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디킹·까사미아, 인수 후 연간 흑자 아직
2021년 이후 4조 규모 투자 단행…온라인 대전환
‘G마켓’ 시너지 묘연…무리한 M&A에 재무부담 가중
이마트·신세계 대표 교체…이명희 회장 문책성 경고
올해 수익성 개선 방점…계열사 시너지 확대 중점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 3사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투자했던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인수·합병(M&A) 이후 매출 증가에 효자 기업으로 평가받는 곳이 있는 반면 기대했던 사업 시너지는 물론이고 실적까지 하락세를 보이는 기업도 있다. 뉴스포스트는 유통 3사가 M&A로 품에 안은 기업들의 현재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신세계그룹은 백화점과 마트, 복합쇼핑몰 등 신규 출점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업 자체 경쟁력을 끌어올려왔다. 2006년 월마트코리아 지분 전량을 8250억원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마트는 대형마트 업계1위로 올라섰고 지금까지도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2년에는 당시 신세계 강남점이 입점해있던 강남 센트럴시티 지분 60.02%를 약 1조원에 인수했다. 2000년 문을 연 신세계 강남점은 인수 후 안정적인 운영과 리뉴얼을 거듭하며 지난해 누적 매출 3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할인점업(이마트)와 백화점업(신세계)등 두 축을 중심으로 각각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마트는 신세계프라퍼티·SCK컴퍼니(스타벅스코리아)·신세계건설·신세계조선호텔·신세계푸드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으며, 신세계는 신세게인터내셔날·신세계사이먼·신세계센트럴시티 등을 운영하고 있다.

‘만년 적자’ 스무디킹·신세계까사

신세계의 본격적인 투자는 2014년 초 ‘비전 2023’을 발표하면서 부터다. 당시 신세계그룹은 급식과 식자재 공급업을 주로 하던 신세계푸드를 종합식품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히며, 6500억원 수준의 식품 매출을 5조원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후 신세계푸드는 2015년 만두 사업을 영위하는 세린식품과 스무디킹코리아의 한국 및 베트남 사업권을 각각 49억원과 180억원에 인수했다. 세린식품은 신세계푸드의 식품 통합 브랜드 ‘올반’의 만두 생산을 전담하며 매출을 늘려왔다. 다만 2022년 8억6100만원의 순손실을 내며 인수 이후 첫 적자를 기록했다. 엔데믹으로 외식 시장이 다시 커지고 가정간편식 시장이 위축되며 타격을 입었다.

스무디킹코리아는 대표 ‘아픈손가락’ 자회사다. 인수 당시 ‘제 2의 스타벅스’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인수 이후 줄곧 적자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스무디킹코리아 영업손실은 △2016년 8억1280만원 △2017년 2억2268만원 △2018년 4억6548만원 △2019년 11억9847만원 △2020년 22억999만원 △2021년 17억5794만원 △2022년 8억63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2016년 200억원 규모에서 2022년 67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2016년 이마트가 190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제주소주는 현재 사업이 철수된 상태다. 2017년 신규 브랜드 ‘푸른밤’을 출시 후 4개월 만에 300만병이 판매되는 등 초기 반응은 좋았지만 그 흐름이 이어지지 않았다. 사업 정상화를 위해 총 75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진행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영업손실액은 19억원에서 2020년 190억원 규모로 늘어나며 2021년 제주소주는 신세계L&B에 흡수합병됐다.

다만 신세계의 소주 사업은 현재 진행 중이다. 제주소주 제주공장은 2022년부터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동남아 수출용 과일소주 제품을 생산 중이다. 또한 지난해 신세계L&B는 40만병 한정 판매로 ‘킹소주24’를 이마트24에서 판매하며 사업 재도전을 위한 시장 반응을 살핀 바 있다.

2018년 신세계가 리빙 사업 확대를 목표로 인수한 신세계까사(인수 전 까사미아)도 여전히 연간 기준 적자 상태에 머물러 있다. 신세계까사 매출은 △2019년 1183억원 △2020년 1634억원 △2021년 2301억원 △2022년 2681억원이며 △2023년 상반기 1078억원 , 영업손실은 △2019년 172억원 △2020년 106억원 △2021년 88억원 △2022년 277억원 △2023년 상반기 140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까사 인수는 정유경 총괄사장 체제에서 진행된 첫 M&A 사례로 업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2022년 1분기 깜짝 흑자를 기록하며 실적 개선이 기대됐지만 부동산 시장 불황에 따른 가구 사업의 위축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외부 요인이 수익을 내는데 발목을 잡고 있다.

신세계 강남점 전경(사진=신세계 제공)
신세계 강남점 전경(사진=신세계 제공)

2021년 대형 M&A...재무부담 가중

신세계의 M&A 기조는 2021년을 기점으로 바뀐다. 앞서 기존 오프라인 사업과의 시너지를 강조했다면 2021년 이후는 온라인에 치중됐다. 쿠팡 등 이커머스 기업의 등장으로 유통 사업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재편됐기 때문. 특히 코로나19 시기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타격을 입은 것도 영향을 줬다.

대표적인 것이 2021년 4월 SSG닷컴의 패션 플랫폼 W컨셉 인수와 6월 이마트의 G마켓·옥션 운영사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글로벌) 인수다. 특히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신세계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 M&A였다. 당시 인수로 SSG닷컴 등을 합쳐 총 거래액이 24조원에 달하는 이머커스 업계 2위로 도약했다.

이 외에도 이마트는 2월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 지분 100%를 1400억원에 사들이며 SSG랜더스를 창단했고, 7월 스타벅스코리아 지분을 4860억원을 들여 추가 인수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이마트 주도로 수조원의 실탄을 쏟아부으며 공격적인 M&A를 단행했지만 현재까지는 계열사 간 시너지가 묘연하다. 이마트는 약 2년 만에 수익성은 악화되고 재무부담이 가중됐다. 2021년 3168억원의 영업이익은 이듬해 13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났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22조1000억원으로 이마트는 쿠팡에 매출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이마트 차입금은 2020년 3조3087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9조544억원으로 치솟았다. 부채비율도 같은기간 112.9%에서 150.5%로 악화됐다.

특히 G마켓의 실적 부진이 뼈아프다. 인수 전인 2020년 이베이코리아의 매출은 1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850억원이었지만 인수 후 2022년 매출 1조3200억원, 영업손실 65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322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폭을 축소하고 있지만 아직 인수 이후 흑자전환을 이루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 3곳은 지난달 이마트의 신용등급 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들은 신용등급 강등 이유로 모두 오프라인 부문 사업 경쟁력 약화 상황 속에서 이머커스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수한 지마켓과의 시너지 발현이 지연되고 있어 수익성에 제약이 있다고 평가했다.

매출 성장을 이어오던 신세계도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1조497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3.4% 줄었다. 백화점 사업만 살펴보면 1~3분기 누적 매출은 1조8536억원으로 1.9% 증가하며 선방했지만 영업이익은 928억원으로 15.1% 줄었다.

실적 부진에 이마트와 신세계 주가도 하락세다. 지난 2018년 3월과 5월 32만원과 47만원의 최고가를 기록했던 이마트와 신세계의 주가는 지난 18일 장중 각각 6만7300원, 15만5300원까지 내려가며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지난 15일 스타필드 수원점을 찾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신세계 제공)
지난 15일 스타필드 수원점을 찾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신세계 제공)

한편 신세계그룹은 올해 수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전체 계열사 중 40%의 수장을 한꺼번에 물갈이했다. 특히 그룹의 양대 축인 백화점 대표와 이마트 대표를 동시에 교체하며 위기 돌파를 위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남매 경영 구도를 강화하던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채양 이마트 신임 대표는 이마트에브리데이와 이마트24 수장을 겸하고, 3사 상품본부 통합 체제로 운영한다. 계열사 통합 소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박주형 신세계 신임 대표는 기존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를 겸직하며 계열사 간 시너지에 집중한다.

정 부회장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기업 활동의 본질은 사업 성과를 통해 수익 구조를 안정화하고 이를 재투자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라며 “선제적이고 과감한 경영진단을 통해 핵심 사업의 수익 기반이 충분히 견고한지를 점검하고 미래 신사업 진출 또한 수익성을 중심에 두고 판단해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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