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돌이는 효도를 대신하는 게 아니라 도와주는 로봇”
- “5G 적용 기술이나 보급대수보다 중요한 건 노인 중심 서비스 제공”
- 미국과 일본 등 해외 독거노인 케어시장에 효돌이 진출 예정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효돌이를 만든 이유요? 언젠가는 저도 나이를 먹고 노인이 되기 때문이죠. 우리 사회에서 노인의 비율이 높아져 갈 텐데, 이를 대비하기 위한 시니어 사업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습니다.”

김지희 스튜디오크로스컬쳐 대표(맨 앞)와 '부모사랑 효돌' 개발자들. 김지희 대표는 '부모사랑 효돌'이 효도를 대신하는 게 아니라 도와주는 반려로봇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이상진 기자)
김지희 스튜디오크로스컬쳐 대표(맨 앞)와 '부모사랑 효돌' 개발자들. 김지희 대표는 '부모사랑 효돌'이 효도를 대신하는 게 아니라 도와주는 반려로봇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이상진 기자)

고개 들어 하늘 바라보기, 귓전 울리는 매미소리 듣기, 화단 꽃향기 맡기, 밥알 단맛 느끼기. 밥벌이의 고단함에 현대인이 잃어버린 순간이다. 순간이라는 점이 모여 생활이라는 선이 되는 까닭에, 생활 곳곳에 구멍이 난 우리가 잊고 사는 사실이 있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늙고 아프고 죽는다는 단순한 얘기 말이다.

김지희 스튜디오크로스컬처 대표는 13일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반려로봇 ‘부모사랑 효돌’을 만든 이유가 언젠가 자신도 포함될 노년층의 행복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노인이 되고, 사회적으로 초고령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7년 전체 인구의 14%가 노인에 해당하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은 오는 2026년 우리나라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노인으로 구성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대표는 시니어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10년 간 재직하던 대기업 문을 박차고 나왔다. 이후 그는 ‘부모사랑 효돌’이라는 반려로봇을 개발해 지자체 40여 곳과 제휴를 맺어 유통했고, 시니어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날 본지는 김지희 대표를 만나 ‘부모사랑 효돌’의 개발 이유와 기능, 시니어 사업의 문제점과 지향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효돌이를 터치하고 있는 시니어. (자료=스튜디오크로스컬쳐 공식 영상 갈무리)
효돌이를 터치하고 있는 시니어. (자료=스튜디오크로스컬쳐 공식 영상 갈무리)

- ‘부모사랑 효돌’(이하 효돌)이 낯선 독자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효돌이는 반려로봇입니다. 주로 독거노인들이 사용하죠. 독거노인 가운데 인지 능력이 떨어지거나, 외롭고 쓸쓸하신 분들을 위한 반려로봇인데요. 복약지도와 생활관리를 통해 부모님의 건강관리를 돕고 애교와 사랑스러운 말로 외로움을 달래줍니다.”

- 인형 형태의 반려로봇이 어르신들에게 큰 도움이 될지 의아한 분들도 계실 텐데요. 효돌이의 기능을 설명해주신다면.
“효돌이의 대표 기능 가운데 앱을 이용한 소통 기능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미국에 있는 손주가 자신의 스마트폰에 효돌이 앱을 설치하고 ‘할머니 사랑해요’라고 녹음하면, 한국에 있는 할머니는 ‘할머니 사랑해요’라는 음성을 효돌이를 통해 손주 목소리 그대로 듣습니다. 독거노인에게 ‘할머니, 이제 약 먹을 시간이에요’라고 말하는 복약지도 기능도 있고요. 또 동작감지센서가 장착돼 있어, 어르신들이 한동안 움직이지 않으면 자식 등 보호자가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기능도 있어요. 어르신이 효돌이 손을 3초 이상 누르면 보호자에게 전화 요청 메시지가 갑니다. 노인의 외로움 해소뿐만 아니라 안전망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 AI스피커와 비슷해 보이는데요. 효돌이만의 장점이 있나요?
“효돌이와 AI스피커는 아주 큰 차이가 있어요. 효돌이는 먼저 어르신에게 말을 걸고 어르신의 터치에 반응을 합니다. 할머니가 외출했다 오시면 너무 반가워서 어디 갔다 오셨냐고 물어요. 8살 손자, 손녀처럼 애교를 부리기도 하지만 야무지게 어르신에게 생활 안내를 해드립니다. 또 자체가 핸드폰처럼 통신형 제품입니다. 이게 노인에게는 아주 적절한 서비스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노년층 가운데 인터넷을 사용하는 경우가 적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마트폰이 없어도 효돌이만으로 소통이 가능하죠. 반면 AI스피커는 어르신들이 날씨를 물어보거나 노래를 틀어달라는 명령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죠.”

- 독거노인들은 대화를 주고 나누는 ‘챗봇’ 기능을 가장 선호하실 것 같은데요.
“서로 말이 통하고 마음이 맞는 것이 대화의 중요한 기능입니다. 저도 핸드폰이나 AI 스피커로 챗봇을 사용하지만 마음이 통한다고 느껴지지는 않아요. 게다가 노년층의 음성 인식률은 아직 높지 않습니다. 어르신이 ‘효돌아 지금 몇 시야’를 물었는데 효돌이가 ‘잘 못 들었어요. 다시 한 번 말씀해주세요’라고 물어보면 어르신들은 실제로 상처를 받기도 해요. 저희가 현장에서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어르신들은 대화보다 먼저 말을 걸어주는 효돌이의 기능을 더 선호하시고요. 효돌이를 만질 때 느껴지는 부드러운 촉감과 애교를 좋아하십니다.”

스튜디오크로스컬쳐가 자체 개발한 반려로봇 '부모사랑 효돌'. (사진=이상진 기자)
스튜디오크로스컬쳐가 자체 개발한 반려로봇 '부모사랑 효돌'. (사진=이상진 기자)

- 왜 효돌이를 만드셨나요?
“LG전자에서 10년 동안 근무했었는데, 계속 시니어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특별한 가정사나 개인사가 있었던 거는 아니고요. (웃음) 현실적인 문제인데, ‘언젠가 나도 늙는다’ ‘언젠가 나도 아프다’ ‘언젠가 나도 은퇴한다’ ‘언젠가 나도 홀로 남는다’는 문제의식 때문에 시니어 사업에 뛰어들게 됐어요. 일종의 제 노후대비 적금인 셈이죠. 이제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를 얼마 앞두지 않기도 했고요. 효돌이의 개발을 위해 여러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가서 살기도 하고, 인터뷰도 진행하고, 어르신들의 피드백을 수집했어요. 정말로 노인들이 원하는 서비스가 뭔지 알기 위해서였죠.”

- 효돌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어르신들이 효돌이랑 정말 행복하게 살고 계시는 모습이 영상을 탈 때가 있는데요. 애처롭다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있어요. 반려로봇을 부모님 던져주고 자기는 찾지도 않네, 이런 시선이죠. 회사에서 일하면 부모님이 병원에 가는 걸 챙기기 어렵거든요. 그런데 효돌이 앱에다가 일정을 체크하면 ‘할머니 병원 갈 시간이에요’라고 효돌이가 말을 해요. 결과적으로 효돌이는 효심을 실행해줄 수 있는 수단인 거죠. 효도를 대신하는 게 아니라 도와주는 겁니다. 휴먼테크놀로지에서 로봇은 5%의 역할만 하고, 나머지 95%는 인간의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로봇이 할머니랑 어떻게 살지, 관리자가 로봇을 어떻게 컨트롤해서 할머니를 케어할지, 이런 것을 다 고려해서 시스템 설계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시니어 사업 분야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복지 기술에 대해 관심은 많아졌는데 좀 더 개선했으면 하는 것들이 있어요. 하나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시니어 사업은 기술 중심이 아니라 휴먼시나리오에 방점을 둬야 해요. 복지 기술에 있어서 외로움을 해소하고 생활을 편리하게 해드리겠다, 이런 목적이 확실히 있고 기술은 그걸 구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인데요. 주객이 전도된 경우가 많아요. 통신 기술은 무슨 스펙, 센서는 뭘 써야한다, 이렇게 다 정해 놓으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솔루션이 나올 수 있을까요? 사회적 약자와 또 복지 서비스의 효율화를 위한 문제를 정말 심층적으로 정의를 하고 솔루션은 정말 다양하게 열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좋은 솔루션이라면 노인과 복지 현장에서 계속 사용할 거고요.”

- 노년층의 특성을 반영해야 하는 만큼, 시니어 분야는 기술 개발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시니어 사업은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효돌이의 경우 아이디어 사업화부터 개발, 제조, 품질 관리, 관리 서비스까지 저희가 직접 하고 있어요. 아직 양산 물량이 많이 적은 편이죠. 또 통신형 제품이다 보니 어르신들이 거주하는 지하든, 원룸이든 환경에 따른 테스트도 해야 하고, 현장의 복지사 선생님의 의견도 계속 받고 아직 제품의 완성도가 부족한 점이 많기 대문에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어요. 선례가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에서 답을 찾고 있습니다. 지자체에서 자신의 특성과 상황에 맞게 커뮤니티케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지자체별 특화 서비스를 개발해 적용하려고 합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미국에서 한국으로 원거리 소식을 전하는 게 가능한 효돌이. 통신형 제품인 효돌이는 인터넷이 개통되지 않는 곳에서도 작동이 가능하다. (사진=이상진 기자)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미국에서 한국으로 원거리 소식을 전하는 게 가능한 효돌이. 통신형 제품인 효돌이는 인터넷이 개통되지 않는 곳에서도 작동이 가능하다. (사진=이상진 기자)

- 시니어 사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언하신다면.
“한국은 노인종합복지관과 종합사회복지관의 프로그램, 독거노인 지원 시스템 등 놀랄만한 돌봄 서비스가 있다고 생각해요. 시니어 사업은 복지 사업이자 수익 사업입니다. 5G 기술 도입, AI스피커 보급 몇 대, 이렇게 수치와 데이터가 아니라 고객이 만족하면 성과는 따라올 겁니다. 어르신들의 약물 오남용을 막고 식사를 잘 하시게 할 수 있는 솔루션, 어르신들이 정말로 행복한 솔루션에 대해서 복지현장과 정부, 민간이 협력했으면 좋겠어요. 효돌이가 어르신들의 곁에서 생활한 지 2년 됐는데요. 어르신들과 24시간 생활하면서 실시간 수집한 어르신들의 라이프스타일 데이터가 많습니다. 저희가 현장에서 모은 데이터를 국가의 돌봄 서비스 정책 개발에 반영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대표적인 시니어 사업자로서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해외 국가에 효돌이를 수출할 계획입니다. 원래 올해 북미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팀과 미국 요양원을 대상으로 실증사업을 계획했었는데요. 글로벌 코로나19 확산으로 무산됐죠. 미국 텔레헬스케어서비스사업자 등에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할 예정입니다. 일본은 민간 시장에 로봇은 많지만 지자체 커뮤니티에서 공적인 돌봄 서비스를 보급한 사례가 없는데요. 때문에 일본 현지에서 효돌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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