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 떨어져, 몸과 마음의 변화가 오는 남성 갱년기

[뉴스포스트=강대호 기자] 서울의 한 고등학교 동창회 임원인 강모씨(남, 55세)는 지난 몇 년 동안 동기 커뮤니티의 대화 주제가 바뀌었음을 느낀다. 30대였을 때는 일과 직장 이야기를, 40대였을 때는 자녀 공부 이야기를 주로 나눴다면 50대로 들어서며 본인들 이야기를 많이 털어놓는 것이다.

물론 50대가 되어도 일과 직장 이야기를, 그리고 자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긴 한다. 다만 그 이야기들 중간중간에 본인들의 감정을 노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그는 콕 집을 순 없어도 뭔가 분위기가 바뀐 걸 느낀다.

강씨는 친구들과 메신저를 통해 대화를 나눌 때보다 직접 만났을 때 그 변화를 확실히 느낀다. 그들은 우울감을 호소하고, 별일 아닌 일에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낸다고 하소연 한다. 예전 같으면 웃고 넘어갔을 일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게 되니 강씨의 친구들은 몸과 마음에 뭔가 이상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한다고 했다.

중년 남성들은 남성호르몬 저하로 인한 남성 갱년기를 겪는다. (출처: 픽사베이)
중년 남성들은 남성호르몬 저하로 인한 남성 갱년기를 겪는다. (출처: 픽사베이)

중년 남성의 눈물

“아내가 내게 변했다고 하더라고요. 여행 가서 별거 아닌 일로 말다툼하다 다른 사람들 있는 데서 버럭 화를 내 버리고 말았거든요. 결혼한 지 30년 가까이 되었는데 그런 식으로 화낸 적은 처음이에요.”

서울 용산에 사는 안모씨(54세)의 경험이다. 그는 50대 들어서며 몸과 마음의 변화를 느꼈다. 우선 예전보다 무기력해지고 감정이 예민해짐을 느꼈다고.

“아내가 보던 드라마를 무심코 보게 되었는데 갑자기 눈물이 주르르 흐르더라고요. 깜짝 놀랐죠. 혹시 아내에게 들켰을까 봐 겁도 났고요.”

안씨는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흘린 자신의 모습이 창피해 주변에 털어놓지 않았다. 그런데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재작년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러 고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극장에 갔죠. 영화 끝날 즈음 친구들이 훌쩍거리더라고요. 물론 저도 그랬죠. 게다가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졌을 때 우리 또래 중년 남자들의 눈이 부어 있는 걸 볼 수 있었어요.”

일터와 가정에서 남자다움을 한창 자랑했을 중년 남성들이 어느 순간 감정 표현에 솔직해진다. 예전과 달리 짜증이 많아지고 화도 많아진다. 게다가 눈물까지 많아진다. 우리나라에서 남성의 눈물은 약함의 상징이지만 이 나이가 되면 눈물을 주체할 수 없게 된다. 

왜 그럴까? 주위에서는 갱년기가 온 것 아니냐고 한다. 남자에게도 갱년기가 온다고?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대답한다.

남성도 갱년기를 겪는다고?

갱년기는 여성만의 전유물일까? 물론 텔레비전 광고에 폐경기 여성을 위한 각종 영양제와 제품 광고가 흔하듯 여성의 갱년기는 많이 알려져 있다. 그 증상의 확실함 때문이다. 

여성은 폐경기 즈음 호르몬 수치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다양한 신체 증상이 나타난다. 그런 확실한 증상들 때문에 여성 갱년기는 많이 알려졌지만 남성 갱년기는 좀 모호하다.

물론 여성이 폐경기에 겪는 현상을 남성도 비슷하게 겪는다 해서 남성 갱년기라는 용어를 붙였다고 한다. 그러나 거의 모든 여성이 겪는 것처럼 모든 남성에게 나타나지는 않고 개인차도 크다고. 전문가들은 남성 갱년기를 나이가 들어가면서 남성호르몬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본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에 의하면 남성 갱년기를 ‘연령에 따른 테스토스테론 결핍 증후군’으로 설명한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호르몬이다. 이에 의하면 남성들은 40대가 되면서 혈중 총 테스토스테론이 매년 1.6%씩 감소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고.

주요 증상을 보면 성욕과 발기 기능의 저하, 특히 야간 발기의 감소, 기분의 변화, 지적능력 및 공간 지각력의 감소, 피로감, 우울감 등이 있다. 또한, 근육량 감소, 내장지방의 증가, 체모의 감소, 골밀도 감소 등이 나타난다고 한다.

아래 도표의 질문들에 답하다 보면 어느 정도 남성 갱년기를 판단할 수 있다. 만약 1번이나 7번에 ‘예’로 대답한 경우, 혹은 나머지 질문 3개 이상에 ‘예’라고 답하면 갱년기 증상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물론 이 질문들로만 남성 갱년기를 진단하는 건 아니라고 한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중년 남성은 아프다

서울대학교 의학정보에서 보듯이 남성에게 나타나는 갱년기 증상은 남성호르몬 감소에 의한 몸과 마음의 변화다. 성격이 이상해졌다거나 부끄러운 질병이 아니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왜 일어나는지 정확히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호르몬 작용에 의한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남성호르몬 저하로 생기는 증상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그 증상들을 완화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남성 갱년기 증상을 그냥 넘기거나 숨기면 활력이 떨어진 이유도 모른 채 중년 이후 노후의 삶을 힘들게 살아갈 수도 있다고.

요즘은 40대 조기퇴직이 흔해졌다. 50대 들어서면 남성으로서의 신체적 한계도 부닥친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변화가 생기는 시점에 신체적 변화도 생긴다. 특히 남성호르몬이 떨어지니 성 활력이 떨어지고, 근육량이 적어지고, 아랫배까지 나온다. 이러니 중년 남성들은 아플 수밖에 없다.

중년 남성이 겪는 통과의례인 남성 갱년기를 어떻게 넘겨야 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부부와 가족 간 대화를 늘리라고 조언한다. 남성호르몬 저하인 만큼 부부생활에 영향을 끼치고 감정의 기복이 생기는 만큼 자주 접하는 가족들의 이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본을 강조한다. 만약 담배를 피운다면 줄이거나 끊는 게 좋다. 음주도 마찬가지다. 근력 운동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신체와 정신의 변화가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걸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또한, 남성 갱년기는 호르몬 때문에 생기는 증상인 만큼 의사에게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음 기사에서는 남성 갱년기를  헤쳐가는 중년 남자들의 다양한 이야기와 남성 갱년기 전문가들의 여러 조언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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