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충남 천안에 거주하는 A(62)모 씨는 은퇴 후 스마트폰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게 일상이 됐다. 각종 생활 정보를 검색하거나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 좋아하는 연예인의 활동을 유튜브를 통해 즐긴다. 능수능란하게 스마트폰을 다루는 60대는 A씨뿐만이 아니다.
SNS가 10대 청소년에서 30대 청년층 사이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은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10대 청소년들과 20, 30대 청년층의 전유물일 것만 같았던 각종 SNS에 어르신 세대가 종종 등장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을 정도다. 50대 이상 노년층이 젊은 세대 못지않게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2020년 현재. 이들은 SNS로 지인들과 소통하거나 경제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변해가는 세대상을 반영하기 위한 신조어도 생겼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들을 능수능란하게 조작하는 노년층을 일컬어 ‘실버 서퍼(Silver Sufer)’라고 부른다. 이들은 소비자는 물론이고 생산자 입장에서 콘텐츠를 제공하기도 한다. 73세의 나이에 구독자 130만 명 이상을 거드린 유튜버 박막례 씨가 대표적이다.
TV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이 같은 세태가 반영된다. KBS2 예능 프로그램 ‘살림남2’에서는 인스타그램의 매력에 뒤늦게 빠진 댄서 팝핀현준의 어머니 양혜자 씨의 이야기가 방송됐다. 계정 활성 초기에는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던 양씨가 단시간에 인스타그램에 일상 사진을 올리고 댓글 소통에 푹 빠지는 모습이 그려졌다. 양씨는 현재 6천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충남 천안에 거주하는 A(62)모 씨는 <뉴스포스트>에 “은퇴 이후에는 거의 스마트폰과 생활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루 종일 손에 놓지 못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밖에 나가기도 걱정되는 시국이라 스마트폰으로 장을 보기도 하고, 유튜브 등으로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듣기도 한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쓰는 노년층에 주목한 시장
실버 서퍼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지난 6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중장년층 스마트미디어 보유 및 활용 추이’에 따르면 지난해 50대 스마트폰 보유율은 98%, 60대 84.3%, 70대 이상 64%다. 50대 이상 노년층 중 무려 절반이 넘는 수가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통계도 실버 서퍼의 위력을 말해준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지난해 11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를 세대별로 조사한 결과 유튜브 앱의 한 달 사용 시간은 10대(86억 분), 50대 이상(79억 분), 20대(64억 분), 30대(46억 분), 40대(42억 분) 순으로 나타났다. 50대 이상이 20~30대보다 유튜브를 이용하는 시간이 많다.
실버 서퍼의 위력을 누구보다 발 빠르게 파악한 것은 시장이다. 특히 이동통신 업계가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LG유플러스는 중장년층 전용 스마트폰과 시니어 요즘제 3종을 선보인 바 있다. KT는 같은 해 5060 전용 콘텐츠관인 ‘룰루낭만’을 출시하고, 이들 세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이달 18일 중장년층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미스터트롯’ 음악 50곡이 탑재된 시니어 전용 휴대폰을 출시했다. 중장년층이 보기 편한 크기와 화소의 카메라도 장착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앞으로도 시니어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와 사용성에 맞춘 합리적인 가격의 스마트폰을 지속 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