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의 노인 인권 동향보고서 분석
“노인학대 예방과 방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 촉구”

[뉴스포스트=강대호 기자] 학대는 우리의 일상과 가까운 인권 문제이다. 특히 지난 몇 달 ‘아동학대’와 관련한 여러 사건이 우리 주변의 아동들을 돌아보게 했다. 한편 노인학대는 잘 드러나지 않아 더욱 심각한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노인 인구의 약 17%가 노인 학대를 당한다고 한다. 여기에는 신체적, 정서적 학대는 물론 성적, 경제적 학대 및 방치와 유기 등도 포함된다. 

국제 사회, 특히 아셈 회원국들은 잘 드러나지 않아 더욱 위험한 노인학대를 세계 차원에서 대응하기 위해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ASEM Global Aging Center, AGAC)’를 설립했다.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는 서울에 본부를 둔 국제 노인 인권 전문기관으로 아셈 회원국의 다양한 노인 인권 문제를 다루는 국제 허브 역할을 맡는다.

센터는 아셈 회원국이 직면한 노인 문제들을 해소하고 노인 인권의 보호와 증진을 위해 노인 인권 정책연구, 교류협력, 인식개선 및 교육, 정보서비스 등의 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AGAC)의 노인 인권 동향 보고서 '이슈포커스' (출처: ACAC '이슈포커스' )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AGAC)의 노인 인권 동향 보고서 '이슈포커스' (출처: ACAC '이슈포커스' )

노인 인권 동향보고서 ‘이슈포커스(Issue Focus)’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는 일 년에 두 번 노인 인권 동향보고서 ‘이슈포커스’를 발행한다. 지난 2020년 ‘가을겨울호’에서는 ‘코로나19와 노인인권’을 다뤘고, 지난 6월 14일에 발행한 2021년 봄여름호에서는 ‘노인학대와 노인의 권리’를 주제로 다뤘다. 이번 호에는 아셈 회원국의 여러 전문가가 집필한 6편의 논문을 실었다. 

‘이슈포커스’ 이번 호는 특히 코로나19상황이 노인 인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주목한다. 감염병 창궐로 노인들은 장기간의 고립과 소득 및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제한된 접근으로 고통받았고, 이는 노인학대의 증가로 연결되기도 했다고. 노인학대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였는데 감염병 창궐이 이를 가속화 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창궐이 노인학대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 논문은 스리랑카 콜롬보 대학의 ‘락슈만 디사나야케(Lakshman Dissanayake)’ 교수와 ‘마노리 위라퉁가(Manori Weeratunga)’ 교수가 집필했다. 

감염병 창궐로 인한 ‘봉쇄’ 및 ‘사회적 거리두기’는 전 세계가 함께 겪었다. 덕분에 많은 노인이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경험했다. 두 교수는 이런 현상들이 노인 학대의 원인을 제공했고 결과로도 도출되었다고 밝힌다. 가족, 친구, 커뮤니티와의 대면 접촉이 제한되면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두 교수는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특수한 돌봄 환경이 노인 학대의 위험을 증가시켰다고 분석한다. 노인은 물론 보호자도 축적된 스트레스와 자신의 건강 문제에 노출된다. 이러한 부정적인 상황으로 인해 보호자가 노인에게 학대를 가할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모든 사람에게 힘든 상황이었지만 학대에 노출된 노인에게는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노인은 폐쇄로 인해 가해자와 더 오래 머물도록 강요당하고, 재정적 및 정서적 지원 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정보 및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는 노인이 많았다고 두 교수는 논문에서 밝힌다. 

코로나19가 크게 퍼지자 노인학대는 사회적 수준에서 나타났다. 노골적인 연령 차별, 노인 배제 등이 전 세계에서 일어난 것이다. 많은 나라에서 노인 계층이 의료 서비스의 우선순위에서 배제되고, 노인이 봉쇄 기간 동안 방임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노인 차별과 배제가 드러났다고 두 교수는 논문에서 밝힌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 기기에 대한 접근성이 차별과 학대로 이어졌다고도 분석한다. 물론 코로나19 이전에도 노인 인구에 대한 양질의 데이터가 부족했지만 노인 세대의 디지털 장치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어 데이터 수집이 더욱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교수는 이러한 현실이 노인학대 문제에 대한 반성과 이를 해결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견해를 밝힌다.

한국의 노인 학대 관련 정책과 법률

이슈포커스 2021 봄여름호 ‘노인학대와 노인의 권리’에서는 한국 상황도 비중 있게 다룬다. 이 부분은 건국대학교 이미진 교수가 집필했다. 

‘이슈포커스’는 서문에서 ASEM 회원국 노인 문제의 특성은 각국의 환경 및 문화적 특성에 영향을 받는다고 보았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은 유교 문화와 관련 있다. 2000년 초까지 한국 사회는 노인 학대가 사회 문제로 드러나지 않았다. 문제가 없었다기보다는 노인을 존중하는 유교 문화 때문에 드러내기 어려웠던 모순이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노인 학대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견되며 노인 학대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진 교수의 논문에 의하면 노인 학대 신고 건수는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약 2.6 배 증가했으며, 시설 내 노인 학대는 같은 기간 약 12 ​​배 증가했다고. 

물론 한국 정부는 노인 문제, 특히 노인학대 예방을 ​​위해 노력해왔다. ‘노인복지법’을 개정하고 노인 학대 방지 정책을 개발하여 노인 학대를 예방하고 보호한다. 그러나 이미진 교수는 논문에서 ‘노인복지법’의 한계를 지적한다. 

이미진 교수는 현재 한국의 ‘노인복지법’은 노인 학대 관련 법률 조항이 체계적으로 기술되어 있지 않으며 국가와 지방 자치 단체의 책임이 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고 본다. 또한, 노인 학대 예방 및 해결을 위해 필요한 기관 간 네트워킹 및 정보 공유의 법적 근거가 노인복지법 개정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교수는 구체적으로 학대 피해 노인을 위한 긴급 서비스 관련 조항, 노인 보호 서비스 기관 노동자의 역할과 대우에 관한 조항, 노인학대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분리 조항 등을 노인복지법에 구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진 교수는 이러한 법 개정은 물론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견해를 밝힌다. 나아가 유엔이 ‘노인 권리 협약’을 제정한다면 전 세계가 노인 학대 예방의 토대를 마련해 노인 인권 향상의 큰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제언한다.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AGAC)의 노인 인권 동향 보고서 '이슈포커스'에는 노인 인권과 노인학대에 관한 6편의 논문이 실렸다. (출처: ACAC '이슈포커스' )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AGAC)의 노인 인권 동향 보고서 '이슈포커스'에는 노인 인권과 노인학대에 관한 6편의 논문이 실렸다. (출처: ACAC '이슈포커스' )

전 세계적 관심이 필요한 노인학대

‘이슈포커스’ 이번 호에는 위 논문들 외에도 ‘유럽에서 노인학대 증가 추세’, ‘코로나19와 방글라데시의 노인학대’, ‘젠더 이슈와 노인학대’, ‘노인학대에 관한 국제 사회의 노력’ 등을 다룬  6편의 논문이 실렸다.

오늘날 노인학대는 저개발국가와 선진국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고 있으며 특히 감염병 창궐이 더욱 이 문제를 가속화한 경향이 있다고 ‘이슈포커스’의 각 논문 저자들은 견해를 밝힌다. 그들은 나라와 문화를 막론하고 겉으로 드러나기 어려운 노인학대의 특성들을 들며 사회적 관심, 나아가 국제적 관심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한다. 

물론 관심은 우리 주변부터 살피는 것에서 출발한다.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가 발행한 '이슈포커스' 2021 봄여름 호, ‘노인학대와 노인의 권리’는 센터 홈페이지에서 영문판 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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