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트온어스, 취약계층 심리치료 지원하는 예비사회적기업
- 15일 어르신 대상 ’고향, 그리다 : 이야기 색칠 책‘ 출판
- 코로나19로 취약계층 심리치료 활동 멈추거나 미뤄지기도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노인들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코로나19 치명률이 높은 노인들은 감염 우려로 외부 활동 감소에 더해 경제활동 중단으로 소득이 줄어드는 등 삼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이에 ‘코로나 우울’을 호소하는 노인들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송정은 아트온어스 센터장. (사진=아트온어스 제공)​
​송정은 아트온어스 센터장. (사진=아트온어스 제공)​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0월 ‘노인들의 코로나19 감염 현황과 생활 변화에 따른 시사점’ 연구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노인들의 소득 및 일자리 걱정,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우울감이 증대하고 있다”고 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노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여가 시설이 대폭 줄어든 게 노인들의 코로나 우울감을 높인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지난 2017년 우리나라 노인 2,2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노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여가시설은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등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9월 기준 전국 노인복지관은 2.5%, 경로당은 23.5% 등으로 운영율이 대폭 감소했다. 또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요양보호사가 노인 돌봄 수혜 방문 업무를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노인 고립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노인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기 위한 예술 매체가 등장했다. 예비사회적기업 아트온어스는 노인들을 위한 이야기 색칠 책을 출판했다. 14일 뉴스포스트는 송정은 아트온어스 센터장을 만나 아트온어스 활동과 색칠 책의 의미 등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면으로 진행했다.

아트온어스는 지난해 4월 강원도 고성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심리치료를 진행한 바 있다. (사진=아트온어스 제공)
아트온어스는 지난해 4월 강원도 고성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심리치료를 진행한 바 있다. (사진=아트온어스 제공)

지난해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은 아트온어스는 심리치료 전문 지원센터다. 현대인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우울증부터 산불·지진 등 대형 재난 상황에서의 정신건강 피해, 성폭력·성추행 트라우마 등의 심리치료 활동을 한다. 아트온어스의 활동은 정신건강 피해를 최소화하는 국내외 심리사회적 지원 활동 전반에 녹아있다.

아트온어스는 지난해 4월 강원도 고성 일대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오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을 위한 예술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한 바 있다. 또 지난 2015년 진도 7.8을 기록한 네팔 대지진 당시 현장을 찾아 재난심리지원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송정은 아트온어스 센터장에게 심리치료는 “다가온 문제를 직시하면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조금 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소위 문제 있는 사람이 받는 상담이 아니라 나를 좀 더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만나는 과정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 후 네팔 지진피해 지역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고, 군대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님들, 암을 경험한 암 경험자분들, 거제 조선소 노동자분들과 미등록이주 아동 등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내담자들을 만나왔습니다.”

네팔 대지진 당시 아트온어스의 재난심리지원사업 현장 활동 사진. (사진=아트온어스 제공)
네팔 대지진 당시 아트온어스의 재난심리지원사업 현장 활동 사진. (사진=아트온어스 제공)

송 센터장에 의하면 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와 미술치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약물 처방 여부다. 겪고 있는 증상이 약물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병원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약물이 아닌 심리상담이 필요하다면 심리치료나 미술치료, 무용 동작 치료 등으로 “나를 더 깊게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아트온어스의 특장점은 예술치료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인데요. 어떤 감정과 감각들은 말로 표현되지 않을 때가 많죠. 미술이나 무용 동작 등 예술 언어를 통해 우리 몸이 주는 신호들을 알아차리고 나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과정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저희는 커뮤니티 심리지원 과정을 제공하는데요. 심리상담을 받는 내담자뿐 아니라 그 사람이 속한 커뮤니티, 더 나아가 사회가 함께 건강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믿는 까닭입니다.”

때때로 심리상담 과정은 치료사에게도 버겁다. 자신의 상처와 고통, 트라우마를 숨김없이 전하는 내담자의 언어를 듣는 과정이 치료사에게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 센터장은 이 과정이 내담자를 위한 희생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내담자의 치유과정이 치료사에게도 자신을 되돌아보며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그가 치료사로 활동하는 이유기도 하다.

“대학 시절 그림일기를 썼는데 그 과정이 제 마음을 치유했어요. 완전히 이해받는 느낌이었죠. 그렇게 미술치료에 눈을 떴습니다. 내담자의 힘든 이야기를 듣는 것이 치료사로서 힘들 때가 있지만, 그게 희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사실 상담의 여정을 마치고 성장해 가는 내담자들을 보면서 매번 우리 안에 있는 힘과 창의성을 확인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치료사도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상담은 내담자의 성장 과정에 참여하는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아트온어스는 오는 15일 어르신들을 위한 색칠 책 출판을 앞두고 있다. 한국 에자이의 사회공헌 활동인 ‘나를 있게 하는 우리(나우)’와 협업해 제작한 <고향, 그리다 : 이야기 색칠 책>(이하 고향, 그리다)이다.  송정은 센터장은  “이 책은 어르신들을 위한 예술 매체”라고 설명했다. <고향, 그리다>는 실제 어르신들의 추억을 담고 있다. 아트온어스는 구성 단계에서 어르신 서른 명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책을 제작했다. 

아트온어스가 오는 15일 출판할 예정인 '고향, 그리다' 색칠 책. (사진=아트온어스 제공)
아트온어스가 오는 15일 출판할 예정인 '고향, 그리다' 색칠 책. (사진=아트온어스 제공)

<고향, 그리다>는 △그때 그 장소 △마을 풍경 △어떤 날 등 총 세 가지 버전으로 출판된다. 각각의 책 모두 어르신들의 개인사를 바탕으로, 그 시대의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때 그 장소’ 편은 음악다방이나 목욕탕 등 어르신들의 추억이 담긴 장소를, ‘마을 풍경’ 편은 어르신들의 유년 시절 고향의 모습을, ‘어떤 날’은 결혼식이나 첫 아이 낳던 날처럼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 보물처럼 남아있는 날을 그림으로 담고 있다. <고향, 그리다> 시리즈를 통해, 어르신들은 검은 선으로만 그려진 책 속 그림에 형형색색의 색을 채우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고령화 시대로 접어든지 오래지만 어르신들을 위한 예술 매체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이 즐길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면, 사용하는 어르신의 이야기가 담긴다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예전에 한 프로그램에서 학교에 다니고 싶었는데 어릴 때 학교에 다닐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시며 그리기 도구와 그림 그리는 활동을 소중하게 여기는 어르신을 만난 적이 있어요. 그런 어르신들에게 그분들을 위한 잘 만들어진 콘텐츠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어르신들은 검은 선으로만 그려진 책 속 그림에 형형색색의 색을 채우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사진=아트온어스 제공)​
어르신들은 검은 선으로만 그려진 책 속 그림에 형형색색의 색을 채우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사진=아트온어스 제공)​

코로나19 확산은 아트온어스 활동에도 영향을 끼쳤다. 대부분 대면으로 이뤄지는 심리치료 특성상 활동에 제약이 생긴 것이다. 어르신들을 위한 <고향, 그리다> 출판 일정도 몇 차례 미뤄지는 등 애로사항이 있었다. 아트온어스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힌 이후 <고향, 그리다> 색칠 책을 활용한 어르신 대상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아무래도 심리치료가 대면 활동이 중심이 되다 보니 많은 사업이 멈추거나 미뤄졌어요. <고향, 그리다>는 코로나 이전부터 기획하고 준비했던 프로젝트였는데요. 처음에 인터뷰 진행이나, 세부 일정 등에 변동이 생겼죠. 당장은 코로나19로 어르신들과 대면하고 활동하기가 어렵지만, 어서 이 시기가 지나고 어르신들의 새로운 고향이야기들을 그림과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의 말미에 송정은 센터장은 아트온어스 활동의 방향성에 대해 전했다. 송 센터장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하다”면서 “많은 사회적기업과 마찬가지로, 아트온어스도 혼자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사회와 함께 성장해 나가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정은 아트온어스 센터장은...

▴George-Washington University 미술치료 석사

▴굿네이버스 미술치료사

▴남양주 상담복지센터 미술치료사

▴미국미술치료학회

▴한국예술치료학회

▴미술치료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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