은 ▲ 오디션 프로그램 투표 금지 ▲ 범죄 연예인 퇴출 ▲ 팬덤 내 유료 투표 금지 ▲ 음원 중복 구매 차단 ▲ 앨범 대량 구매 제한 등의 조치도 내렸다. K팝 산업에 경제적인 타격이 가는 조치였다.

중국의 열성적인 K팝 팬덤의 구매력은 국내에서도 익히 알려져 있다. 이들은 음반 판매 성적을 위해 경쟁적으로 대량 공동 구매를 하고, 생일이나 각종 이벤트 시에는 대규모 전광판 광고 비용을 모금한다. 특히 중국 팬들의 음반 대량 구매는 K팝 스타의 초동(발매 후 일주일) 기간 성적을 좌우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규제로 K팝의 큰손은 당분간 구매력 과시를 사리게 될 전망이다. 실제로 블랙핑크 멤버 리사의 중국 팬덤은 지난달 31일 트위터 계정을 통해 “정부의 팬클럽 규제가 강화되면서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부딪혔다”며 “많은 양의 앨범을 주문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드려 유감”이라고 전했다.

중국에서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엑소 전 멤버 크리스. (사진=뉴시스)
중국에서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엑소 전 멤버 크리스. (사진=뉴시스)

연예계 버전 ‘정풍운동’ 왜?

중국에서 일어나는 연예계 규제를 두고 1940년대 공산당이 당내 잘못된 풍조를 바로잡자며 펼친 정치문화 운동인 ‘정풍(整風)운동’에 빗대기도 한다. 기형적인 팬덤 문화와 비도덕적인 연예인들의 탈선을 바로잡자는 게 중국 당국이 내건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과도해진 연예인 팬덤 영향력에 대한 우려가 정풍운동의 진짜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풍 운동의 시발점은 지난 5월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청춘유니’와 관련된 사건에 있다. 출연자의 팬덤이 방송 협찬사 우유를 사재기한 후 내용물을 개울에 버리는 영상이 공개돼 대륙이 발칵 뒤집혔다. 구매 시 투표 코드가 제공됐기 때문이다. 당국은 연예인 팬들의 비이성적인 행동이 환경을 파괴했다면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K팝 아이돌 출신 스타의 각종 탈선도 계기가 됐다.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의 전 멤버 크리스가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되면서 연예인 개개인의 도덕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치도 나왔다. 특히 크리스의 일부 팬들이 구속 이후 석방 시위를 벌인 사건이 연예계 정풍운동의 강력한 계기가 됐다는 게 중론이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중국 연예계에서 불고 있는 홍색 바람에 신중한 입장이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에 “K팝 뿐만 아니라 전체 연예인을 규제하기 때문에 과하게 억압받는다는 느낌은 아니다”라며 “팬덤 간 과한 금전적 경쟁이 사그라드는 계기가 되는 건 장기적으로 건강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취미 생활에 지출을 하는 건 개인의 자유인데 국가 차원에서 규제한다는 게 1차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K팝 시장이 팬덤의 금전적 헌신으로 돌아가는 부분이 많아 다소 기형적이라고 생각되지만, 워낙 중국 팬덤이 차지하는 시장 내 규모가 커서 음반 판매량 부문에서 다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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