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데이터와 전문가 인터뷰로 분석한 시니어 세대의 여행 트렌드는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세대 차이는 여행에서도 나타난다. 청년 세대가 미식 여행과 취미여행을 선호하고 여행지의 분위기와 그곳에서 가능한 활동을 고려한다. 반면 시니어 세대는 역사문화와 자연감상 여행을 선호하고 교통편과 가족 등 주변인에 대한 고려 비중이 높다.

이는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7월에 발표한 <시니어 세대 여행수요 심층 분석 및 전망> 연구를 통해 나온 내용이다. 이 연구는 50대에서 70대의 신용카드 지출내역, 네이게이션 목적지 검색 내역, 이동통신 데이터 등과 시니어 커뮤니티 분석, 그리고 전문가들의 심층 인터뷰 등을 활용했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시니어 세대의 여행 트렌드

이 연구는 50대부터 70대 이상 세대까지의 여행 관련 인식과 추세 분석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중 소셜미디어의 키워드 분석은 시니어 세대의 다양한 여행 동기를 알려준다.

시니어들은 ‘다양한 인연 맺기’, ‘행복한 노후생활’, ‘건강과 젊음 유지’, ‘삶의 질 높이기’ 등을 위해 여행을 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전원생활 즐기기’, ‘부부생활의 윤활유’, ‘친구 및 지인과의 편안한 시간’ 등을 여행을 떠나는 이유로 들었다. 

특히 자녀의 금전적 도움으로 떠났던 효도 여행과 다르게 스스로 비용을 부담하며 자신의 취미와 추억, 삶의 의미를 찾는 ‘목적 있는 여행’에 의미를 더 두고 있었다. 그런 모습들은 시니어들이 애용하는 소셜미디어나 커뮤니티를 들어가 보면 실제로 확인할 수 있다. 

“지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수원화성 도보 여행 코스에다 주변 맛집 탐방을 추가해서 다녀왔어요. 저도 제 일행이 다녀온 코스를 페이스북에 다시 올렸는데 다른 지인들도 거기에 방문할 거라고 하더라고요.”

65세 한모씨의 말이다. 이들은 또래들이 전해주는 정보를 신뢰하고 의지했다. 한씨는 이런 현상을 두고 지인이 경험했던 코스이기에 비용과 시간을 예상할 수 있고 더 안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렇듯 시니어들은 나름의 방식대로 짧거나 긴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한편, 이 연구는 시니어 세대들이 접하는 여행을 두 가지로 구분했다. ‘일반 여행’과 ‘시니어 세대 여행’. 물론 합의된 전문 용어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여행과 ‘시니어 세대 여행’을 상대적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

시니어 세대 여행은 ‘열정과 건강 유지’, ‘노후생활의 여유’를 위해 필수적이고 중요한 활동의 하나로 즐기는 것이다. 따라서 여유, 건강, 젊음 유지, 안전에 여행의 가치를 둔다. 이를 위해 한모씨처럼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것이 활성화되어 있다.

반면 ‘일반 여행’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기 힘든 볼거리, 명소 방문, 이국적이고 신기한 체험, 재미에 여행의 가치를 둔다. 여행사의 통상적인 패키지여행이 여기에 속한다.

업계 및 전문가들이 보는 시니어 세대 여행

이 연구는 신용카드와 이동통신, 시니어들이 이용하는 SNS와 커뮤니티에서 데이터를 가져오기도 했지만 여행사, 잡지사, 연구자 등의 업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현재 시니어 세대는 체력, 스마트기기 활용 능력, 라이프 스타일, 평균 수명, 고령화 등 과거 시니어 세대와 크게 달라진 모습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특히 ‘시니어’를 단일 집단으로 보지 않고 다양한 기준에 따라 세분화하여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전문가들은 시니어 세대 여행 트렌드를 네 가지로 분석했다. 우선 시니어세대들은 ‘활동적인 여행을 선호’한다. 이들은 시간적 여유가 있고 많은 것을 접했기에 체험이나 경험이 가능한 활동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두 번째로 시니어 세대들은 ‘인문학 교육’ 참여율이 높다. 미술관, 박물관 프로그램의 인문학 교육 참여율이 늘어나고 있고 건축물이나 조형물을 관람하는 여행 활동의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세 번째는 디지털 기기 관심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시니어 세대들은 여행시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것에 관심이 높다고. 마지막으로 시니어 세대들은 ‘안전’에 민감하다. 코로나19 이후 방역수칙, 안전 부문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그런데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것이 있다. 시니어 세대를 단일 집단으로 보지 않고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만약 분류에 어려움이 있다면 차선책으로 체력의 어려움이 없는 50대와 60대를 한 그룹으로, 체력의 어려움을 느끼는 70대 이상을 다른 그룹으로 묶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만 전문가들은 시니어 세대들의 ‘시니어’라는 단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니어 세대 여행’이라는 특정 계층으로 구분한 상품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행상품 기획 시 ‘시니어’로 구분하면 불평등이나 소외로 느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시니어 세대의 건강 상태와 체력을 고려하는 상품 기획은 필요하다고 보았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앉아있는 노인들의 모습. (사진=뉴스포스트 DB)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앉아있는 노인들의 모습. (사진=뉴스포스트 DB)

초고령시대의 여행

이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시국이라도 시니어 세대의 여행에 관심은 식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그 관심이 오르는 추세라고. 2019년에서 2021년 시니어 세대가 소셜미디어에서 언급한 관심 분야를 보면 여행에 관한 관심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연구가 지적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서 노년층 인구가 점점 많아지는 것은 현실이고, 통계에서 보듯 나이가 많아진다고 해서 여행 욕구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기사 서두에서 언급했듯 시니어 세대가 원하는 여행은 다른 세대의 여행과는 다르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이 지적한 것처럼 시니어 세대를 단순화하지 말고 세분화하여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당장은 시니어 세대에게 안전한 여행상품과 그들에게도 접근이 쉬운 디지털 기반 여행 서비스처럼 배려 어린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진정한 배려는 시니어 세대와 그들의 초고령 부모가 함께 하는 여행이 늘어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초고령사회로 달려가는 현실을 살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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