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도 없던 재무 부실한 업체와 계약…결국 194억 손실
상임이사 등 조직적 은폐…공사, 민·형사 책임 묻지 않아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한국조폐공사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메달 사업’ 등에서 발생한 각종 비리로 뭇매를 맞았다. 특히 계약을 통해 손해를 본 것도 모자라 이를 은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조폐공사 사옥 전경. (사진=한국조폐공사)
한국조폐공사 사옥 전경. (사진=한국조폐공사)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폐공사로부터 받은 2019~2021년 감사 결과와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2016년 공사는 수익 창출과 한국 문화콘텐츠 확산을 위해 ‘불리온’ 메달 사업을 시작했다. 불리온은 금이나 은 등에 국가 상징물 등을 새긴 귀금속을 말한다.

조폐공사는 2020년 실적 부진을 이유로 메달 매출 목표치를 700억 원에서 800억 원으로 무리하게 상향했다. 조폐공사는 당시 유일한 수요처였던 A 업체와 194억 원어치의 계약을 진행했다. 그러나 그해 하반기 코로나19로 인한 금 시세 및 환율 하락 등의 이유로 구매대금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조폐공사의 영업손실 150억 원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A 업체가 최초 계약 당시 법인 설립도 안 된 곳이었다는 점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조폐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거래 계약서에 따르면, 조폐공사는 2016년 사업 초기부터 거래해왔다는 이유로 해당 업체와의 거래를 지속해왔다. A 업체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조폐공사 기념 매달 사업 판매량의 94%를 차지하는 주요 거래처였다.

장혜영 의원은 “조폐공사가 최초 계약 당시 법인 설립도 안 된 업체와 거래 계약을 체결했던 셈”이라며 “당시 사업자 공모 공고도 하지 않아 어떻게 거래처로 선정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뿐만 아니라 A 업체의 경영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계약을 이어왔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김주영 의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2019년 말 기준 A 업체의 부채비율은 1800%에 달할 정도로 높았고, 지난해 9월 부채가 220억 원에 달하며 자산총계(121억 원)를 뛰어넘는 채무초과 상태였다. 조폐공사는 그동안 업체가 구매를 의뢰할 경우 우선 메달을 제작 해주고 나중에 판매 대금을 받는 형식으로 계약을 진행해 왔는데, A 업체의 이 같은 재무 상태는 대규모 미납으로 이어지며 결국 조폐공사의 영업손실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같은 사실은 조폐공사 내부에서 조직적으로 은폐됐다. 당시 이를 인지했던 총책임자이자 상임 이사인 B 씨와 C 씨는 이를 상임감사와 사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던 것. 게다가 이들은 담당 직원들에게 관련 내용을 함구하라고 지시하고, 재무팀장에게도 ‘단순 입금 지연’이라고 전달하는 등 사고 발생 사실을 은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B 씨와 C 씨는 A 업체와의 채무변제 계약과 공증을 통해 매출채권을 회수한다는 기본 방침을 결정하고 독단적으로 A 업체의 변제기한을 10년 연장해 줬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며 B 씨와 C 씨 등 상임 이사 2명은 해임됐고, 나머지 관련 직원 5명은 정직, 감봉, 견책 등의 징계가 내려졌다. 다만 조폐공사 측은 이들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고 권고사직으로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주영 의원은 “외주업체 선정과 업무 추진 과정에서 조폐공사의 부당처리 사례가 거듭돼 확인되고 있고 게다가 사실을 고의로 은폐하는 등 공공의 목적을 위한다는 공사가 국민을 기만하려 한 사건까지 발생했다”며 “조직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재발방지 대책과 함께 직원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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