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반기는 젊은층, 편리하다

노인들 무인기계 사용, 오히려 더 늦다

스마트해지는 사회···노년층 소외감↑

종이통장 사라져, 금융소외계층 소외감

 

[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은행 업무 그리고 음식 주문까지 무인 시스템으로 직원에게 직접 가지 않고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편리함도 젊은층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다. 노년층들은 빠르게 발전하는 전자기기에 익숙지 않아 무인 시스템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세대간 디지털 격차 문제에 대해서 <뉴스포스트>는 노년층들을 직접 만나보았다.

 

무인자동발매기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고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사진=우승민 기자)

패스트푸드점에선 종업원 대신 ‘키오스크’가 주문

햄버거를 사러 들어가면 예전에는 종업원이 손님들을 반겼지만 요즘에는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무인 단말기 ‘키오스크’가 반기고 있다.

키오스크는 ‘신문, 음료 등을 파는 매점’이란 뜻을 가지고 있으며, 무인화·자동화를 통해 대중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장소에 설치된 무인 자동화 시스템·기기를 통칭한다. 키오스크는 요즘 패스트푸드점, 영화관 등 서비스업에 도입되고 있는 무인 주문기기로 인건비와 운영비를 줄이고 일 처리 속도를 높인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유명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이미 키오스크가 보편화됐다. 롯데리아의 경우 3년 전부터 무인주문 키오스크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해 현재 전국 매장 1142곳에 키오스크가 총 446대 설치돼 있다. 대면(對面) 창구 업무가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은행들도 키오스크 도입에 적극적이다. 신한·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 영업점은 2015년 말 3924곳에서 2017년 3월 3686곳으로 1년 반 새 238개가 줄었다. 사라진 영업점의 빈자리는 무인점포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하지만 각종 서비스가 디지털화되면서 노년층들은 불편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M 패스트푸드점을 찾은 김 모 할아버지(72)는 “오랜만에 햄버거가 생각나서 매장에 들렀는데 직원이 기계를 이용해서 주문하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이 기계를 어떻게 사용해야할지 몰라서 결국 직원이 주문을 도와줬다”라며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기계가 편하겠지만 우리처럼 노인들은 기계 이용이 아직은 많이 어렵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글씨가 너무 작아 사용하기가 불편하다. 내가 오랫동안 주문을 못하고 있으면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청년들의 눈치가 보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M 패스트푸드점을 찾은 이 모(23·남)씨는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키오스크’가 불편함을 많이 느끼실 거라 생각한다. 나도 처음에 사용할 때 이것저것 눌러보며 알아갔다”라며 “그래서 가끔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어르신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면 도와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노년층들은 기계보다 직원을 찾아 주문하곤 했으며, 무인기계로 주문을 하려고 해도 더딘 속도 때문에 뒷사람 눈치가 보인다고 호소했다. 또한 기기 화면의 글자 역시 고령층이 읽기엔 너무 작다고 하소연을 했다.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문한 햄버거를 기다리고 있는 노년층들이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우승민 기자)

R 패스트푸드점에 손자들을 데리고 온 손 모 할머니(83)는 “손자들을 데리고 왔더니 손자들이 자유롭게 기계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지켜만 보고 있었다”라며 “만약 혼자 왔더라면 기계를 사용할 줄 몰라 집으로 돌아갔을 것 같다.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또 올 일은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패스트푸드점 관계자는 “요즘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도 매장을 자주 찾아주시곤 한다. 불편함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아 노년층은 직접 대면하여 서비스를 해드리고 있다”라며 “이런 시스템이 보편화되면서 일처리 속도는 확실히 빨라졌지만 이런 시스템이 익숙지 않은 어르신들의 심정은 많이 이해가 된다. 이런 부분들을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노년층들은 디지털 방식이 서툴러 아예 공공서비스 이용을 포기하는 상황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는 서비스 인력과 오프라인 매장이 줄어 노년층의 서비스 접근이 더욱 제한되기 때문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2016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를 한 결과 우리나라 만 55세 이상의 디지털 정보화 역량 수준은 전체 국민의 54%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70대 이상의 경우 28.7%로 심각한 정보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박창호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기술 격차에 따른 이용자 수준이 못 따라가니깐 디지털 디바이드, 정보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라며 “이는 또 다른 사회 문제를 낳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노년층 디지털 교육 등 필요한 조치가 병행되지 않으면 세대간 디지털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노년층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우승민 기자)

통장 사라지고 ‘모바일 뱅킹’, 노년층 불편

디지털 격차는 이미 일상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금융서비스에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종이통장 단계적 폐지 계획에 따라 오는 9월이면 은행에서 종이통장 신규발행이 원칙적으로 중단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인터넷뱅킹이나 현금자동화기기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아날로그 세대의 금융접근성을 떨어뜨리는 등 금융소외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9월부터 신규 거래고객은 원칙적으로 종이통장이 발급되지 않는다. 이에 8월까지는 계좌를 개설할 경우 종이통장을 선택하지 않는 고객에게 금리 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 2단계가 시작되는 9월부터는 종이통장을 발행하지 않으며 고객이 60세 이상이거나 금융거래 기록 등을 이유로 종이통장을 희망하는 경우에만 발급된다. 마지막 단계로 2020년 9월부터는 종이통장 발행을 원하면 고객이 통장발행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

특히 모바일뱅크, 인터넷전문은행 등 비대면 채널이 증가하면서 종이통장이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은행권은 통장 분실 우려나 보이스피싱 등에 대포통장이 악용되고 있어 종이통장의 사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A은행을 방문한 황 모(56·여)씨는 “종이통장이 사라지면 나처럼 기계에 약한 노인들은 불편할 것이다”라며 “스마트폰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데 일상생활에서 모든 것이 기계로 돌아가는 세상이 되어버렸으니 은행 업무는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지 답답하다”라고 전했다.

현재 종이통장 제작원가는 300원 내외지만 인건비나 관리비가 붙으면 5000원~1만8000원 정도가 소요된다. 지금은 통장을 신규로 발행할 경우 무료지만 분실로 인한 통장 재발행은 2000원 정도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의 창구에서는 종이 없는 페이퍼리스(Paperless)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2015년 말부터 전 영업점 직원에게 태블릿PC를 나눠주고 전자문서시스템을 도입해 종이문서와 병행하고 있으며 KEB하나은행도 종이 없는 창구 시스템 도입을 준비중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3월부터 전 영업점에 전자문서를 제공하는 ‘디지털창구’를 도입해 운영중이다. 이에 7000개 태블릿PC를 전국 모든 개인 고객용 창구에 설치했다. 이에 그간 입출금통장과 체크카드를 동시에 신규로 신청하는 경우 총 28회 서명을 해야 했지만 디지털창구에서는 전자펜으로 5번만 서명하면 돼 업무처리 시간을 절감시켰다.

하지만 만 55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스마트 기기에 익숙하지 않고 여전히 은행 창구에서 직접 업무를 보는 것을 선호하고 있어 종이통장 폐지가 오히려 금융소외계층에게 소외감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종이통장 폐지에 대한 불안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고객이 원할 경우 종이통장을 발급 받을 수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권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종이통장을 발행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금융소외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가중시킬 수 밖에 없다”며 “금융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모바일, 인터넷뱅킹 관련 서비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며 금융서비스 이용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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