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 처리를 위한 강행돌파에 나섰다. 당초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합의했던 국민의힘은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에 나서겠다고 선언했지만, 합의 번복이라는 정치적 타격을 입은 상황이어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7일 국회 본관에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본회의 처리 시도를 규탄하는 연좌농성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7일 국회 본관에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본회의 처리 시도를 규탄하는 연좌농성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27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오늘 본회의를 열어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법사위 안건조정소위 직전까지도 국민의힘 원내대표, 법사위 간사와 비공개로 만나 조문 하나하나를 함께 검토해 합의해놓고서는 정작 그 합의사항을 처리하는 것을 물리력으로 막는 이중적 정치쇼에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합의 번복’ 명분 얻은 민주당, 검수완박 초고속 강행

당초 민주당은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까지 수사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검수완박 법안을 발의하고 당론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급격한 수사권 박탈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여론이 커지자, 당 내부에서도 ‘강행 처리는 부담’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박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하고, 그것을 다시 번복하면서 민주당에서는 법안 처리를 강행할 ‘명분’을 얻게 됐다. 박 의장의 중재안은 부패, 경제범죄 등 2가지 범죄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유지하고, 보완수사권 역시 유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검찰의 선거 관련 수사권을 박탈할 경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고, 올해 12월 말까지의 선거 범죄에 대해 수사권을 유예하는 정의당 제안을 받아들였다.

민주당이 정의당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필리버스터 무효화를 위한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국회법 상 재적의원 5분의 3(180석) 이상의 찬성이 있을 경우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정의당이 필리버스터 종료 표결에 협조해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박 의장의 도움을 받아 ‘회기 쪼개기’로 필리버스터를 무효화할 수 있다. 국회법 상 회기가 종료되면 바로 다음 회기에 무제한 토론 법안을 곧바로 표결에 붙일 수 있는데, 하루짜리 임시국회를 세 차례 소집하면 2건의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이른바 '검수완박' 법률안 처리를 위한 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린 26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손 피켓을 들고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이른바 '검수완박' 법률안 처리를 위한 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린 26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손 피켓을 들고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결국 민주당은 26일 밤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고, 곧바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통과시켰다. 남은 단계는 본회의 표결로, 민주당은 오는 29일까지 검수완박 법안 통과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필리버스터 외 방법 없는 국민의힘...“국민에 호소”

뾰족한 수가 없는 국민의힘은 이날 대국민 호소문을 공개하고 “민주당의 입법 독재, 개악을 막는데 힘을 모아 달라”고 밝혔다. 이날 국민의힘에서는 의원 일동 호소문에서 “(검수완박이 통과되면) 대장동 부패 케이트,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 등 검찰이 수사중인 이번 정권의 권력형 비리 사건들은 모두 중단된다”며 “권력자의 부정·비리에 면죄부를 주는 ‘검수완박’법은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긴급의원총회에서 “비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마지못해 동의했지만 그 중재안 자체가 국민들에게 수용이 되지 않아 국민의 뜻을 배신했기 때문에 다시 검찰 직접수사권에 여섯 개 중에 부패범죄, 경제범죄 외에도 선거범죄, 공직자 문제 두 개를 추가하자고 요구를 했다”며 “그렇지만 민주당은 이 추가 논의 제안에 대해서 반대를 하고 오늘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에도 긴급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뜻을 받드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국민이 수용하지 못하는 의장 중재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다면 필리버스터 등 국회법이 정한 절차와 수단을 모두 사용하겠다. 이게 의총의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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