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미얀마에서 연일 끔찍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현재까지 공식 기록된 사망자 수만 500명이 넘고,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2,500명 이상이 구금 상태다. 심지어 군부가 자택에 있던 여학생에게 조준 사격을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군부의 편이 아닌 사람은 연령과 성별, 직업을 막론하고 무차별적 공격을 당하고 있다. 지난 2월 1일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기습 쿠데타 이후 최악의 유혈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얀마 군부가 민주화를 외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어떤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SNS에 ‘Myanmar(미얀마)’라고 검색만 해도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참혹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민주화를 간절히 원하는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의 규제와 눈을 피해 SNS로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미얀마에서 연일 벌어지는 끔찍한 참상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무력했다.

쿠데타 발생 두 달 새 무고한 시민 최소 500명이 사망할 때까지 국제사회의 노력은 미미했다. UN 평화유지군을 파견해달라는 미얀마 시민들의 촉구가 있었지만, 현실은 UN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미온적인 반응 때문에 성명서 한 번 발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UN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쳐도, 국제사회 헤게모니를 쥔 강대국들과 미얀마 주변국들이 군부의 폭주를 막기 위한 평화회의 마저도 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변명하겠는가.

국제사회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없으니 각 나라별, 단체별 규탄 성명서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군부의 총칼에 조준사격당하는 미얀마 시민들에게 성명서 정도는 실질적 효과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군부의 숨통을 끊어내기 위한 경제적 제재도 이어졌다. 미국과 EU, 한국 등이 경제 제재 등에 동참했다. 하지만 미얀마 경제의 대중 무역 의존도가 매우 큰데다, 일부 해외 기업들이 군부와 사업 관계를 여전히 끊지 못하고 있어 이들 국가의 제재가 얼마나 효과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미얀마를 둘러싼 국제 정세 시계는 무력하게 흘러가는 가운데, 미얀마 민주진영이 임시정부를 구성했다는 희망적인 소식이 1일 전해졌다. 연방정부 대표위원회(CRPH)가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하고 군사정권에 맞설 모양새다. CRPH는 지난해 11월 미얀마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이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미얀마 내 소수민족과도 연대해 통합정부를 출범했다.

민주진영 임시정부가 세워졌지만, 국제사회의 개입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소수민족을 중심으로 무장단체를 조직했기 때문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UN 미얀마 특사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는 전날 안보리 비공개 브리핑에서 “소수민족 무장단체 다수가 군부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전례 없는 규모로 내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군부의 참혹한 진압이 내전 사태로 번질 거라는 우려까지 나온 것이다.

민주세력이 본격적으로 임시정부를 정비한 동시에 내전 가능성까지 거론된 게 현재까지 미얀마의 상황이다. 무고한 시민들이 계속 군부의 총칼에 희생되는 것 역시 여전하다. 러시아와 중국은 더는 미얀마 민주화의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 소극적인 조치만 취했던 서구 사회에서 군부의 폭주를 막기 위한 다양한 제재 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한국 역시 기존의 군용 물자 수출 중단 수준의 제제를 넘어 추가 경제 재재 방안을 고려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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