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주가 하락' 간 뚜렷한 연관성 찾을 수 없어
전문가들 "순기능 고려해 폐지 대신 보완해야"

[뉴스포스트=박재령 기자]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대한민국 주식시장에 공매도를 폐지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공매도 대부분이 대한민국 증시 하방에 배팅한다"며 "경제성장을 위해 유치한 외국인 자본이 하방에 배팅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외국인 자본 때문에 오히려 성장이 막힌 꼴이다"며 공매도 완전 폐지를 요구했다. 게시물은 19일 기준 6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정말 공매도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있을까?

지난 7일 공매도를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자료=청와대 국민청원)

공매도, 증시 하락 이끈다?

공매도 폐지 여론에 불을 지핀 것은 최근 지속된 하락장이다. 공매도 금액 1위를 기록한 삼성전자는 올 초 9만원대에서 이달 들어 6만원대까지 떨어졌다. 또 다른 공매도 주요 대상 HMM도 10월 들어 주가가 8% 하락했다.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 등 좋은 실적에도 주가 하락이 이어지자 공매도에 대한 불만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국민청원을 비롯한 여러 커뮤니티에서 이러한 증시 하락이 공매도로 인한 경기 침체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매도가 증시 하락의 원인은 아니라고 말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매도가 몰린 곳의 주가가 하락한다고 해서 공매도가 주가 하락 원인이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무엇이 주가 하락을 이끌었는지 먼저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야기한다고 말하려면, 지난 5월 공매도 재개 이후 주가가 계속 떨어졌어야 하지만 오른 기간이 더 많았다"고 답했다.

실제로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주식투자 열풍과 공매도 논란의 의미 및 시사점'에 따르면, 공매도 재개 이후 코스피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 보고서는 "코로나로 공매도를 금지했던 주요국들 또한 공매도 재개 이후 주가 상승을 겪었다"며 "독일, 영국의 경우 공매도 재개 당일 유럽 증시 모두 지수 급등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주요국들은 공매도 재개 이후 주가 상승을 겪었다.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주요국들은 공매도 재개 이후 주가 상승을 겪었다.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공매도 거래와 기업의 주가급락위험' 논문도 "공매도 거래가 증가할수록 향후 주가급락이 일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반적으로 유의적이지 않을 뿐더러 일관되지 않았다"며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경우에 있어서 공매도 거래와 주가급락 간 뚜렷한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공매도 그 자체가 문제는 아냐"

공매도가 악용될 여지는 분명 있었다. 대표적으로, 기업 관련 부정적 루머를 유포하는 등 불법적 개입이 가능했다. 기관투자자들의 결제불이행, 불공정거래 등도 시장을 불안정하게 한다는 비판도 계속된다.

하지만 그것이 공매도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이러한 비판들은 주가조작 등의 불공정 행위를 짚는 것이다"라며 "공매도 그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공매도와 같은 하방 관련 조작보다는 주가 상승을 목표로 하는 조작이 훨씬 많다"며 "불법 행위 때문에 공매도를 폐지한다면 주식 매수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매도 금지조치의 의의와 개선방안' 논문은 "공매도의 순기능은 실증연구로 뒷받침되는 반면, 결제불이행과 증권불공정거래 등은 공매도 자체의 속성과는 무관한 파생적 효과"라며 "공매도 자체를 제한할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순기능 유지한다면 주식 시장에 도움

결국, 불공정 행위를 단속하며 순기능을 유지한다면 공매도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공매도의 순기능으로 '주식시장의 효율성'을 꼽았다. '가격 발견 기능'을 강화해 주가가 제 가격을 빨리 찾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한 '공매도 규제와 주식시장의 효율성' 보고서는 "공매도는 회사의 부정적 정보를 시장에 공급해 시장의 효율성을 높인다"며 "공매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 주가가 과대평가되지 않아 오히려 주가의 지속 하락 현상이 사라진다"고 밝혔다.

또한, 공매도는 유동성 공급 역할을 한다. 유동성은 주식을 사고파는 것이 얼마나 용이한지 나타내는 지표다. 유동성이 악화되면 위기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공매도의 유동성 공급이라는 순기능은 많은 실증 연구를 통해 이미 증명됐다"고 밝혔다. '공매도 금지조치의 의의와 개선방안' 논문은 "공매도가 없다면 대량 매도에 대한 물량을 유지하는 데에 상당한 비용이 들게 된다"고 전했다.

지난해 공매도 금지조치 이후 유동성이 악화되고 변동성은 확대됐다. (자료=한국금융연구원)
지난해 공매도 금지조치 이후 유동성이 악화되고 변동성은 확대됐다. (자료=한국금융연구원)

실제로 지난해 공매도 금지조치 이후 국내 금융시장 내 유동성이 악화했다. 가격 변동성은 높아졌다. 지난 2일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한 '2020년 공매도 금지 및 2021년 부분적 해제 조치의 영향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는 작년 있었던 공매도 금지조치 이후 시장 유동성이 악화하고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는 지난 2008년과 2011년 있었던 공매도 금지 직후 나타난 현상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폐지는 불가능, 인식 개선 필요

공매도를 전면 폐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금융시장을 개방한 나라 중 공매도를 전면 폐지한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 7일 페이스북에서 "자본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주식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면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만다"며 "외국인들이 떠나고 주식시장이 더 나빠지면 개미들 피해는 더 커진다"고 말했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또한 지난 2018년 공매도를 폐지해달라는 국민청원에서 "공매도는 시장 활력을 제고하는 순기능이 있어 주요 선진국에서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며 "전면 폐지는 불가능하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결국 개인이 제도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공매도 개인 비중은 현저히 작은 편이다. 2019년 기준 일본은 개인의 공매도 비중이 20%를 상회했지만 우리나라는 1%에 불과했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들이 주가 상승과 관련된 신용거래융자는 많이 쓰지만 주가 하락과 관련된 공매도는 많이 쓰지 않는다"며 "사실 이 둘은 무엇을 빌리느냐만 다르고, 완전히 똑같은 메커니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식 개선을 통해 개인들의 주가 하락에 대한 투자(공매도)를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공매도 금지조치의 의의와 개선방안' 논문은 "일본에서는 개인에 의한 주식대차거래 시스템 접근이 자유로워 공매도가 투자기법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한국만큼 공매도에 대한 대중적 반감이 크지 않은 편"이라고 전했다.

정부 "개인의 공매도 투자 돕겠다"

정부는 개인의 공매도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의 개인투자자들은 '대주거래'를 통해서만 공매도가 가능하다. 대주거래는 기관이 이용하는 ‘대차거래’보다 조건이 불리하다. 기관보다 상대적으로 신용도와 자금력이 떨어져 대여 기간이 짧고 수수료는 높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3일 '공매도 부분재개 이후 개인투자자 동향과 향후 계획'을 통해 "오는 11월부터 개인대주제도의 주식차입 기간을 현재의 60일에서 90일로 늘리겠다"며 "만기연장을 가능하게 하고 개인대주서비스 제공 증권사도 19개에서 28개로 늘리겠다"고 전했다. 금융위는 이어 "공매도 부분재개 이후 개인투자자의 접근이 늘었다"며 "연말까지 제도를 보완·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매도가 정상적인 상황에서 운영된다면 당연히 순기능이 크다고 판단한다"며 공매도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공매도는 프로그램 트레이딩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 것이고 개인은 간접 투자 형태로 유도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증 결과]

대체로 사실 아님. 공매도가 경제성장을 저해한다고 볼 수 없다. 공매도는 자본시장의 효율성 개선, 유동성 공급 등 시장 활력을 제고하고 있다. 여러 실증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한편, 공매도가 결제불이행, 시세조종 등 역기능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역기능이 공매도 자체의 문제가 아닌, 제도 실현에 따라오는 파생적 효과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폐지 대신 기존 규제의 강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금융시장을 개방한 나라 중 공매도 자체를 전면 폐지한 국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 자료]

‘공매도 거래와 기업의 주가급락위험’ 논문

‘공매도 규제와 주식시장의 효율성’ 보고서 (한국금융연구원)

‘공매도 금지조치의 의의와 개선방안’ 논문

‘2020년 공매도 금지 및 2021년 부분적 해제 조치의 영향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

일본 공매도 비중 20% (머니투데이)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국민청원 답변

금융위 공매도 접근성 제고 방안

‘주식투자 열풍과 공매도 논란의 의미 및 시사점’ (하나금융연구소)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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