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10년 만에 새 주인 찾기, 실무협의체 이견으로 결렬
노조 “중흥그룹 측이 서면합의서 작성 거부해 결렬”
중흥그룹 “노조가 제시한 추가 조건들...인수 뒤 논의해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중흥그룹과 대우건설의 인수조건 협상이 결렬된 이유가 대우건설 노조가 제기한 ‘깜깜이 조건’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10년 만에 새 주인을 찾는 대우건설의 원만한 인수합병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왼쪽)과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대우건설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DB)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왼쪽)과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대우건설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DB)

중흥그룹-대우건설 인수협상, 노조의 인수단 사무실 점거 사태까지


지난 13일 대우건설 노조 등에 따르면, 중흥그룹과 대우건설 노조의 인수조건 협상이 결렬됐다. 이날 대우건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중흥그룹 인수단과의 협상이 파행으로 종결됐다”며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중흥그룹과 총력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노조는 13일 광주 소재 중흥그룹 본사 앞 천막농성을 시작으로, 이튿날인 14일에는 서울 중구 을지로 소재 대우건설 본사 로비에서 중흥그룹을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노조는 피켓시위 사흘 뒤인 17일 대우건설 본사 동관 7층에 마련된 중흥그룹 인수단 사무실을 점거하고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중흥그룹 인수단 전원은 대우건설 본사에서 철수한 상태다.


대우건설 노조 “중흥그룹, 서면합의서 작성 거부”


지난 17일 서울 중구 을지로 대우건설 본사 동관 7층 인수단 사무실 앞을 막아서고 있는 대우건설 노조 집행부. (사진=대우건설 노조 제공)
지난 17일 서울 중구 을지로 대우건설 본사 동관 7층 인수단 사무실 앞을 막아서고 있는 대우건설 노조 집행부. (사진=대우건설 노조 제공)

대우건설 노조는 중흥그룹 인수단 사무실을 점거한 뒤 성명을 통해 “스스로 아무런 법적권한이 없어 합의는 불가하다고 주장하며 표리부동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중흥 인수단”이라며 “대우건설 본사에 거처를 마련하고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모습을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인수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대우건설 임직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중흥그룹의 인수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마지막까지 결사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중흥그룹과 대우건설 노조, KDB인베스트먼트 등은 인수합병 두 달 전인 지난해 10월부터 3자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인수조건을 협의하고 있다. 

당시 중흥그룹은 대우조선 노조가 요구한 △독립경영 및 임직원 고용승계보장 △사내 계열사 외 집행임원 선임 인원 제한 △임직원 처우개선 △인수 후 재매각 금지 △자산 매각 금지 △본부 분할매각 금지 등 조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에 따르면 중흥그룹이 해당 조건 이행의 담보를 위한 서면합의서 작성을 거부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노조 관계자는 18일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처우개선과 독립경영 등을 보장한다는 구두 약속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중흥그룹 측이 현재 최대주주가 아니어서 서면합의서를 작성할 수 없다고 하면서 약속 이행을 담보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중흥그룹 “추가 조건 요구하는 노조...황당”


중흥그룹 측도 서면합의서 작성은 어렵다고 인정하고 있다. 노조가 주장하는 협상 결렬 원인에 대해 일부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중흥그룹과 대우건설이 노사관계가 됐을 때 노사 협의를 하고, 서면으로 합의서를 작성할 수 있다”며 “아직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상황에서 중흥그룹이 서면합의서를 작성하면 경영권과 주주권 침해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중흥그룹은 서면합의서 작성보다는 노조가 추가로 요구하는 조건들이 인수조건 결렬의 주요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독립경영 보장과 임직원 처우개선 등 기존 요구 조건들은 보장하겠지만, 추가 조건들에 대해 선뜻 합의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실무협의체에서 논의된 처우개선 등에 대해선 일찍부터 보장한다는 방침”이라며 “하지만 노조에서 추가적으로 딜크로징(거래종결)을 앞두고 들이밀듯이 다른 조건들을 제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급여나 연봉 등 민감한 부분들까지 포함돼 있지만, 노조 측 입장이 있어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다”며 “이 부분에 대해 중흥그룹이 대주주가 된 뒤 이견을 좁혀나가자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대우건설 노조도 ‘깜깜이 조건’을 제시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아직 조합원들에게도 밝히지 못한 조건들이 있다”며 “실무협의체가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선 조합원들에게 공유한 뒤 서면합의서에 요구하는 추가 조건들을 언론에 밝히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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