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비전 2020 선포' 이후 대규모 M&A 이어져
리바트·한섬 인수…유통·리빙·패션 3대 사업 축으로
약 9000억 투자 '지누스', 시너지 노렸지만 실적 부진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 3사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투자했던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인수·합병(M&A) 이후 매출 증가에 효자 기업으로 평가받는 곳이 있는 반면 기대했던 사업 시너지는 물론이고 실적까지 하락세를 보이는 기업도 있다. 뉴스포스트는 유통 3사가 M&A로 품에 안은 기업들의 현재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지난 2010년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은 ‘비전 2020’을 선포하면서 ‘종합 생활문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후 현대백화점그룹은 10여 년 넘게 대규모 투자 통해 M&A를 진행하며 규모를 키워왔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포털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의 자산 총액은 2010년 6조8570억원으로 2023년 21조6380억원까지 늘어났다. 그룹 매출액도 2010년 3조4200억원에서 2023년 13조8900억원으로 증가했다. 재계 순위도 같은 기간 41위서 21위로 도약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M&A는 백화점, 홈쇼핑, 단체급식 등 기존 유통 사업과의 시너지에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 이에 현재 유통과 패션, 리빙 및 인테리어를 3대 축으로 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고 뷰티와 헬스케어, 바이오 사업까지 확대됐다.

현대백화점그룹 본사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제공)
현대백화점그룹 본사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제공)

리빙·인테리어 부문, 사업 중심 축으로

정 회장의 ‘비전 2020’ 선포 이후 첫 M&A 작품은 가구 업체 ‘리바트(현 현대리바트)’였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1년 12월 리바트를 500억원에 인수했다. 롯데·신세계 등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가구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실적도 상승세를 보였다. 2012년 5049억원이었던 현대리바트 매출액은 △2013년 5546억원 △2014년 6429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012년 32억원 △2013년 128억원 △2014년 34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백화점과 홈쇼핑 등 그룹 내 유통 계열사와의 협업이 시너지로 작용했다.

2022년 인수 이후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내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지난해 반등을 이뤄냈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조1655억원, 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191.7% 증가했다.

이외에도 현대백화점그룹은 리빙·인테리어 사업 강화를 위해 2018년 종합 건자재 기업 한화L&C(현 현대L&C) 지분 100%를 368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주체는 현대홈쇼핑이었다. 해당 인수로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리바트의 가구·인테리어 소품 사업 외에 창호·바닥재·인조대리석 등 건자재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연매출 2조5000억원 규모의 종합 리빙·인테리어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인수 후 수익성 개선에 성공하며 순항하던 현대L&C는 경기 침체, 고금리 여파에 부동산 시장 불황으로 실적이 하락세를 보였다. 2020년 178억원의 순이익을 냈던 현대L&C는 2022년 3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2023년 1분기 20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2개 분기 연속 우울한 흐름을 이어갔다. 이후 지난해 2분기 43억원, 3분기 78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2022년 3월에는 현대백화점그룹 창립 이래 최대 빅딜이 이뤄졌다. 8700억원을 투입해 가구·매트리스 기업 ‘지누스’를 품에 안은 것이다. 당시 그룹은 유통 및 리빙·인테리어 계열사와의 시너지 창출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실적 부진이 뼈아프다. 인수 해인 2022년 총 매출은 1조1596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이 655억원으로 11.8%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43.1% 감소했다. 지난해도 상황은 비슷했다. 2023년 1~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6701억원, 167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0.3%, 65.4% 감소했다. 주력 시장이었던 북미 지역의 매출 부진 여파가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한섬 시스템·시스템옴므 2024년 FW 파리 패션위크 프레젠테이션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제공)
한섬 시스템·시스템옴므 2024년 FW 파리 패션위크 프레젠테이션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제공)

패션에서 뷰티까지

유통과 리빙·인테리어에 이어 또 다른 축인 패션 사업의 시작은 ‘한섬’ 인수였다. 2012년 1월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현대홈쇼핑은 한섬의 지분 34.6%를 42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 회장은 인수 과정에서 인수가격을 놓고 협상이 결렬되자 한섬 창업자인 정재봉 사장 을 직접 만나 협상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섬은 인수 초반 부진이 이어지며 M&A의 실패사례로 꼽히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인수 당시 1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은 2013년 500억원으로 반토막났다. 매출액도 2011년 4970억원에서 2013년 4708억원으로 하락했다.

반등이 시작된 건 2015년부터다. 그 해 매출액 6186억원, 영업이익 661억원을 기록하며 성장했다. 여기에는 정 회장의 아낌없는 지원과 뼈를 깎는 체질개선이 있었다. 2016년에는 SK네트웍스 패션사업 부문을 품으며 몸집을 키웠다. 2022년 기준 매출액 1조5000원대, 영업익 1600억원대로 성장한 한섬은 현재 그룹 내 알짜 인수로 평가 받고 있다.

다만 패션업계의 부진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수익성이 하락세다.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6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2% 줄었다. 매출액은 1조756억원으로 1.3% 감소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뛰어든 화장품 사업도 지지부진하다. 한섬은 2020년 화장품 제조업체 클린젠코스메슈티칼(현 한섬라이프앤)를 인수, 이듬해 8월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오에라(OERA)’를 선보이며 사업을 본격화했지만 시장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섬라이프앤은 2021년 약 62억원, 2022년 4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순손실액은 43억원이다. 매출액은 2021년 7억원, 2022년 32억원, 2023년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34억원이다.

이 외에도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HCN(현 현대퓨처넷)을 통해 2020년 천연 화장품 원료 1위 업체인 SK바이오랜드(현 현대바이오랜드)를 인수했고 현대그린푸드를 통해 2021년 복지몰 전문 업체 이지웰(현 현대이지웰)을 품에 안았다. 2022년에는 현대그린푸드를 통해 자동자부품업체 대원강업을 인수했다.

 

지주사 체제…비전 2023 속도

한편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지주사 현대지에프홀딩스를 출범시키며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단일 지주회사 중심의 지배체제 구축으로 경영 효율성이 제고되고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가 기대되는 만큼 ‘비전 2030’ 달성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비전 2030’은 지난 2021년 정 회장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발표한 중장기 추진 전략으로 유통, 패션, 리빙 및 인테리어 등 3대 사업 축과 뷰티·헬스케어·바이오·친환경·고령친화 등 신수종 사업을 통해 2030년까지 매출 40조원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그룹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와 투자 및 리스크 관리와 더불어 그룹의 미래사업이 될 신사업 발굴 및 M&A에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지선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계열사 간 협력은 물론 다양한 외부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는 해법을 찾아나가야 한다”며 “올해 지주회사 체제 경영 기반을 토대로 사업 안정화를 추구하고, 기민하게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성장 메커니즘' 확립을 최우선 목표로 다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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