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

[뉴스포스트=강대호 기자] 지난 6월 15일은 ‘노인학대 예방의 날’이었다. 이날은 UN과 세계노인학대방지망(INPEA)이 정한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World Elder Abuse Awareness Day)’이기도 하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길거리에 노인들이 앉아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뉴스포스트 DB)
서울 영등포구의 한 길거리에 노인들이 앉아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뉴스포스트 DB)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이하여 보건복지부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은 ‘2020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국 34개소의 노인보호전문기관이 2020년 한 해 동안 수집한 사례들을 분석한 자료다. 

이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노인학대신고 건수는 1만6,973건이었다. 이는 2019년과 비교해 5.6% 증가한 수치로 이 중 실제 학대사례로 판정된 건수는 6,259건이다. 2019년의 5,243건보다 19.4% 증가한 수치다.

아동학대가 사회적 큰 문제가 되었지만 노인학대 또한 그에 못지않은 문제로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 내렸다. 

노인학대 유형. (출처: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노인학대 유형. (출처: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노인학대는 어떻게 시작하는가

‘2020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는 노인학대에 관한 다양한 유형을 소개하면서 이 문제가 단순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노인학대 유형 중 ‘신체적 학대’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물리적인 힘이나 도구를 이용해 노인에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인 손상과 고통, 그리고 장애를 일으키는 행위를 말한다.

‘정서적 학대’도 흔하다. 여기에는 물리적 힘을 가하지 않지만 그에 못지않은 상처를 준다. 비난, 모욕, 위협 등 언어와 비언어적 행위를 통하여 노인에게 정서적으로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를 말한다.

최근에는 ‘성적 학대’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행하는 모든 성적 행위를 말한다. 성희롱, 성추행, 강간과 같은 성폭력은 물론 기저귀 교체 시 가림막을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 

‘경제적 학대’도 노인학대에 속한다. 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노인으로부터 재산 또는 권리를 빼앗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경제적 착취는 물론 노인 재산에 관한 법률 관리 위반, 경제적 권리와 관련된 의사결정에서의 통제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 주위에서 ‘방임’된 노인도 많이 볼 수 있다. 부양의무자 또는 보호자의 책임이나 의무를 거부하거나 불이행하는, 또는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그 결과 노인에게 필요한 생활비와 치료비, 결국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는 모든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방임에는 ‘자기 방임’도 포함된다. 노인 스스로 의식주 제공 노력을 하지 않거나 의료 처치를 거부하는 등 최소한의 자기보호 관련 행위를 의도적으로 포기하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에는 인지 기능 저하 때문에 의도치 않게 자신을 관리하지 않아 심신이 위험한 상황이나 사망에 이르게 하는 사례도 있다.

그밖에 ‘유기’처럼 보호자나 부양의무자가 노인을 버리는 행위도 있다. 위에 언급한 모든 학대 유형은 단독으로 표출되기도 하지만 두 가지 이상 유형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신체적 학대’와 ‘경제적 학대’가 함께 발견되는 식이다.

2020 노인학대 현황

‘2020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 의하면 2020년에 노인학대라고 신고 한 16,973건 중 노인학대 사례로 판정된 건 6,259건이다. 이들 사례를 유형별로 분석하니 9.803건이 되었다. 노인학대는 여러 유형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중복으로 집계한 결과다. 

우선 정서적 학대’와 신체적 학대가 제일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2020년에 ‘정서적 학대’가 4,188건으로 42.7%를 차지하고, ‘신체적 학대’가 3,917건으로 40.0%를 차지한다. 

그 뒤를 이어 ‘방임’이 760건 7.8%, ‘경제적 학대’가 431건 4.4%, ‘성적 학대’가 231건 2.4%, ‘자기 방임’이 223건 2.3%, 그리고 ‘유기’가 53건 0.5% 순이다.

노인학대 발생이 많아지는 것도 문제지만 이러한 학대를 저지르는 행위자가 피해 노인과 가까운 관계인 것도 문제다. 자료에 의하면 학대 피해 노인의 ‘아들’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배우자가 그 뒤를 잇는다.

통계로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 수 있다. 2020년에 학대 행위자가 ‘아들’인 경우가 34.2%를 차지했고, ‘배우자’가 31.7%를 차지했다. 배우자의 경우 2018년에 27.5%, 2019년에는 30.3%로 계속 수치가 올라가는 추세다. 

그밖에 가족 못지않은 보호 의무를 갖는 각종 노인 관련 기관도 13.0%를 차지했고, 가족 아닌 타인도 3.3%를 차지했다. 또한, 본인 스스로 학대행위를 하는 경우도 3.3%를 차지했다.

노인학대 신고 및 학대 사례 판정 건수. (출처: 보건복지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노인학대 신고 및 학대 사례 판정 건수. (출처: 보건복지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코로나19 때문에?

요즘 뉴스에서는 노인학대보다 아동학대에 관한 소식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노인 학대에 관한 뉴스가 없다고 해서 그 사실까지 없는 것이 되진 않는다. 통계에 의하면 노인학대는 지속적안 증가 추세를 보인다. 

2020년의 경우 전년의 5,243건에서 6,259건으로 증가해 19.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증가의 원인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감염병 창궐과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우울장애와 스트레스, 그리고 가족 갈등으로 인해 노인학대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한다.

여러 수치가 보여주듯 ‘노인학대’ 또한 ‘아동학대’ 못지않은 사회 문제다. 다만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학대행위를 하는 사람이 자녀나 배우자 등 가족인 경우가 많아 학대를 당하는 노인이 '쉬쉬'하고 숨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통계도 이를 나타낸다. 경찰관이나 타인처럼 노인학대 ‘비신고의무자’가 신고하는 비율이 85%를 차지한다. 노인학대도 아동학대처럼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은 노인학대 방지 캠페인을 벌이고 노인학대 신고앱 홍보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물론 노인학대를 줄이기 위한 계도와 홍보가 필요하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주변을 향한 작은 관심이 아닐까. 이웃 노인을 지켜보는 따뜻한 시선이 노인학대를 줄이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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