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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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박재령 기자] 지난 1일 한 커뮤니티 글에 우리나라의 징병률이 세계 2차 대전 당시의 독일·일본보다 높다는 댓글이 달렸다. 몇 시간 만에 많은 추천을 받았다. 이 댓글뿐 아니라 인터넷에 ‘징병률’을 검색하자 같은 맥락의 게시물이 매년 수십 개씩 올라왔다. 전쟁 국가보다 우리나라의 징병이 과도하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의 징병률이 세계 2차 대전 당시의 독일, 일본보다 높다는 댓글.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우리나라의 징병률이 세계 2차 대전 당시의 독일, 일본보다 높다는 댓글.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게시물들은 징병률의 개념을 ‘현역 판정률’과 ‘징집 대상 인구 대비 군인 수’로 혼재해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현역 판정률은 2020년 기준 82.2%다. 게시물들에서 주장하는 91~98%와는 차이가 있다. 2013년에는 현역 판정률이 91%였다. 하지만 이후 다소 떨어졌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비병력은 약 55만 명이다. 징집 대상 인구를 20~29세로 상정하면 700만 명 중 55만 명, 약 7.8% 정도가 현재 군인으로 복무하고 있다. 전체 인구 대비로는 약 1%다. 정말 우리나라가 전쟁 당시 국가들보다 과도하게 징병하고 있는지 ‘현역 판정률’과 ‘징병 대상 인구 대비 군인 수’를 기준으로 팩트체킹했다.

 

독일, 부적합 판정까지 징집 “1,800만 규모”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정확한 현역 판정률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당시 기록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독일 연방군 소속 연구소의 군사 역사가 롤프-디터 뮐러(Rolf-Dieter Müller)의 책 ‘히틀러의 국방군’(Hitler's Wehrmacht)에 의하면 독일은 1935년 징집을 시작해 1939년까지 매년 70만 명을 징병했다. 대상은 18세 전후 청년들이었다. 독일 군사 역사 연구소 ‘Feldgrau’에 따르면 1939년의 15~20세 인구는 약 310만 명이다. 대략 22% 정도가 징병된 군인이었다.

롤프-디터 뮐러의 책 ‘히틀러의 국방군’ (자료=University Press of Kentucky)

70만 명은 전쟁 전 규모다. 전시 상황에서는 더 포괄적 징병이 이루어졌다. 독일군은 징병 대상을 16세에서 60세까지 늘렸다. 비전투 병력으로는 여자도 징병했다. 책 ‘히틀러의 국방군’에 따르면, 전쟁 막바지에는 1,800만 명 정도가 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the Wehrmacht called to arms 18 million men). 뮐러는 이 동원이 “독일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포괄적인 징집이다(more comprehensive than ever before in German history)”라며 “징집 가능성(recruitment potential)이 1차 세계 대전보다 두 배 올라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1,800만 명은 당시 독일 인구(6,600만 명)의 27% 수준이다.

징집 기준도 완화됐다. 1944년 창설된 조직 ‘Volksgrenadierdivisionen’은 나이가 굉장히 어리거나 많은 남자만을 징병했다. 이들은 기존의 징병에서 ‘부적합’(ineligible for conscription) 판단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상황이 급해지자 기준을 완화해 마구잡이로 징병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쟁 당시 독일의 징병은 지금의 우리보다 훨씬 과도한 편이었다.

 

일본, 마구잡이 징병 “일본에는 민간인이 없다”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국립 2차 대전 박물관(The National WWII Museum)에 따르면 일본군은 1945년까지 600만 명 정도의 군 병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해 3월, 전세가 기울자 일본은 민간인 15~60세 남성과 17~40세 여성을 추가 징집했다. 이는 당시 인구의 4분의 1인 1,800~2,000만 명 규모였다. 당시 참전 군인은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징병 탓에 “일본에는 민간인이 없다”고 진술했다.

일본은 1,800~2,000만 규모를 추가 징집했다. (자료=The National WWII Museum)

현역 판정률도 전쟁 막바지에는 90%를 상회했던 것으로 보인다. 리츠메이칸 대학의 ‘폐기된 공문으로 본 징병 실태’(廃棄された公文書からみた徴兵の実態)에 따르면, 현역 판정률은 1944년 78%에서 1945년 90%로 급상승했다. 우리나라보다 약 8% 정도 높은 것이다. 징병 대상도 우리나라보다 포괄적이었으므로 실질적인 판정률은 더 높다.

 

한국 징병률 높은 편은 맞아 … “인구 감소 때문”

현재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징병률(현역 판정률)은 높은 편이 맞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의 면제율은 대개 20~30% 수준이다. 2007년 25%에서 2019년 30%로 늘었다. 우리나라의 면제 비율은 6~7%에 불과하다.

청년 3분의 1 정도가 이스라엘 방위군(IDF)에 들어가지 않는다. (예루살렘 포스트 갈무리)

우리나라의 징병률이 높은 것은 저출산으로 인한 병력 감소 때문이다. 실제로 1980년대에는 징병률이 50%에 불과했지만 2010년대 들어 80~90%로 상승했다. 징병률이 높아지자 20대 남성들의 불만이 가중됐다. 지난 4월에는 ‘우리나라의 징병률이 과도하게 높으니 여성 징병제를 추진하자’는 국민청원에 29만 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병역 제도 다각화로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모집병 확대, 간부 중심 체제로의 변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여군 비중도 늘릴 계획이다. 지난 9월 발표된 ‘22~26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국방부는 ‘기술집약형(첨단무기) 구조 전환’, ‘간부 비중 확대(31%→40%)’, ‘여군 비중 확대(5.9%→8.8%)’ 등으로 병력 감소를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검증 결과]

전혀 사실 아님. 우리나라의 징병률이 2차 대전 당시 국가들보다 높다고 할 수 없다. 징병 대상, 기준, 상황이 달라 직접적인 수치 비교가 어렵다. 전시 상황에서 독일·일본은 장기 복무였고 징병 검사도 전 연령을 포함했다. 검사 대상이 달라 ‘징병률’(현역 판정률) 비교가 의미 없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징병이 2차 대전 국가보다 과도하다고 할 수도 없다. 독일·일본은 전시 상황에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1,800만 명 이상을 징병했다. 기준도 대폭 완화해 ‘부적합’ 판정 사람까지 포함했다. 다만, 인구 감소로 우리나라의 징병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1980년대 50%에서 최근 82%로 상승했다.

[참고 자료]

KOSIS 현역판정률

대한민국 연령별 인구현황

2013년 현역 판정률 (연합뉴스)

2020 국방백서

Hitler’s Wehrmacht, 1935–1945 (by Rolf-Dieter Müller)

독일군 예비군의 변천과정과 그 시사점

The National WWII Museum

폐기된 공문으로 본 징병 실태 (廃棄された公文書からみた徴兵の実態)

예루살렘 포스트

국방부 ‘22~26 국방중기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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