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 인권] ② “소수자에 대한 일반화의 함정 주의해야”
[결혼이주여성 인권] ② “소수자에 대한 일반화의 함정 주의해야”
  • 선초롱 기자
  • 승인 2019.08.14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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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대표 인터뷰
최근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이 두 살배기 아들이 보는 앞에서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영상이 공개돼 국민적 공분을 샀다. 영상은 온라인을 통해 일파만파 퍼졌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국인 남편을 엄벌해달라는 내용의 청원까지 올라왔다. 실제로 결혼이주여성이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경우는 꽤 많았다. 지난해 남편에게 살해당한 필리핀 이주여성을 비롯해 2017년엔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이 캄보디아 여성을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이에 <뉴스포스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결혼이주여성의 현주소와 제도적 문제점 등을 종합 진단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은 약 25만 명으로, 전체 외국인 여성(지난해 말 기준, 약 100만 명)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2000년대 이후 국제결혼이 성행하면서 국내로 유입된 이들로, 약 20년이 지난 지금 ‘정착’ 단계에 들어선 상태다. 

그러나 결혼이주여성은 ‘이주민’이면서 ‘여성’이라는 이중적인 이유로, 또는 개발도상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가정폭력과 성폭력 등 폭력 피해를 더 많이 경험한다. 가정과 사회 내에서 한 사람의 인격체로 존중받기보다 무시당하며, 신분증을 뺏기고 외출과 취업이 금지되는 등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도록 학대당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인식 역시 20년 전과 크게 변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매매혼’, ‘인신 매매형 국제결혼’ 등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미디어의 자극적인 보도에 노출되기도 쉽다. 

이에 <뉴스포스트>는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여성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간의 기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상임대표를 만나 결혼이주여성이 겪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주소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는 지난 9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본사에서 진행됐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대표. (사진=선초롱 기자)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대표. (사진=선초롱 기자)

▲ 중매 통한 국제결혼은 옛말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주여성’이라고 하면 흔히 국제결혼 중개업을 통해 한국의 농촌 총각과 결혼하는 아시아계열 외국인 여성들을 떠올리기 쉽다. 2000년대 초반 성행했던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정책’에서 시작된 고정관념으로도 볼 수 있는데, 현재는 많이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또한 결혼이주여성이 거주하는 지역구가 경기도, 서울, 인천 등 수도권에 70% 정도가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도 20년 전 중개업을 통한 국제결혼이 더 이상 주류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다.

허오영숙 대표는 “중개업을 통해 결혼한 이주여성들은 상당히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전국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서도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결혼한 비율은 27%에 그쳤다.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 남성을 만나는 방법이 다양하게 변화했다는 것으로,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가 한국 남성을 만나거나, 아시아 지역으로 진출해 있는 한국 다국적 기업의 주재원으로 한국 남성이 왔다가 현지에서 만나 결혼으로 이어지는 등 중매가 아닌 연애 결혼이 많아졌다는 게 허오 대표의 설명이다. 

이외에 수년 전 한국으로 이주해온 여성들이 남편의 지인들에게 자신의 고향 후배를 연결해주는 방식도 많아졌다. 또한 국제결혼에 필요한 서류를 대행해주는 형태의 중개업으로 변화한 곳들도 많다.

물론 농촌 지역은 중개업으로 결혼한 비율이 여전히 높다. 특히 베트남은 중개업 비율이 50%를 넘는다. 다만 허오 대표는 “농촌 지역 공동화가 이미 진행돼 젊은 인구가 없는 상태에서 몇몇 농촌 젊은이들이 외국인 여성과 결혼을 하는 것이 눈에 띌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을 잘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회적 낙인’ 여전

허오 대표는 ‘매매혼’이라는 표현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2000년대 초반 성행했던 중개업을 통한 국제결혼 과정에서 불거졌던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모든 결혼이주여성들이 그러한 것처럼 치부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혼중개업 관리법이 도입되고 개정되면서 인신매매형 국제결혼 등 문제가 됐던 부분 역시 일부 개선되기도 했다. 물론 상업적 중개업 성향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 문제를 집중적이고 전문적으로 이야기해야 할 때를 제외하고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이 같은 표현이 소수자인 결혼이주여성에게는 ‘낙인’같이 남아버릴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고 우려했다.

그는 “예를 들면 서지현 검사가 복직한 뒤 검사로서의 유능함을 보이더라도 우리 사회는 서지현 검사를 ‘미투’ 당사자로 기억할 것”이라며 “결혼이주여성들 역시 ‘매매혼’을 통해 결혼한 사람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인식은 신문, 방송 등 미디어를 통해 확대·재생산되며 문제가 된다는 게 허오 대표의 입장이다. 그는 “예를 들어 같은 직장을 다니는 동료 중에 결혼이주여성이 있는데, 평소 굉장히 씩씩하게 직장생활을 잘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매매혼’ 등의 표현이 들어간 신문, 방송 등의 미디어를 보게 된다면 그들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볼 수도 있다”며 “미디어의 힘이 큰 만큼 이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 사회의 시민으로서 동등한 시민권을 획득하고 살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물론, 그들이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상처가 될지는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홈페이지 메인화면 캡처.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홈페이지 메인화면 캡처.

▲ 일반화의 ‘함정’

결혼이주여성에 대해 관심이 다시 모인 까닭은 지난달 있었던 베트남 이주여성 폭행 사건 때문이다. 두 살 배기 아이 앞에서 남편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동영상은 SNS를 통해 퍼졌고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그리고 이주여성에 대한 동정의 여론이 쏟아졌다.

허오 대표는 “현재 센터에서 해당 베트남 여성을 보호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당시 이와 관련된 입장문을 발표했었다”며 “참고로 그 여성은 중개업을 통한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트남 여성 폭행 사건은 이주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 사회의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여자 친구를 때려 사망케 했음에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등 젠더 폭력에 대해 법적 처벌이 굉장히 약한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사건 중 하나라는 것이다. 

허오 대표는 “이 같은 한국 사회 분위기 때문에 본인 보다 여러 조건이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는 이주여성들을 더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며 “한국 사회의 젠더 폭력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여성이 겪는 폭력에 무감각한 사회는 약자인 이주여성들에게 더 강력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론은 이번 폭행사건이 이주여성들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허오 대표는 “이 같은 사회 분위기에서는 이주여성이 다 맞고 사는 것처럼 ‘불쌍하다’는 인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소수자는 일반화가 쉬운데, 그런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그 베트남 여성이 왜 경찰이라는 공권력으로 바로 연결하지 않고 SNS를 선택했을까를 생각해볼 수도 있다. 허오 대표는 이에 대해 “경찰에 신고를 하려면 한국어로 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주여서들의 경우 한국어가 서툴기 때문에 믿을만한 지인을 통해 대리 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그들은 본인이 외국인 여성이라 한국 경찰에 신고했을 때 ‘나의 말을 잘 들어줄까’라는 확신이 없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많은 사람들도 본인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공적 통로가 아닌 SNS를 통해 고발을 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것도 한국 사회의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 “제도의 불평등함 개선돼야”

국내 결혼이주여성 관련 제도의 불평등함 역시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달 베트남 이주여성 폭행 사건과 관련, 결혼 이주여성의 경우 남편이 신원보증을 하지 않으면 미등록체류자로 처리돼 본인이 겪은 폭행 등을 외부로 알리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한국인 배우자의 ‘신원보증’ 제도는 이미 폐지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허오 대표는 이 말에 모순이 있다고 설명했다. 체류 연장에서 신원보증서 서류 자체는 폐지된 것은 맞지만, 실제로는 한국인 배우자의 의사가 중요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법무부의 설명 자료에 대한 유감 표명과 질의를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센터는 입장문을 통해 귀화 신청 서류 구비 중에는 한국인이 해주지 않으면 못 하는 것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인의 기본증명서, 재직 증명서 등이 그것인데 이 서류가 구비되지 않으면 귀화 신청이 불가능하다는 것. 이 때문에 이주여성이 배우자에 의존하지 않고 자력으로 귀화를 신청할 수 없다. 

또한 F-6(결혼이민) 비자 분류에서도 혼인 상태에 따라 별도로 관리되고 있어 개인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F-6(결혼이민) 비자에 1회 부여할 수 있는 체류 기간 상한은 3년임에도 실제로는 1~2년의 체류 기간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혼인 간이귀화 심사 시 소득 기준 3,000만 원이나 재직 증명서가 필요한데, 소득 증빙 범위가 넓다고는 하나 여전히 빈곤한 경우 결혼이주민의 귀화가 어렵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실제로 2015년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다문화가족 월평균 소득은 200~300만 원이 30.4%, 100~200만 원 미만이 23.8%를 기록했다. 당시 국내 월평균 가구 소득은 437만 원이었다.

허오 대표는 “이주여성 관련 제도 중 불평등한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며 “이 부분을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에서 이주여성들이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대표. (사진=선초롱 기자)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대표. (사진=선초롱 기자)

▲ 노동이주여성에 대한 ‘관심’ 필요

허오 대표는 결혼이주여성 외에도 노동 이주여성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현재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 인구(26~28만 명) 중 여성 노동자는 약 3만 명 정도다. 그중 약 1만 명은 제조업에, 나머지 1만 명이 좀 넘는 이들은 농업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데 그들이 처한 상황이 상당히 열악하다는 지적이다.

허오 대표는 “안전하지 않은 비닐하우스를 기숙사로 제공하거나, 성폭력·폭행 등에 노출된 농촌의 고립된 곳에서 일하는 등의 경우가 많다”며 “그나마 결혼이주여성들은 지원기관 등이 별도로 마련돼 있어 상황이 나은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농업의 경우 근로기준법 63조 예외조항에 속하기 때문에 노동·휴게시간을 적용받지 않는다. 농번기 때는 새벽 5시부터 해가 질 때까지 일하고, 한 달에 한 번 쉬어도 합법”이라며 “이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선초롱 기자 seoncr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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