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최근 아프간 사태로 우리나라에도 380여 명의 난민이 국내에 입국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에 머무는 동안에는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과 제도를 존중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아프간 난민 입국을) 우려하는 이유는 그렇지 못한 타국의 사례가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의 난민 문제를 두고 한 말인데, 정말 난민을 받아들인 해외 국가들의 범죄가 증가했을까?

유럽은 지난 2015년을 기점으로 난민 유입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2015~2016년 2년간 영국을 포함한 유럽연합(EU) 27개국과 노르웨이, 리히텐슈타인, 스위스, 아이슬란드에 망명을 신청한 난민만 268만명이 넘는다.

유럽연합통계청(Eurostat)은 일부 유럽 국가들의 외국인 범죄자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 중 난민 유입이 많았던 독일, 스웨덴, 프랑스, 스페인의 경우를 살펴봤다.

독일의 경우, 사실

유럽의 난민 유입 중 상당수는 독일로 집중됐다. 독일은 지난 2014년 당시 4만 560명의 난민에 대한 1차적 수용을 결정했는데, 2015년에는 14만 915명, 2016년 43만 3910명, 2017년 26만 1630명, 2018년 7만 5940명, 2019년 7만 320명을 받아들였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다른 주요 국가의 1차 난민 수용 수가 연 2~3만대에 머무른 것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독일 비시민권 범죄 혐의자 수.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독일 비시민권 범죄 혐의자 수.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이 사이 독일에서는 외국인 범죄자 수도 크게 늘었다. 2014년 61만 7392명이었던 외국인 범죄자 수는 2015년 91만 1864명, 2016년 95만 3744명으로 증가했다.

그런데 2017년부터는 독일 외국인 범죄자 수가 하락세를 보인다. 2017년 73만 6265명, 2018년 70만 8380명, 2019년 69만 9261명, 2020년 66만 3199명이다.

이는 독일의 이민자 정책이 2017년도를 기점으로 강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2016년 3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난민법(Asylpaket)을 개정하고 외국인에 대한 신원 조회를 강화했다. 망명 신청에 근거가 없다면 즉각 기각하고, 다른 나라에 난민 신청을 한 사람은 아예 중복 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결과적으로 난민 유입이 줄어들었고, 외국인 범죄자도 줄어들게 됐다.

스웨덴의 경우, 대체로 사실

난민에 관대한 정책을 펴온 스웨덴의 경우, 2015년 10만명 당 난민 신청 건수가 독일보다 많았다. 1차적 난민 수용도 2015년 3만 2360명, 2016년 6만 6590명으로 상당히 늘었다. 스웨덴은 연도별 외국인 범죄 통계를 공개하지 않지만, 대략적인 범죄 통계는 있다. 지난 2007~2018년 사이 등록된 범죄 중 스웨덴인(부모 모두 스웨덴인)의 비율이 54.1%에서 43.2%로 줄었고, 이민자 2세(부모 1명만 스웨덴인)의 비율은 9.2%에서 8.6%로 줄었다.

반면 등록된 범죄 중 이민자 비중은 23.6%에서 29.8%로 늘었다. 불법체류자 신분도 6.3%에서 9.0%로 증가했다.

다만, 이 보고서를 작성한 스웨덴 범죄 예방 위원회(Brottsförebyggande rådet, Brå)는 “본 연구는 이민자와 이민자 2세가 특별히 범죄와 연관이 있다는 명확한 인과관계를 제시하고 있지 않다”며 “연구는 교육 수준이 낮고 가처분소득이 낮은 그룹의 비율 차이와 함께, 그룹 간 연령분포 차이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난민 친화 정책을 폈던 스웨덴은 2016년부터 체류자격 유지조건을 강화하는 식으로 이민 통제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7년 1차 난민 수용 결정은 2만 6775명, 2018년 1만 650명, 2019년 6065명, 2020년 4425명으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프랑스의 경우, 절반의 사실

프랑스의 경우, 유럽 난민이 증가하던 2015~2016년도의 외국인 범죄자 수에 유의미한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프랑스는 독일만큼 난민을 대거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014년 프랑스의 1차적 난민 수용인원은 1만 4815명이었는데, 2015년에는 2만 630명으로 소폭 늘어났다. 이후 2016년 2만 8755명, 2017년 3만 2565명, 2018년 3만 3825명, 2019년 2만 8140명으로 2~3만명대에서 제한적으로 늘어났을 뿐이다.

프랑스 비시민권 범죄 혐의자 수.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프랑스 비시민권 범죄 혐의자 수.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2015~2016년도 프랑스 외국인 범죄자 수는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도 보였지만, 2018년부터는 소폭 증가했다. 2014년 10만 3781명, 2015년 10만 4416명, 2016년 10만 2888명, 2017년 10만 4810명, 2018년 11만 3340명, 2019년 12만 3010명이 집계됐다.

스페인의 경우, 대체로 사실 아님

스페인의 난민 유입 증가에 따른 외국인 범죄수는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스페인은 지속적으로 난민에 문을 열고 있는데, 2014년 1차적 난민 수용 인원이 1585명에서 2015년 1020명, 2016년 6855명, 2017년 4090명, 2018년 2895명, 2019년 3만 8420명, 2020년 5만1055명으로 상승세다.

스페인 비시민권 범죄 혐의자 수.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스페인 비시민권 범죄 혐의자 수.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스페인의 외국인 범죄 수는 2014년 10만 3781명, 2015년 10만 4416명, 2016년 10만 2888명, 2017년 10만 4810명, 2018년 11만 3340명, 2019년 12만 3010명으로 2017년까지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전체 범죄자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2014년 29.66%에서 2016년 28.18%로 줄어들었다. 2017년은 29.84%, 2018년 32.02%, 2019년 30.95%로 최근에는 다소 상승했지만, 2010년도의 외국인 범죄자는 11만 6277명으로 전체 범죄자의 36.01%를 차지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줄어들었다.

한편, 외국인 범죄자 통계 확인이 가능한 유럽 23개 국가에서는 2014년도 불가리아를 제외하고 전체 범죄자 중 외국인 비중이 눈에 띄게 늘지 않았다.

유럽 23개국 범죄자 중 비시민권자 비율.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유럽 23개국 범죄자 중 비시민권자 비율.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검증 결과]

절반의 사실. 제한적으로 난민을 받아들인 국가에서는 외국인 범죄 비율이 유의미하게 늘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유럽 난민 사태 당시 적극적으로 난민 입국을 허용한 독일에서 1차적 난민 수용 인구와 외국인 범죄자 인구가 비례해서 증가하고 있어 절반의 사실 판정을 내렸다.  또 스웨덴 범죄 예방 위원회 보고서가 지적한 대로, 범죄는 출신 배경보다는 교육수준과 빈곤에 영향을 받으므로 독일의 외국인 범죄 증가는 생활 기반이 전무한 난민의 사회적 환경이 원인이 될 수 있음을 고려했다.

[참고 자료]

유럽연합통계청 범죄 발생 통계

유럽연합통계청 연도별 난민 신청자 수 등

스웨덴인과 비 스웨덴인의 등록 범죄 행위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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