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여신전문금융사 CEO 간담회
현금서비스·결제성 리볼빙 등 DSR 적용 제외 우려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5일 카드사·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취약 요인별 철저한 대비를 할 것을 당부했다. 이를 위해 여전사들이 보수적인 상황을 가정한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비상자금 조달 계획 등을 세울 것을 요청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14개 여전사 CEO들과 간담회를 갖고 업계의 유동성과 건전성 등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 원장은 “최근 기준금리 인상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등에 따른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여전사의 영업환경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각 사는 자체적으로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비상자금 조달 계획을 재점검해, 추가적인 대출처 및 대주주 지원방안 확충 등을 통해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해달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여전사가 가계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취약 차주에 대한 고금리 대출 취급  상환능력에 맞는 대출 취급 관행이 정착되도록 관심을 가져달라”며 “현금서비스, 리볼빙 등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수 있으니 리스크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요청했다.

리볼빙은 카드대금의 일정 비율만 먼저 내고 나머지는 다음 달로 넘겨 나중에 결제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카드 대금을 한꺼번에 결제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 일부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그다음 달로 이월하는 대신 높은 이자를 부과한다. 

신용등급별로 차이가 있지만 리볼빙이 카드론 대출의 일종인 만큼 이자 또한 법정 최고금리(연 20%) 수준이다.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리볼빙 평균 금리는 18.77%다. 

지난 5월 말 기준 카드사 7곳의 리볼빙 이월 잔액은 6조 4163억 원으로, 지난해 말의 6조 823억 원보다 5.5%(3340억 원)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6월 이후 여전채 스프레드가 2020년 유동성 위기 당시 최고점(92bp)을 상회하면서 카드사 자금조달 여건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 원장은 “추가적인 대출처 확충이나 대주주 지원방안 확보 등을 통해 만기도래 부채를 자체적으로 상환할 수 있도록 충분한 규모의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단기 수익성 확보를 위한 무리한 영업 확장이나 고위험 자산 확대는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근 기업대출이 급증하고 있어 특정 업종에 편중되지 않도록 여신심사 및 사후관리를 강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원장은 “모든 PF대출에 대한 사업성 평가를 하는 등 기업대출 실태도 점검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업계와 ‘기업여신 심사 및 사후관리 모범규준’을 마련할 예정이다”고 언급했다. 

또 코로나19 지원 프로그램 종료 등에 대비해 취약 차주 지원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각 사가 자체 운영 중인 채무조정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일시적으로 재무적 곤경에 처한 차주가 조기에 생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금리인하요구권 제도를 통해 신용도가 개선된 고객의 금리부담이 경감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이 원장은 여전업계의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 “디지털 전환 추세를 고려해 겸영 및 부수업무의 범위와 여전업별 취급 가능 업무의 경우 금융업과 연관된 사업에 대해서는 금융위에 건의하겠다”며 “해외 진출 시에도 금감원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여전사의 애로사항을 해소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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