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한국조폐공사가 김주영 의원이 제기한 여권제조기 입찰 비리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조폐공사 사옥 전경. (사진=한국조폐공사)
한국조폐공사 사옥 전경. (사진=한국조폐공사)

지난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조폐공사 측이 외자 입찰에서 결격사유가 있는 업체를 최종 낙찰자로 선정했다며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이 비리 의혹을 제기한 시점은 지난 2018년 조폐공사가 ‘차세대 전자여권 제조기’의 외자 입찰을 진행했을 때다. 당시 입찰에는 독일의 일리스사와 뮬바우어, 일본의 우노사가 참여했다. 최종 입찰 결과는 독일 일리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일러스는 독일 쿠글러 제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다.

문제는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 일리스의 결격사유가 있었음에도 선정됐다는 점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입찰자들은 입찰유의서에 명시된 가격 개찰일을 기준으로 3개월(90일)의 보증서를 제출해야 한다. 일리스는 이를 충족하지 않은 기간 미달의 보증서를 제출했지만 문제없이 심사를 통과했다. 나머지 두 입찰사는 기준을 충족한 보증서를 제출했지만 기술입찰에서 부적격업체로 탈락했다. 이는 국가계약법상 입찰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또 있었다. 정부는 전자여권 시제품의 1차 납품기한을 시운전 포함 2019년 12월 31일로 정해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일리스는 제안서에 납품기한을 아예 적시하지 않았고, 기술평가 당시에도 기한 내에 납품이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던 것. 그럼에도 조폐공사는 부적격 사유가 아니라는 이유로 기술평가를 진행, 결과적으로 해당 업체를 선정했다.

기술평가 방식도 문제로 꼽혔다. 이 입찰은 협상에 의한 입찰로 블라인드 기술평가 80%와 적격업체를 대상으로 가격을 공개해 가격점수 20%를 더해 최종 낙찰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중 기술평가는 5개 분야에 11개 항목, 34개 평가요소에 대해 평가를 하게 돼있었는데, 이 가운데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항목은 단 2항목에 2개 요소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전체 총점의 80%에 해당하는 기술평가를 평가위원들의 재량에 맡긴 셈이다.

특히 이 입찰의 평가를 맡은 평가위원들의 구성도 지적을 받았다. 총 8명의 기술평가위원 중 7명이 조폐공사 내부 직원들이었기 때문이다. 외부평가위원 1명도 랜덤선정이 아닌, 인근 소재 대학 2곳에 요청서를 보내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폐공사 내부 평가위원 일부(3명)가 2018년 독일 쿠글러사에 방문한 점도 입찰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쿠글러사는 조폐공사 입찰에 참여한 일러스사를 통해 자신들의 제품을 공급하는 제조사다. 해당 입찰이 블라인드 평가였다는 점에서 익명성이 지켜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의원은 조폐공사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한 상태다.


조폐공사 “미흡한 점 있지만, 비리는 아냐”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한국조폐공사 측은 “법률 자문 결과 문제가 없다”면서도 “감사에서 미흡한 점이 나오면 보완하겠다”는 다소 묘한 입장을 밝혔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입찰보증금은 낙찰자로 선정될 경우 계약체결을 담보하기 위해 받는 것으로, 납부일시까지 입찰보증금을 납부하지 않았을 때 입찰 무효사유라고 정하고 있다”며 “해당업체(일리스)는 납부일시까지 입찰보증금을 납부했기 때문에 유한 입찰이라고 판단했다. 이 부분에 대해 법률자문을 받은 결과 ‘유하다’는 결론이 나왔고, 이에 진행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평가 방식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조폐공사의 경우 특수산업에 속하기 때문에 입찰 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평가 비중이 높다”며 “협상에 의한 계약방식으로 세부기준을 준수하면서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평가위원 구성 논란에 대해서는 “특수산업에 속하기 때문에 외부 인력을 구성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외부위원이 제약적이라는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찾아봐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독일 쿠글러사를 방문한 사실에 대해서는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경쟁업체들 모두 방문했다”며 “입찰 시 필요한 규격 확정을 위해 현장실사가 필요해 방문했던 것이고, 납품업체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전체적으로 확인을 해야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조폐공사 관계자는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입찰 비리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감사원 감사에 대해서는 “현재 정기적으로 감사를 받는 기간으로, 감사에서 미비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받을 경우 이를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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