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센터 친구 이진혜 변호사 인터뷰
“출생신고 피해 우려는 불확실한 주장, 인권침해 방지하는 최소한의 보장”
“생존권·건강권·교육권 등 차별, 코로나19 확산 이후 더욱 심화”
사회학자 스티븐 캐슬(Stephen Castles)은 현시대를 ‘이주의 시대’라고 불렀다. 세계화에 따라 한국에도 다양한 유형의 이주민이 증가하며, 2020년 1월 1일 기준 한국의 체류 외국인 수는 252만 4,656명을 기록했다.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9%로, 체류 외국인 250만 명 시대가 열린 것.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서류상으로 존재하지 않는 ‘있지만 없는’ 아이들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부모의 불법체류로 인해 출생과 성장과정에서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권을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이주 아동 들이다. <뉴스포스트>는 3편의 기획기사를 통해 국내 미등록 이주 아동 실태를 알아보고, 이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대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외국인아동의 출생신고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국내에서 출생한 모든 아동의 출생 사실을 정부가 파악하고, 아동학대 등의 문제를 방지하는 데 필수적인 제도입니다.”
‘이주민센터 친구’의 이진혜 변호사는 그동안의 법원과 인권위의 판결 사례를 볼 때 미등록 이주아동·청소년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은 충분히 실현 가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주민센터 친구는 이주민들을 무료로 법률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다. 이 변호사는 이곳에서 상근으로 일하며 체류 자격과 관련한 행정소송, 임금체불이나 산재 신청, 혼인이주여성의 이혼 및 가정폭력 대응 등을 다루고 있다. 특히 센터를 찾는 이주민들의 가장 큰 고민은 체류 자격으로, 자녀들의 건강·교육권 문제도 걸려 있다.
<뉴스포스트>는 지난 22일 이진혜 변호사와 함께 미등록 이주아동·청소년이 겪고 있는 인권 침해 실태와 이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입법과제 등에 대해 짚어봤다. 인터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면으로 진행했다.
- 미등록 이주아동·청소년의 인권 실태는 어떤가요?
“미등록 이주아동은 체류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유엔 아동권리협약, 국내 아동복지법 등에서 보호하고 있는 생존권, 건강권, 교육권 등에서 차별 내지 배제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어서 의료비가 과도하게 많이 나오고, 병원에서는 의료비를 선지출하거나 담보하지 않으면 치료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성인 이후 한국에 체류할 수 없고, 대학에 가거나 취업하는 것도 불가능하며 이를 합법화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돼 있지 않아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기가 어렵고, 장래희망이 있어도 이를 실현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힘든 부분입니다”
- 이주아동의 건강권과 관련한 정부의 지원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나요?
“필수적 예방접종은 보건소를 통해서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외의 예방접종에 드는 비용은 지원받지 못하며, 응급의료 역시 별도의 재정 지원이 없고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과도한 의료비 부담으로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방접종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응급의료비 지원을 위한 재정을 확충해야 합니다. 미등록 이주민이더라도 세금을 납부하고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이들의 교육권과 관련한 ‘불법체류 학생의 학습권 지원방안’ 지침은 잘 실행되고 있는지요?
“교육권의 경우, 초중등학교까지는 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지만 고등학교 이후에는 학교장의 재량으로 진학 가능성이 불투명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고등학교에 체류 자격을 이유로 진학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좌절하는 청소년이 많습니다. 체류의 경우, 고등학교까지 학업 지속 중이면 강제퇴거명령을 집행하지 않는 방식으로 체류를 묵인하는 수준이며, 체류 자격의 부존재로 인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과외 활동이나 자원봉사활동, 자격증 시험 응시 등을 하지 못하는 문제는 여전합니다.”
-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이들의 상황은 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의무교육이고, 미등록 이주아동 역시 어렵게나마 학교에 다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등교가 제한되고,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면서 상대적으로 부모의 교육 부담이 늘고 있는 것은 전국의 모든 아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미등록 이주아동은 특히, 부모가 한국어가 서툴러 온라인 수업을 지원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더욱 짙은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성년이 되어 국적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하늘길이 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태로 소중한 청춘을 허비해야 하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20세가 된 이주아동청소년은 한국에서 취업도, 진학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 그동안 미등록 이주아동·청소년과 관련한 법원의 판례들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 지금까지의 사례를 보면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가능할 것 같으신가요?
“국내에서 출생해 성년이 된 미등록 이주 청소년에 대해 내려진 강제퇴거명령을 취소하는 1심 판결이 대표적입니다. 이와 함께 인권위에서 법무부에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의 합법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고, 해외 사례들을 보더라도 제도 마련은 충분히 실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 미등록 이주아동·청소년의 인권 보장을 위해 가장 시급한 입법 과제는 무엇일까요?
“현재로서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체류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한국에서 한국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이주아동을 포용하는 입법을 하는 게 필요합니다. 학대 피해 미등록 이주아동이 보호받고, 치유될 수 있도록 한국 아동과 동일하게 지원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 일각에서는 ‘외국인 아동 출생 등록부’, ‘이주아동 권리보장’ 법안 등 이들과 관련한 법안이 국회에 발의될 때마다 “불법체류자에게 국적을 주려는 것이냐”, “난민을 늘리는 법안이다”와 같은 항의가 거셉니다.
“외국인아동의 출생신고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국내에서 출생한 모든 아동의 출생 사실을 정부가 파악하고, 누락돼 발생하는 아동학대 등의 문제를 방지하는 데 필수적인 제도입니다. 속인주의 원칙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외국인으로 출생한다고 해서 국적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난민을 늘린다는 것도 막연하고 불확실한 주장에 불과하며, 이미 출생하거나 한국에 입국해 살고 있는 이주아동이 인권침해를 당하지 않도록 최소한을 보장하는 데 그치는 법안들입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최근 법무부에서 ‘국내 출생 불법체류 이주아동’에 대한 체류 자격 부여 제도를 신설할 것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아동 최상의 이익이라는 아동의 인권 대원칙에 부합하는 정책으로 마련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