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간 이어오던 수의계약, 경쟁 입찰로 바꿨지만 일감몰아주기 여전
- 조폐공사 “훈장 제작, 전문성·특수성 때문에 어쩔 수 없어…사업성 낮아”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한국조폐공사가 퇴직자가 운영하는 A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훈장’을 제작하는 일을 넘겨줬다는 것인데, 무려 30년 넘게 수의계약으로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서야 경쟁 입찰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A사가 훈장을 제작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공사 측은 전문성과 특수성을 이유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논란 해소를 위한 대책은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조폐공사 사옥 전경. (사진=한국조폐공사)
한국조폐공사 사옥 전경. (사진=한국조폐공사)

지난 18일 SBS 보도에 따르면 한국조폐공사는 대구광역시 서구 염색공단에 위치한 금속가공업체 A사에 3등급 이하의 ‘훈장 제작’을 맡겨오고 있었다. 문제는 계약해 온 기간은 30년이 넘었고,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독점’과 관련된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폐공사는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3년 전 훈장 제작 업체 선정을 경쟁 입찰로 방식을 바꿨다. 그러나 여전히 공사 측은 A사에 훈장 제작 일감을 주고 있었다.

한국조폐공사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전문성과 특수성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해명했다. ‘국가나 사회에 공로가 뚜렷한 사람에게 국가에서 그 공적을 표창하기 위하여 수여하는 기장’인 만큼 품질 기준이 높고 시장 규모도 작아 전문성을 갖춘 업체와 계약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A사가 주력으로 하는 부분은 귀금속이나 자동차 부품 분야다. 훈장 제작을 통한 사업 규모는 12~13억 원 정도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훈장 제작을 주력으로 하기에는 사업성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점 때문에 실제로 계약이 끝나는 시점마다 4~5곳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훈장 제작 관련 공정 등을 설명하고 현장시찰 등을 진행하지만 최종적으로 응찰하는 곳은 A사 정도”라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A사를 설립(1986년)한 인물이 조폐공사 퇴직자 출신이라는 점이다. SBS 보도에 따르면 사장 외에도 조폐공사 퇴직자 여러 명이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착’이 의심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관계자는 “A사는 조폐공사 퇴직자가 설립한 회사가 맞다”면서도 “현재 경쟁 입찰로 업체 선정을 하고 있고, 입찰 전 여러 업체를 대상으로 충분한 설명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유착이 발생할 수가 없는 구조”라고 해명했다.

조폐공사 하청업체의 독점, 유착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업체 발굴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공사에서 직접 나서게 될 경우 ‘특혜’ 의혹에 휩싸일 수도 있기 때문에, 조폐공사 공사 측은 이 같은 우려까지 감안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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