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베’ 활동하는 이들 대부분 청년...꼰대는 나이 문제 아냐
- ‘아빠 찬스’·‘엄마 찬스’ 386세대에 대한 청년들 혐오가 노인까지 번져
- 노인세대, 취업·내집마련·공정한기회 박탈당한 청년세대 분노 이해해야
- 청년일자리와 노인일자리 사업에 ‘제로섬 프레임’ 씌우는 정부 반성 필요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이른바 ‘촛불정부’가 들어서면서 오히려 혐오와 자기 확증편향이 강해졌어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대비 2018년에 노인 학대가 16.3% 증가했는데요. 노인혐오는 국민 분열의 한 갈래입니다. 결국 민주주의가 후퇴하면 심각해지기 마련이죠.”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은 노년세대가 청년세대가 처한 어려움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상진 기자)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은 노년세대가 청년세대가 처한 어려움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상진 기자)

고현종(55)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은 18일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 민주주의가 후퇴하면서 노인혐오가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사회를 양극단으로 쪼개면서,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혐오라는 프레임을 씌운다는 것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Die Sprache ist das Haus des Seins)이라고 했다. 존재는 스스로 사용하는 언어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뜻이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우리 사유는 우리가 쓰는 언어 수준을 맴돌기 마련이다.  

틀니를 사용하는 노인을 낮잡아 이르는 ‘틀딱충’, 여성 노인이 시끄럽게 떠든다는 비하 표현인 ‘할매미’,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을 업신여겨 낮추는 뜻인 ‘연금충’ 등은 2030 청년세대가 노인세대를 지칭하는 언표다. 이 언표는 노인세대를 인지하는 청년의 사유다. 

왜 청년들은 노인을 혐오하게 됐을까? 이런 혐오에는 타당성이 있을까? 청년세대와 노인세대의 화해는 가능할까? 혐오를 건너 화합의 저편으로 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뉴스포스트>는 18일 동대문구 신설동에 위치한 노년유니온 사무실에서 고현종 사무처장을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해 9월 서울시 동대문구 서울시립대로에 위치한 ‘밥퍼나눔운동본부’가 제공하는 식사를 기다리는 수혜자들.  고현종 사무처장은 정치권과 언론이 사회 취약계층인 노인에게 혐오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이상진 기자)
지난해 9월 서울시 동대문구 서울시립대로에 위치한 ‘밥퍼나눔운동본부’가 제공하는 식사를 기다리는 수혜자들.  고현종 사무처장은 정치권과 언론이 사회 취약계층인 노인에게 혐오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이상진 기자)

- 노인혐오가 심각해진다는 우려가 큰데요. 노인혐오 수준을 보여주는 통계가 있나요?
“혐오라는 게 정서적인 것이라 국가 통계는 없습니다. 이를 보여주는 지표는 있는데요. 혐오라는 게 누군가를 싫어하고 증오하는 건데, 이게 학대로 이어지거든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9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1만1,000건이었던 노인 학대 신고 건수가 2019년도에 1만6,000건으로 늘었어요. 계속 늘어나는 추세고요. 특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던 2017년부터 2018년까지 16.3% 증가했습니다.”

- 청년세대의 노인혐오가 요즘 들어 심각해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어떤 현상이나 집단을 인식하기 위해서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대도 마찬가지인데요. 청년세대에게 함부로 반말을 한다든가, 지하철에서 다툰다든가, ‘라떼는 말이야~’라면서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일부 노인들을 보고 노인세대 전체를 꼰대로 일반화하는 거죠. 세대 간 갈등은 어느 시대에나 있어왔지만, 요즘 청년세대와 노인세대 간 충돌이 심각해졌습니다.”

- 노인세대가 일방적인 자기주장이 강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인식이 있는데요.
“사실 ‘꼰대’는 나이와 상관이 없어요. 제가 꼰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청년 30명과 노인 3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습니다. 물론 노인세대가 꼰대 성향이 더 높았어요. 30명 가운데 20명이 꼰대 성향으로 나왔는데요. 놀라운 건 청년 30명 가운데 15명, 그러니까 50% 정도도 꼰대 성향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는 겁니다. 흔히 ‘일베’를 하는 사람들 가운데 노인이 있을까요? 대부분 젊은 세대, 청년세대들이죠. 젊은 층인데, 엄청 편향돼 있는 거죠. 그런데 일부 이런 청년들을 보고 전체를 일반화시키지는 않는데요. ‘어버이연합’이라든지 ‘엄마부대’라든지 이렇게 극단적인 표현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는 노인세대를 꼰대라고 일반화합니다.”

고현종 사무처장은 '꼰대'는 나이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사진=이상진 기자)
고현종 사무처장은 '꼰대'는 나이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사진=이상진 기자)

- 그럼 왜 최근 들어 청년세대와 노인세대 갈등이 심해졌을까요?
“정치권과 언론의 문제라고 봅니다. 언론은 일반화한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부추겨서 화제성을 확보하려고 하고요. 정치권은 편을 갈라야 확고한 지지층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지난  박근혜 정부 때 여러 가지 폐단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문재인 정부, 이른바 ‘촛불정부’가 들어서고는 혐오와 자기 확증편향이 더 심해졌어요. ‘내로남불’ 행태라고 하죠. 노인혐오는 국민 분열의 한 갈래인데, 민주주의가 후퇴하면서 세대 간 갈등이 심화했습니다.”

- 세대 간 갈등과 민주주의 후퇴의 연결고리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내가 하면 정당하고 남이 하면 저건 없어져야 하는 것,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합리화하는 것, 이게 바로 전형적인 꼰대인데요. 지금 정부는 조국 사태 이후로 잘못을 인정 안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초기에 인사원칙을 정했잖아요.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논문표절, 병역 면탈, 세금 탈루 등등이요. 그런데 그걸 지키지 못했어요. ‘아빠 찬스’, ‘엄마 찬스’ 쓰고도, 이게 일정 부분 사실로 드러났는데도, 잘못을 인정 안 하죠. 오히려 음모론이라고 해요. 청년세대는 이런 386세대를 보면서 ‘아, 기성세대가 다 이렇게 썩었구나’라면서 386 이상 세대들이 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죠. 이걸 정치권에서는 노인을 꼰대 집단으로 일반화해서 책임을 돌리는 거고요.”

- 노인세대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정치권이 프레임을 씌웠다는 건가요?
“노인세대들도 고쳐야 할 점이 있어요. ‘나 때는 다 의지력으로 극복했는데’, ‘지금 청년들 의지력이 너무 약해’, ‘부모에게 너무 의지해’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요. 저를 포함한 386 세대 이상들은 취업 걱정이 없었어요. 먹고 살 걱정도 없고, 열심히 저축하면 내 집 마련도 가능했죠. 그런데 지금 청년들이 처한 상황은 어떤가요? 내 집 마련은커녕 먹고 살기도 힘들어요. 취업은커녕 인턴 자리 하나 얻기도 힘들고요. 그렇다고 주어진 기회가 공정한가요? 청년세대가 처한 상황이 정말 힘들다는 걸 이해해야 합니다.”

지난달 15일 서울 시내에서 열린 광화문 집회. (사진=김혜선 기자)
지난달 15일 서울 시내에서 열린 광화문 집회. (사진=김혜선 기자)

- 지난 8.15 광화문 집회와 오는 10.3 개천절 집회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노인세대가 주축이 된 광화문 집회로 코로나19가 확산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제발 그런 것 좀 안 했으면 좋겠어요. 왜 자꾸 그런 거 해서 갈등만 더 불러일으키는지... 8.15 광화문 집회 잘못했죠. 코로나19 확산에 일부분 원인 제공을 했어요. 전광훈 목사도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다만 전부 책임을 물을 수는 없어요. 수도권 코로나19 확진자는 15일 이전인 14일부터 세 자릿수로 늘었어요. 정부에선 수도권 확산 사태가 일어나니까 책임을 돌릴 희생양이 필요했던 거죠. 딱 보니 교회와 노인세대가 보였던 거죠. 그렇다고 정부 책임이 사라지나요? 그렇지 않죠. 대구, 신천지, 콜센터, 이태원 청년들을 향하던 손가락질이  노인세대와 교회로 향한 겁니다.”

- 청년세대와 노인세대 간 간극을 좁히기 위한 방안이 있을지요?
“결국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 표출하느냐, 이게 중요합니다. 그동안 생각이 다른 사람들, 여러 세대가 대화를 주고받고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어요. 세대와 이념에 따라 광화문이나 서초동으로 나뉠 게 아니라, 한 공간에 모여서 서로 대화를 해보는 게 중요해요. 엄청 싫어하고 혐오했는데 막상 대화를 해보니 ‘어? 이해가 되네’ 이런 거죠. 지자체에서는 대규모보다는 소규모로 여러 세대가 모여 소통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해요. 청년과 노인이 함께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이라든지, 이런 걸 지원해주는 겁니다.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당분간은 힘들겠지만...”

- 노인세대와 청년세대가 일자리를 놓고 갈등을 빚는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노인 일자리가 늘어나면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다, 이런 건 정부에서 씌우는 제로섬 프레임입니다. 사회학에서 노동시장의 총량이 정해져있다는 건 근거가 없다는 게 일치된 의견이에요. 과거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활발하지 않았을 때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하면 남성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는데, 실제론 어땠나요? 결과적으로 일자리의 총량이 늘어났지 남성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았어요. 정부가 자기가 해야 할 역할, 경제를 성장시켜서 취업률을 늘려야 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노인세대가 일자리를 뺏어간다고 책임을 전가하는 겁니다.” 

고현종 사무처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세대 통합을 위해 상호 소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이상진 기자)
고현종 사무처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세대 통합을 위해 상호 소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이상진 기자)

- 이해심이 넓으신 사무처장님은 자녀분들과 충돌이 없으실 것 같은데요. (웃음)
“저도 세대 갈등 겪죠. (웃음) 제가 딸만 둘입니다. 22살, 23살인데. 모두 대학생이고요. 이제 대학 3학년, 4학년인데... 아이들 보면 집에선 맨날 핸드폰만 하고 있어요. 이제 졸업반인데 공모전도 지원해보고 인턴도 해보라고 잔소리도 했었죠. 그런데 방학 중에도 아르바이트하고, 학교 다니면서도 아르바이트하는데, 어디 그게 쉬운가요. ‘아빠 찬스’나 ‘엄마 찬스’ 쓰고 몇 군데씩 인턴하지 않는 이상. 그렇다고 제가 인턴 자리를 소개해줄 수도 없고요. ‘내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해주겠다거나, 하겠다’ 이런 게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거 같아요. 이제는 그냥 아이들 믿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 끝으로 세대 간 화합에 대해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세요.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할 수 있는 다양한 세대 화합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청년이 노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이야기로 자서전을 작성한다든지, 교육을 통해 노인이 청년들이 활동하는 걸 촬영해서 청년들의 추억을 유튜브에 업로드한다든지요. 이런 걸 지원해서 세대 간 접촉을 늘려야 합니다. 노인복지관 운영과 노인일자리 운영방식, 청년지원 정책을 합쳐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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