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총기사고 8명 사망...한인 여성만 4명
동양인·여성 대상 범죄 반대...온·오프라인 확산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8명이 연쇄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에 미국이 들끓고 있다. 희생자 대부분은 아시아계인 데다 4명은 한인 여성이다. 동양인과 여성에 대한 증오 범죄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한인 사회는 물론 아시아와 국내까지 증오 범죄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으로 3명이 숨진 스파 앞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그림과 꽃들이 놓여 있다. (사진=AP/뉴시스)
지난 17일(현지 시간)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으로 3명이 숨진 스파 앞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그림과 꽃들이 놓여 있다. (사진=AP/뉴시스)

지난 22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미국 현지 경찰은 이른바 ‘애틀랜타 총격사건’의 범인 로버트 에런 롱이 악의적 살인(Malice urder)과 가중폭행(Aggravated assault)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악의적 살인이란 사람을 죽일 의도로 미리 계획을 갖고 타인의 목숨을 빼앗았을 때 적용된다.

미국 내 여론은 애틀랜타 총격 사건에 증오 범죄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정 인종이나 성별 등에 대한 증오심이 범죄 동기가 됐을 때 가중처벌되는 것을 의미한다. 사건이 일어난 조지아주에서는 지난해 증오범죄법이 통과된 바 있다. 하지만 현지 경찰은 현재까지 롱에게 악의적 살인과 가중폭행 혐의만 적용한 상태다.

앞서 지난 16일 롱은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 아시아계 마사지 업소 1곳과 스파 업소 2곳에서 종업원 등에게 총을 난사해 총 8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됐다. 사망자 8명 중 6명이 아시아계 여성이고, 이들 중 4명이 한인 여성이다. 롱은 경찰 수사에서 성 중독을 호소하며 “마사지 업소를 제거하고 싶어 총을 난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롱이 총격을 난사한 장소가 아시아계 업소인 데다 사망자 대다수가 아시아 여성임이 밝혀지면서 미국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해당 사건이 아시아계와 여성을 겨냥한 ‘증오범죄’라는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 특히 피해자 중 한인 여성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미 전역과 한국 등에서도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일(현지 시간)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로건 스퀘어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인종 차별과 외국인 혐오, 여성 혐오 반대 취지를 담은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지난 20일(현지 시간)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로건 스퀘어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인종 차별과 외국인 혐오, 여성 혐오 반대 취지를 담은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코로나가 낳은 아시아인 혐오?

아시아계를 겨냥한 공격은 애틀랜타 총기사건이 처음이 아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심화했다. 비영리 단체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 중단’(Stop AAPI Hate)은 지난해 3월 19일부터 올해 2월 28일까지 미국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 행위가 최소 3,795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들 중 79%는 언어·물리적 폭력 사례를 나타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이 심해졌다는 통계는 더 있다. USA투베이와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가 지난 18일과 19일 미국 성인 1,19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25%는 일상에서 코로나19 책임을 아시아인들에게 돌리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답변했다. 

팬데믹 이후 지속적인 차별에 시달렸던 미국 내 아시아계는 결국 애틀랜타 총기사건으로 폭발하고 만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백인 경찰의 흑인 과잉진압 사망사건을 계기로 발생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BLM)’ 운동 본떠 ‘아시아인의 생명도 중요하다(Asian lives matter, ALM)’ 운동을 온·오프라인에서 전개하고 있다.

미국 CNN과 애틀랜타 총격 사건과 아시아인 인종 차별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가수 에릭 남. 에릭 남은 애틀랜타 출신이다. (사진=에릭 남 인스타그램 캡쳐)
미국 CNN과 애틀랜타 총격 사건과 아시아인 인종 차별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가수 에릭 남. 에릭 남은 애틀랜타 출신이다. (사진=에릭 남 인스타그램 캡쳐)

산드라 오부터 에릭 남까지

사건이 발생한 16일부터 현재까지 미국 곳곳에서 아시아계 증오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애틀랜타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집회가 진행됐다. 특히 한국계 미국 배우 산드라 오는 지난 21일 피츠버그 시위에서 직접 확성기를 들고 “아시아인이라서 자랑스럽다”며 “증오를 멈추는데 동참해 달라”고 연설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한국계 출신 연예인들이 온라인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애틀랜타 출신 가수 에릭남은 타임지에 자신이 겪였던 차별과 이번 사건에 대한 처벌 등에 대한 내용을 타임지에 기고했다. 또한 가수 박재범과 CL, 그룹 슈퍼주니어 등 한류 스타들은 SNS에 ‘아시아인의 생명도 중요하다(Asian lives matter, AIM)’ 해시태그를 올려 소신을 전했다.

아시아계의 분노가 커지자 미국 정치권 역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 하원에서는 18일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주제로 청문회를 열었다. 아시아계 차별을 다룬 청문회는 1987년 이후 34년 만이다. 또한 미국 민주당 의원들은 오는 26일을 ‘행동하고 치유하는 아시아 증오 중단의 날’로 선포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연일 아시아계 증오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동시에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도 표출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차량이 시위대를 돌진하기도 했고, 미 전역에서 아시아인들을 향한 폭행 사건이 연일 외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팬데믹 이후 급격히 증가한 아시아계 차별 문제에 대해 미국 사회가 해결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당분간 이들의 분노는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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