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문제’와 ‘정치 활동’ 등 5060 세대가치관 인식 조사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5060 세대를 명쾌하게 정의할 수 있을까? 숫자가 내포한 20년의 간격만큼이나 다양한 경험을 가진 구성원들이 모여 있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사하고 분석하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작업이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지난 1월 <서울시50+세대 실태조사:포스트코로나 50+세대 라이프스타일 변화 연구>를 발표했다. 팬데믹 시대가 50+세대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어떤 변화를 주고 있는지, 삶의 설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등을 조사했다. 

조사 기간은 2021년 5월부터 7월까지, 조사 대상은 서울 거주 만 45세 이상 69세 이하 성인 남녀 2,257가구였다. 설문은 ‘활동’, ‘관심’, ‘의견’, ‘코로나19 변화’ 등 4개의 조사 영역에 총 18개 항목으로 이뤄졌다. 

이를 통해 50+ 세대의 ‘활동’, ‘관심’, ‘코로나19 이후 라이프 스타일 변화’ 등을 연구했다. 특히 50+ 세대의 ‘가치관’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의미 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5060이 보는 ‘세대 갈등’

위 연구를 통해 분석한 5060 세대의 가치관 중 ‘세대 문제’ 혹은 ‘세대 담론’을 보는 인식은 익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가 도출되었지만 흥미로운 해석도 있었다.

‘우리 사회의 직장과 사회에서 세대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는지’를 조사한 항목에서 57.9%가 ‘심각하다’고 답변했다. 세대 간 갈등이 ‘심각하지 않다’라고 대답한 비율은 5.7%, ‘보통이다’라고 대답한 비율은 36.4%였다.

그런데 세부 분석을 보면 ‘가구원 수’가 많을수록 ‘세대 간 갈등이 심각하다’는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함께 사는 가족이 많으면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생각이 달라 부닥치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어지는 항목으로 ‘세대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조사했다. 응답자 중 67.9%가 ‘세대 간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반면, 23.0%가 ‘젊은 세대가 고령 세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7.8%가 ‘노인층과 청년층이 살아온 경험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흥미로운 점은 가구원 수가 증가할수록 ‘젊은 세대가 고령 세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이다. 

가구원이 많다는 것은 여러 연령층이 한집에 사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그런 가정에서는 가치관에 따라 세대 간 의견이 갈리기 쉬울 것이다. 이런 현상이 서로를 이해 부족으로 여기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같은 질문을 젊은 세대에게 했다면 어떤 대답이 나왔을까? 어쩌면 ‘고령 세대가 젊은 세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답하지는 않았을까. 

5060이 생각하는 ‘세대별 가치관’

이번 연구는 50+ 세대가 다른 세대, 즉 청년 세대나 노년 세대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가치’ 영역을 조사했고 분석했다.

그중 ‘일과 여가’에 대한 가치관 인식에서 57.8%의 중장년들이 자신들을 ‘일’을 중시하는 세대로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중장년들은 청년들을 자신들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세대로 인식하고 있었다. 조사에 응한 65.3%의 중장년들이 청년 세대가 ‘여가’를 중시할 것으로 답한 것. 5060은 자신들을 ‘일’을 우선시하는 세대로, 젊은이들을 ‘여가’를 우선시하는 세대로 인식하고 있었다.

‘현실과 이상’ 그리고 ‘결과와 과정’에 대한 중장년 세대의 인식도 흥미롭다. 중장년 세대들은 자신들을 ‘현실’이 ‘이상’보다 중요하다고 인식했고, 청년 세대를 ‘이상’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로 인식했다. 

그리고, 중장년 세대는 청년 세대를 결과 지향적인 세대로 생각했다. 반면, 자신들을 ‘결과와 과정’의 균형을 잡고 있는 세대로 여기고 있었다.

‘개인과 집단’ 항목은 중장년 세대가 청년 세대를 보는 인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조사에 응한 중장년들은 청년 세대를 ‘개인’이 ‘집단’보다 중요시할 것으로, 반면 자신들은 ‘집단’을 개인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세대별 가치관 인식만으로 본다면 이번 조사에 참여한 중장년들은 청년 세대를 개인 중심적 세대로, 자신들을 집단 중심적 세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 그래서 청년 세대를 여가와 이상, 그리고 결과를 중요시한다고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5060의 정치참여

개인의 정치 성향을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것은 단순하지 않다. 다양한 가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이가 국방 분야는 보수 정책을 지지하지만 복지 정책은 진보 정책을 지지한다면 그는 보수일까 진보일까?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정치 성향에 척도를 부여해 보수와 진보 그리고 중도를 분류했다. 응답자가 직접 자신의 정치 성향을 숫자로 산정하는 방식이다. 척도 0에서 3은 진보, 4에서 6은 중도, 7에서 10은 보수로.

이 기준에서는 응답자의 53.5%가 중도, 32.7%가 보수, 13.8%가 진보로 분류됐다. 

자세한 분석을 보면 응답자의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보수’ 성향의 비율이 높아졌다. 반면 학력 수준이 높아질수록 ‘보수’ 성향의 비율은 낮아졌다. 그리고, 정치 성향을 밝힌 이들은 여러 방식을 통해 정치 활동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복수의 답을 선택할 수 있는 보기에서 응답자 중 40.6%가 ‘사회·정치 문제에 대해 주변 사람과 공유하기’를, 34.3%가 ‘사회·정치 문제에 관련된 기사, 블로그, 방송, 유튜브 찾아보기’를, 24.7%가 ‘사회·정치적 이유로 특정 상품을 불매하거나 구매하기’를, 24.5%가 ‘서명에 참여하기’ 등으로 답했다. 

다만 특정 정당에 가입하거나 기부하는 것과 같은 적극적인 정치 활동은 7% 선으로 낮게 나타났다. 

정치참여 항목의 시사점은 중장년 세대들이 정치 성향과는 상관없이 뭔가 정치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자기 의견을 표출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이들 세대의 특성을 보여준다.

현실 정책에 반영되는 연구가 되어야

위에서 언급한 항목들 외에도 이번 연구는 5060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영역이 많았다. 중장년들은 소득보장과 관련된 정책이 가장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특히 소득과 부와 관련된 분야에서의 불평등이 높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조사 대상이 서울 시민으로 국한된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중장년 세대의 가치관을 분석해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는 연구였다. 50+ 세대를 위한 일자리 정책 강화, 이들 세대의 활동 활성화와 관계 확장의 강화, 디지털 역량 강화, 코로나 지원 등과 같은. 

하나의 연구를 통해 도출된 시사점이 정책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법에 규정된 정책 수립 과정, 즉 법 제정과 제도 반영 과정이 그렇다. 그래서 새로운 정책이 나오면 어쩌면 그 시점과 맞지 않는 과거의 시사점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지금 인류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를 살고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기준이나 표준에 적응해야 생존할 수 있다. 우리의 정책도 그런 변화와 속도를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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